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지는 연기파인가, 화제파인가?
- 입력 2022. 06.03. 16:03:13
- [유진모 칼럼] 지난해 연속된 ‘인성’ 논란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던 서예지가 지난 1일 시작된 tvN 수목드라마 ‘이브’(윤영미 극본, 박봉섭 연출)로 복귀한 데 이어 다음날 아이웨어 브랜드 리에티의 브랜드 모델로 발탁된 사실을 알렸다. ‘이브’는 1, 2회 연속해서 이라엘(서예지)의 파격적인 정사 장면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서예지
그런 선정적인 화제성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브’와 서예지의 복귀를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은 꽤나 복잡한 분위기이다. 그건 서예지가 잇달아 불미스러운 일로 뉴스를 장식하며 비난을 한몸에 받아 왔기 때문이다. 먼저 2021년 4월 12일 연인 김정현이 MBC 드라마 ‘시간’에서 중도에 빠진 이유가 서예지 때문이라는 보도.
극 중 파트너였던 서현에 대한 무례한 태도와 건강 문제로 끝까지 드라마 스케줄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한 김정현의 설명은 당시 연인이었던 서예지가 사주한 결과라는 게 보도의 핵심. 서예지는 김정현에게 여배우와의 애정 신을 빼도록 지시하는 등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했다는 것. 스태프를 향한 ‘갑질’을 종용하는 내용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튿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창 시절 서예지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까지 올랐다. 그녀의 소속사는 두 논란에 대해 해명 혹은 반박했지만 다수에게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학력 위조 논란까지 겹쳐졌기 때문. 그녀는 2014년의 한 인터뷰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 3학년 중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재차 주장했지만 그 후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뒤집어 사실무근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그녀는 ‘사람들이 왜 내 과거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말하지도 않은 학력 의혹은 언론과 대중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거만 들어서 생긴 오해.’라는 허언증 같은 억지 논리까지 펼쳤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그녀와 함께 일했다는 한 스태프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가 하면, 간접흡연의 피해를 끼쳤으며, 욕을 하는 등 노예처럼 부렸다.’라고 폭로한 것. 서예지는 그제서야 비로소 짤막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대중의 분노만 증폭시켰다.
사과문이라면 자신이 어디서 저지른, 어떤 언행이 잘못되었으니 반성한다는 팩트가 담겨 있어야 마땅한데 알맹이가 없는 공허한 메아리 같은 글만 담겨 있었던 것. 결국 그녀는 활동 잠정 중단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고, 얼마 안 되어 보란 듯이 금의환향한 것. 그녀는 배우이니 그 일을 하는 데 대해 왈가왈부하기 쉽지 않다.
다만 유명 스타라는 점이 문제이다. 주연 배우는 무명 배우에 비해 노동력 대비 상상할 수 없는 부와 명예를 누린다. 자신과 소속사의 노력으로 이룩한 결과이지만 대중의 열렬한 성원 없이는 가질 수 없다는 게 포인트이다. 아무리 빼어난 외모를 타고났고, 피나는 노력으로 실력을 갖췄더라도 대중이 외면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데 서예지는 폭포처럼 거세게 쏟아진 지난 4건의 논란으로 이미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어 준 대중에게 무성의하거나, 솔직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살짝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 결과 몇몇 매체들은 ‘그녀의 사과문이 마지못해 한 듯한 뉘앙스가 짙게 풍긴다.’라는 식의 논평을 냈다. 이에 대한 그녀의 해명이나 반박은 없었다.
‘이브’의 시청률은 3.7%로 실질적인 경쟁작인 1.4%의 KBS2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외형상 ‘이브’의 압도적인 승리와 서예지의 성공적인 컴백인 듯 비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많이 다르다. 일단 MBC와 SBS는 수목 드라마가 없다. MBC ‘비밀의 집’(월~금, 오후 07:05)의 시청률은 5.0% 수준이다.
KBS2 ‘황금 가면’(월~금, 오후 07:50)은 9.0%로 매우 높고, KBS1 ‘으라차차 내 인생’(월~금, 오후 08:30)은 압도적인 12.9%대이다. 동 시간대에서 맞붙은 ‘너에게~’가 워낙 약해서 두드러져 보이는 착시 현상의 상대성일 따름이라는 의미. 물론 시작부터 강도 높은 선정성으로 후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3.7%가 서예지 덕분에 올린 성적이라는 분석은 매우 공허할 따름이다. 기존 드라마 등의 성공으로 지상파의 기성층 시청자들을 많이 빼앗아 온 tvN이라는 채널의 힘도 감안할 만하다. 어떤 방송 프로그램이든 캐스팅은 난제이다. 애초의 시나리오대로 완벽한 캐스팅을 하는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브’의 제작진이나 리에티 측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캐스팅을 했는지는 내부자들만 알 것이다. 리에티 측은 “서예지의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이전에도 서예지를 브랜드 뮤즈로 선정해 독보적인 분위기를 담은 화보로써 소비자 마음을 공략한 바 있다."라고 했다.
‘세련되다’의 사전적 뜻은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게 잘 다듬어져 있다.’ 혹은 ‘모습 따위가 말쑥하고 품위가 있다.’, ‘고급스럽다’는 ‘품질이 뛰어나고 값이 비싼 듯하다.’(이상 네이버)이다. 두 단어는 유의어이다. 서예지는 연인에게 가스 라이팅을 했고, 학력을 위조했으며, 스태프를 ‘개, 돼지 다루듯 한’ 데다 학창 시절 폭력을 휘둘렀다는 아주 강력한 의심 혹은 사실의 논란을 잇달아 일으켰다.
한때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도덕적 비난을 받으며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던 이병헌은 팩트가 담긴 거듭된 사과와 ‘폴더 인사’로 용서를 간구했으며, 그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연기력으로 벼랑 끝에서 탈출한 것을 넘어서 ‘최정상급 연기력을 갖춘,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배우’로 우뚝 섰다. 서예지의 연기력을 극찬하는 기사나 평론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