승리-강지환 판결과 소속사의 책임론
입력 2022. 05.28. 13:59:29

승리 강지환

[유진모 칼럼]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유명 연예인들이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먼저 정준영과 최종훈은 2016년 1월 지인들과 함께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되어 정준영은 징역 5년 형을, 최종훈은 징역 2년 6개월 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종훈은 만기 출소했고, 정준영은 수감 중이다.

그들과 함께 어울렸던 빅뱅 출신 승리는 최근 징역 1년 6개월 형으로 재판을 마감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하고, 직접 성 매수를 한 혐의(성매매처벌법 위반)를 비롯해 경제 범죄 등이 적용되었다. 거기에는 상습 도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도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군인 신분으로서 국군교도소에 미결 수감 중이었던 승리는 대법원이 처벌을 확정함에 따라 병역법 시행령에 근거해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되어 민간 교도소로 이감되었다.

외주 스태프를 성폭행, 성추행한 혐의로 TV조선 드라마 ‘조선생존기’에서 퇴출되는 한편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로부터 계약 해지당한 강지환(본명 조태규, 45)은 최근 젤리피쉬와 함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에 공동으로 53억 8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



강지환은 2019년 7월 9일 자신의 집에서 ‘조선생존기’ 스태프와 회식을 하던 중 외주 스태프 여성 1명을 강제 추행하고 다른 여성 외주 스태프 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이 확정되었다. 교도소에서 복역하지는 않지만 금전적 부담은 매우 큰 결과를 맞았다.

강지환 담당 재판부의 판결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조선생존기’의 제작사가 입은 피해에 대해 강지환에게만 책임을 물은 게 아니라 당시 소속사였던 젤리피쉬에게도 유사한 무게를 계량한 것. 범행의 당사자인 강지환은 물론 그 소속사에게까지 배상금을 내라고 판결한 것은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연예 기획사는 당연히 소속 연예인의 연예 활동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지고, 관리해 준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동, 식사, 의상, 스케줄 문제 등 모든 동선에 관련된 잡다한 문제들까지 일일이 챙겨 줘야 한다. 공식적으로는 기획사는 연예인의 소소한 개인 생활까지 챙겨 주기 힘들고, 간섭은 더욱 어렵다.

스타일 경우 사생활 컨트롤은 더더욱 힘들다. 매니저는 물론이고 대표까지도 스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조언이나 당부 정도일 것이다. 아무리 그게 현실일지라도 사실상 연예인 관리에 있어서 사생활 관여는 불가피하다. 논란을 일으킬 경우 활동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강지환의 판시는 명명백백하게 그런 소속사의 연대적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행위는 강지환의 단독이었지만 그에 대한 관리, 즉 그의 성실한 몸가짐으로 인해 원활하게 드라마가 제작되고 방송되게끔 해야 할 임무를 기획사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판결일 것이다.

젤리피쉬는 강지환의 사생활까지 관리할 책임은 없지만 그의 행동이 드라마 제작에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면 그에 대한 공동 책임은 존재한다는 것. 그렇다면 승리의 판결에 대해서 상념이 분화되는 느낌을 갖는 대중이 분명히 존재할 듯하다.

강지환과 젤리피쉬의 경우 성범죄는 당연히 강지환에게만 적용되었다. 다만, 그런 범죄 행위로 인해 제작사가 손해를 보았으니 소속사도 함께 손해 배상을 하여야 마땅하다고 재판부는 인식한 것이다.



승리는 성범죄 한 가지가 아니었다. 온갖 추한 혐의가 덕지덕지 붙었는데 그중 판결에 적용되지 않은 불법 혹은 부도덕한 혐의까지 적용해 보면 심한 불쾌감이 일렁일 정도이다. 승리가 ‘버닝썬 게이트’로 입건된 후 각종 부패한 혐의가 속속 발표되었을 때 당시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공동 책임을 지었을까? 최소한 도덕적으로라도 그런 액션을 보인 적이 있었을까??

기껏해야 그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사실상 해고한 조치만 대중에게 기억될 따름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상념 한구석에는 ‘더 이상의 손해(피해)를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주가 관리도 하고, 현실적인 실리도 추구하기 위한 조치라는.

당시 빅뱅이 휴지기였고, 승리의 솔로 활동이 다른 멤버와의 비교가 가능했으므로 사실상 승리가 YG에 벌어 주는 수익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연예 기획사는 수익을 추구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인 기업이다. 게다가 코스닥 상장사라면 주가 관리가 최일선이다.

또한 승리의 경우는 강지환과는 사뭇 다르다. 승리의 범죄로 인해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있다면 바로 YG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젤리피쉬 역시 손해를 입기는 마찬가지. 그럼에도 다시 한 번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기업이 주가를 높이는 데에 매출과 수익만큼 훌륭한 것은 없다.

그런 데도 총수가 선행을 하거나 기업이 사회적 기여를 하는 이유는 주가를 높이는 것만큼 유지하는 것 역시 절실하기 때문이다. 테미스(율법의 여신)나 아누비스(진리의 저울 신)가 아닌 이상 두 범죄의 경중을 엄중히 가리기는 쉽지 않지만 강지환과 승리는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성추행, 성폭행 혐의가 집행유예, 성범죄 및 강력한 경제 범죄 혐의 등은 1년 6개월 형이다. 승리는 재판 과정에서 ‘X 같은 한국 법, 그래서 사랑한다.’라며 공권력을 비아냥댄 바 있다.

[유진모 칼럼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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