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의혹 이창명과 ‘복면가왕’의 임계점
입력 2022. 06.13. 14:18:36

이창명

[유진모 칼럼] 지난 12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에 출연한 예명 ‘요들송’의 정체가 이창명으로 밝혀지자 시청자들이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그는 2016년 4월 서울 여의도 삼거리에서 포르쉐 카이엔을 몰다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그는 사고를 수습한 게 아니라 오히려 차를 버리고 도주, 현장을 벗어나 20시간 가까이 잠적했다.

그는 사고 직전 KBS2 ‘출발 드림팀’ PD와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져 음주 운전 의혹이 강하게 대두되었으나 전면 부인했다. 그는 사고를 정리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이유에 대해 “휴대 전화 배터리가 없었고,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으로 갔다.”라고 주장했다. 음주 운전이 드러나는 걸 피하려 도주했다는 의혹을 반박한 것.

대법원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은 있지만 음주량이나 운전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증거가 없다.”라며 음주 운전 혐의와 관련해 무죄 판결을 내린 대신 사고 후 미조치 및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앞뒤 정황과 판결문의 행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터.

음주 운전 혐의는 비록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번 ‘복면가왕’ 출연이 그 사건 후 무려 6년 만이라는 점을 볼 때 방송가 PD나 작가들이 그 사건과 이창명을 어떤 시선으로 보았는지 짐작할 만하다. 게다가 그 사건 이후에도 그에게는 탈세 의혹 등의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그의 ‘복면가왕’ 출연을 대중은 어떻게 바라볼까?

그의 본업은 개그맨, 즉 방송인이다. 따라서 그가 방송에 출연하거나, 방송 관계자가 그를 섭외한다고 해서 손가락질 당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캐릭터와 도덕성 문제이다. 그는 사생활 면에서 여러 가지 의혹이 있어 왔다. 게다가 6년 전의 교통사고는 결정적이었다. 사후 처리에서 부도덕과 거짓이 강력하게 의심되기 때문.

게다가 그는 진심으로 뉘우친다거나 잘못을 적극적으로 시인하는 등의 도덕적 대응에서도 대중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사람들의 대중문화 콘텐츠 사용 이유는 거의 대부분이 재미이다. 일을 끝내거나, 혹은 중간에 긴장을 풀고, 가볍게 즐기거나 휴식의 연장, 혹은 취미로 감상하자는 의도이다.

따라서 그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물은 즐거움, 유쾌함, 재미, 친근감 등을 줘야 마땅하다. 불쾌감을 준다면 그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을 것이다. 이창명의 ‘복면가왕’ 출연의 문제점이다. 게다가 MBC는 지상파 중에서도 공영 방송이다. ‘복면가왕’은 콘셉트의 해외 수출 등에서 보듯 그야말로 MBC 예능의 효자 중에서도 으뜸이다.



이 프로그램은 경연자들이 편견의 그늘 없이 가창력과 퍼포먼스 등 무대에서의 모든 매력의 대결로써 승부를 건다는 점, 그리고 승패가 갈린 후 패자의 마스크를 벗게 함으로써 드러나는 반전의 재미 등에서 기존의 경연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엄청난 신선한 재미를 줬다. 7년 동안 한 콘셉트로 장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이 있다는 증거.

콘셉트는 이미 식상할 법하지만 가면 뒤에 드러나는 인물들이 매번 새롭기 때문에 그 콘셉트의 식상함을 상쇄할 수 있다는, 이 프로그램 포맷 특유의 강점 덕이다. 그런데 이번 이창명의 출연으로 포맷의 강점은 사라지고 시청자들에게 불쾌감만 주었다. 이창명을 섭외한 제작진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제작진이 먼저 연락을 했든, 이창명이 출연을 부탁했든 제작진이 그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복면가왕’이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는 반전에 있을 것이다. 이창명은 10여 년 동안 지상파 방송사에 출연하지 않았기에(못했거나) 반전의 효과가 클 것이라는 예상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반전의 크기가 아니라 시청자의 기분이었다.

상당수 시청자들이 ‘기분이 나빴다.’라는 반응을 보일 줄 제작진은 몰랐을까? 시청자들이 ‘복면가왕’을 좋아하는 이유는 전술했듯 지명도, 인기도, 호감도 등 거품을 뺀 채 오로지 가창력, 선곡, 마스크,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조화롭게 하는 퍼포먼스만으로 승부를 건다는 게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판정단과 시청자의 예측.

가면 속의 주인공에 대해 판정단과 시청자들이 유명인을 예측한 뒤 가면을 벗었을 때 성취감을 맛본다거나 혹은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예상 밖의 인물이 드러나는 제작진의 연출력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범죄자, 범죄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강력히 의심되는 자를 뉴스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에서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창명은 “정말 너무 기뻐서 MBC에 뼈를 묻고 싶다.”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알려졌다시피 그의 시그니처는 KBS2 ‘출발 드림팀’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창명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예능을 하겠다는 걸 그 누구도 말릴 수는 없다. 다만 MBC는 지상파 중에서도 공영 방송이라고 스스로 떠들어 대는 데에 대해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복면가왕’이 이창명을 선택한 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이 방송은 7년 되었다. 그 속사정이 혹시 공개 후 충격파를 줄 만한 인물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데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은 임계점에 이른 것이다. 물이 끓으면 이제는 식을 일밖에 없고, 산에 오른 사람이 다음에 할 일은 내려오는 것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MBC '복면가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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