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커’ 송강호·강동원·이지은, 언어-문화 차이 넘은 따스한 위로 [종합]
- 입력 2022. 05.31. 18:57:52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로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이들에게 따스하게 위로할 영화 ‘브로커’다.
'브로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간담회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배우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등이 참석했다.
‘브로커’ 팀은 지난 30일 오후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국에서 첫 공식 일정을 소화하게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제 돌아왔는데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저희 영화를 위해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칸 국제 영화제 폐막 시상식에서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3년 만에 ‘기생충’ 이후 인사드리게 됐다. 하루 빨리 이런 날이 오길 기대했는데 오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칸 영화제는 적은 상을 준다. 22편 중에 7편, 4개의 상을 수여하기 때문에 확률이 굉장히 낮았다. 7편의 작품 관계자들에게 12시간 전 전화를 준다. 그때가 가장 긴장된다. 오히려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어떤 상이라도 우리에게 한 개의 상을 준다는 게 확정됐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호명 됐을 때 순간 패닉이 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쁘다는 감정에 앞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라는 약간의 패닉 상태가 몇 초간 있었다”면서 “제일 먼저 봉준호 감독, 김지운 감독에게 문자가 왔다. 그분들은 유튜브로 새벽에 보고 계셨더라. 그 뒤로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과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감동을 천천히 야금야금 느끼고 싶다”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제가 연출한 영화에서 배우가 상을 받은 건 두 번째다. 저는 삐딱한 성격이라 제가 평가 받을 땐 ‘어디가 좋았을까’ 생각한다. 순수하게 저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반면 배우가 받으면 마음껏 기뻐한다. 일본 언론 관계자들도 평소보다 영화제에서 즐거워 보인다고 하더라. 시상식에서도, 이후 파티에서도 이렇게 진심으로 기쁠 수 있을까하면서 기쁨을 누렸다. 이번에는 제가 뭔가를 했다기 보다, 송강호 배우님이 그동안 이뤄낸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봉준호, 이창동,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에서 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데 제 작품에서 받게 돼 죄송하고 송구한 마음이 있다. ‘브로커’의 가장 기쁜 상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송강호의 수상을 축하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6년 전 ‘브로커’를 구상했고, 제작사 영화사 집, 국내 최정상 제작진의 합류로 실현하게 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를 일본에서 찍을 때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입양, 양부모 제도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황새의 요람’이라는 아기 시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한국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게 계기가 됐다”면서 “한국에서는 통계적으로 일본보다 10배 가까이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다는 걸 알게 됐다. 주제와 상관없이 배우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주제와 함께 떠오른 신은 송강호 배우가 베이비 박스에서 아이를 안고 자상한 미소를 짓고 말을 거는 것이었다. 선악이 혼재된 존재가 떠올랐다. 한국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송강호가 출발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브로커’는 국내 배우, 제작진과 함께 한국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한국 배우들만 출연하기에 한국어 대사 등에 대한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에서 배우들도 불안감을 느끼셨을 것”이라며 “저도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가능한 한 소통을 많이 하려고 했다. 촬영 전에는 손 편지로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현장에 들어가선 밀도 있게 소통하기 위해 의견을 나눴다. 또 송강호 배우님이 그날의 편집본을 꼼꼼히 보고, 뉘앙스 차이를 피드백해주셨다. 거기서 신뢰를 가졌다. 크랭크인 시작부터 크랭크업까지 쭉 이어가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런 도움을 받고 진행했기에 저도 불안감을 극복하고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라고 송강호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고레에다 감독님이 한국어의 묘한 뉘앙스, 단어, 발음, 문장의 전달에 대해 잘 모르신다. 처음 리딩할 때부터 많은 얘길 해주길 바란다고 하셨다. 저는 결례가 될 수 있으니 편집본 보고 얘기 드려도 되냐고 했더니 ‘얼마든지’라고 하셨다. 편집의 최종 결정권은 고레에다 감독님이 하시겠지만 그 전에 틀린 뉘앙스, 단어 등에 대해 조언해드렸다. 큰 도움을 드린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브로커’는 각자의 다른 사연과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교감하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에서 다뤄지는 2시간 동안, 어떻게 변하는가가 이야기의 중요한 핵심이었다. 저는 세 가지 박스를 생각했다. 처음엔 아이가 들어가는 박스, 그리고 아이를 팔려고 하는 브로커가 타고 있는 차량, 브로커를 쫓는 형사의 차량을 박스로 생각했다. 세 번째는 주인공 관계, 심정의 변화가 허물어진 사회를 큰 박스로 생각했다. 그러면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거나, 상현처럼 주변에서 지켜보는 인물이 등장한다. 한 생명을 가지고 처음에는 작았던 박스가 큰 상자 속에서 아이가 축복을 받는 세 가지 박스의 변화를 통해 다뤄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 “생명을 둘러싼 주제를 다뤘지만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주제라고 생각한다. 가치 없는 생명이 어디 있는가”라며 “시설들을 통해 취재를 하면서 엄격한 비판의 화살이 어머니를 향해있더라. 이 상황을 둘러싸고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진정한 책임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었고, 영화를 통해 다루고 싶었다”라고 전하고 픈 메시지를 언급했다.
‘브로커’의 특별한 여정에는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배두나, 이주영이 함께한다. 상현의 파트너 동수 역을 맡은 강동원은 “보육원 출신에 상현과 함께 아기를 훔쳐 입양 보내는 친구다. 촬영 들어가기 전, 보육원 관계자, 출신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이 두 가지 있었다. 관계자 분들이 얘기하길 어린 친구들이 차가오면 혹시 자기를 데리러 온 게 아닌가라고 기대를 한다더라. 그런 마음을 제가 맡은 동수도 엄마를 기다렸을 것”이라며 “도움을 주신 신부님과 대화가 무르익었을 때 ‘혹시 어머니가 안 보고 싶으시냐’라고 물으니 ‘지금은 그런 마음, 감정은 남아있지 않은데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를 만나 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의형제’로 호흡을 맞췄던 송강호, 강동원은 12년 만에 ‘브로커’로 재회했다. 강동원은 “12년 만에 다시 한다고 했을 때 너무 좋았다. 서로가 호흡을 맞춰봤기에 대화가 없어도 잘 맞았다. 오랜만에 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한 촬영이었다”라고 했으며 송강호는 “강동원 씨는 막내 동생 같은 친근함이 있다. 외모와는 다르게 풋풋하고, 소박하면서 굉장히 인간적인 면이 뛰어나고, 따뜻하다. 배우로서도 늘 노력하고, 집중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말 좋은 배우, 앞으로 더 훌륭한 작품을 할 배우’라고 생각한다. 말없이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경지까지 오지 않았나”라고 칭찬했다.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며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보신 분들에 따르기에 맞다, 틀리다라고 할 수 없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는 소영이가 하고 마지막에 해진이가 한다. 동수는 어머니의 목소리로 들었을 거고, 상현은 복잡한 심정으로 이 목소리를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상현의 경우, 범죄자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말을 듣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성이의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그 선택 자체가 범죄여서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을 거다. 큰 사회 속에는 상현이 속하지 못하기도 한데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보시는 분들의 감상, 생각에 맡기고 싶다”라고 했다.
‘브로커’는 오는 6월 8일 개봉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