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벳' 캐스팅 논란의 본질
입력 2022. 06.17. 08:00:00

옥주현

[유진모 칼럼] 오는 8월부터 열리는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의 캐스팅을 놓고 안팎에서 잡음이 심하다. 지난 13일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캐스팅 라인업을 발표하자 다음날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개인 SNS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 옥장판 사진, 공연장 형상의 이모티콘 등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된 것.

적지 않은 누리꾼은 이를 옥주현(42)의 ‘인맥 캐스팅’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석한다. 타이틀 롤에는 ‘엘리자벳’에 4번 출연했던 옥주현과 출연 경험이 없는 이지혜(32)가 더블 캐스팅되었다. 지난 공연에서 두 번이나 엘리자벳 역을 맡았던 김소현(47)은 제외되었다. 황제 요제프 역에는 민영기(48)와 길병민(28)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이지혜는 뮤지컬 배우이고 길병민은 성악가이니 그리 이상할 것은 없지만 평소 옥주현이 아끼는 후배라는 게 의혹의 빌미가 되었다. 더구나 길병민은 뮤지컬 데뷔작에서 큰 역을 맡았다. 옥주현과 이지혜의 나이가 10살, 민영기와 길병민은 무려 20년 차이라는 것도 의혹을 키우는 요소. 민영기는 제작사에 소속된 배우이다.

단순히 나이로만 보았을 때는 옥주현과 김소현이 엘리자벳 역을, 민영기와 다른 40대의 남자 배우가 요제프 역을 맡았을 때 외견상 조화롭다고 할 수 있다. 이 인맥 캐스팅 논란에 대해 옥주현은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캐스팅 관련 억측과 추측에 대한 해명은 제가 해야 할 몫이 아니다.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비속어까지 섞어 격노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EMK뮤지컬컴퍼니는 모든 캐스팅은 엄격한 오디션과 원작사의 승인 아래 진행되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과연 이 논란의 본질은 무엇일까? 먼저 캐스팅의 권한이다. 영화, 드라마, 예능, 뮤지컬, 연극, 오페라 등 배우가 등장하는 모든 콘텐츠에 있어서 캐스팅의 권한은 감독, 제작사, 투자사에 편중되어 있다.

콘텐츠에 따라, 경우에 따라 이들 3군데의 ‘칼자루’들의 권한의 크기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들이 거머쥐고 있는 것은 맞다. 따라서 캐스팅의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3개의 ‘칼자루’에게 있다. 연예 기획사가 자사의 톱스타를 내어 주는 조건으로 자사의 조연급 혹은 단역급 배우를 옵션으로 내거는 경우도 왕왕 있다.

더 나아가 주연으로 캐스팅된 스타가 자사의 조연급이나 친분이 있는 배우를 추천하거나 아예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기획사 혹은 톱스타가 패키지를 제안할 때 감독이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양극단일 수밖에 없다. 그게 마음에 든다면 일이 쉬워지지만 의도와 다른 인물을 ‘끼워 넣기’할 때는 매우 난처해지는 것.

제작사와 투자사 입장에서는 시나리오와 감독만큼이나 배우 캐스팅이 중요하고, 감독 역시 시나리오와 캐스팅이 양대 산맥일 것이다. 산업적 구조는 캐스팅이 전적으로 3개의 ‘칼자루’의 손에 쥐어질 수밖에 없다. 김호영은 SNS 내용을 금세 지웠다. 자신의 비난이 틀렸거나, 아니면 논란의 중심에 선 게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둘 중의 어떤 이유이든지 그가 경솔했다는 것만큼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가 ‘엘리자벳’에 투자를 하지 않은 이상 캐스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게 아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업계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일부 관계자와 관객을 납득시킬 수 있겠지만 캐스팅까지 간섭하려는 행위는 그렇지 못할 듯하다.

제작사나 투자사의 입장은 두 가지로 유추가 가능하다. ‘실력을 떠나 지명도와 나이에서 옥주현이 흥행에 유리하다.’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젊은 관객까지 사로잡기 위해 중년과 청년의 더블 캐스팅이라는 절묘한 작전을 펼쳤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일각의 추측대로 ‘옥주현의 인맥 캐스팅’에 굴복했다고 하더라도 흥행에 자신이 있었기에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만약에 흥행에 실패한다면 그 손해는 배우가 아닌, 두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는 김호영과 더불어 옥주현이다. 내정 간섭에 가까운 월권행위를 한 데다 그것도 모자라 금세 자신의 도발을 지운 김호영도 볼썽사납지만 고소 운운하는 옥주현은 한때의 인기와 지금까지의 경력에 비춰 낯 뜨거울 지경이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무조건 의심하고 비판하고 보는 김호영과 일부 누리꾼도 정정당당하지 못하지만 옥주현은 옥주현답지 못한 반응이었다. 그녀는 가능한 한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날 수는 있다는 걸 입증하거나 그럴 만한 자료나 근거가 부족하다면 말을 아꼈어야 ‘엘리자벳’에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번의 논란이 ‘엘리자벳’을 알리는 데 톡톡히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긍정적 인상을 심어 줘 흥행으로 연결된다고 장담하기에는 뭔가 뒤가 찜찜하다. 의혹과 비난이 심할수록 옥주현은 ‘엘리자벳’의 얼굴마담으로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그게 칭찬으로 바뀔 수 있도록 훌륭한 음악과 연기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게다가 옥주현 팬이 있듯 김소현 팬도 엄존한다. 김소현은 옥주현에 이은 ‘엘리자벳’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본디 루머라는 게 흉괴한 얼굴을 하기 마련이다. 거기에 똑같은 형상으로 대응한다면 관객이 그런 배우를 보려고 일부러 움직여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는 정성을 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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