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브로커’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 [인터뷰]
입력 2022. 06.17. 15:54:18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진정한 ‘생명’의 의미는 무엇일까. 영화 ‘브로커’가 보편적 생명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말한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등 작품으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그려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3년 만의 복귀작이자 첫 한국 영화 진출작인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특별한 여정을 그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통찰이 묻어난다.

“태어나서 자란 곳이 아니라 한국인이 보셨을 때 ‘외국 사람이 만든 이야기구나’가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베이비 박스, 이를 둘러싼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취재하려고 했죠. 영화를 찍기 전, 가능한 다양한 각도의 의견, 목소리를 들으려고 했어요. 베이비 박스라는 존재를 둘러싸고 옹호하는 입장, 반대하는 입장이 존재하는데 각각의 입장에 대해 최대한 많이 취재하려고 했죠. 보육원 시설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각본 쓰기 전, 다양한 리서치와 단계에서 취재를 할 수 있어 자신감이 생겼죠. 대사 하나하나, 배우들과 많은 소통을 통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어요. 통역도 그 자리에서 최대한 꼼꼼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위화감이 크지 않은 지점을 찾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브로커’는 날카로우면서도 통찰력 있는 메시지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바라본다. 버려진 아기와 함께 동행을 거치며 차츰 하나가 되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에 대한 질문을 한다. 직접적인 표현을 선호하지 않는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에선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주제의식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직접적인 대사가 많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사실 그건 의도했던 부분이었죠.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과 입장을 만났어요. 시설에 맡겨지고, 어른이 된 분들을 만났는데 ‘내가 태어나길 잘한 건가’라는 생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어른이 됐던 감정을 접했죠. 그렇게 느끼게끔 한 책임이 어머니가 아닌, 사회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를 통해 격려는 할 수 없지만 영화가 생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강한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소영을 통해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직접 대사를 건네죠. 평소에는 쑥스러워서 그런 직접적인 대사를 쓰지 않는데 이번에는 쓰게 됐어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기를 잘 키워줄 적임자를 찾아주려는 ‘선의’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상현(송강호). 버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보육원 출신 동수(강동원).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두고 떠났지만 다시 돌아온 소영(이지은). 각자 다른 사연과 상처를 지닌 이들은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교감하고, 점점 변화해 간다. 브로커 일행을 추적하는 수진(배두나), 이형사(이주영) 또한 여정의 특별한 동반자가 되어 간다.

“실제로 취재를 해보니 베이비 박스가 운영되는 곳이 서울에 한 곳 있더라고요. 제가 영화에서 다뤘던 건 어디까지나 픽션이기에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 베이비 박스는 구분해서 받아들여주셨으면 해요. 칸 영화제 상영 이후에도 사회 문제로 떠오른 ‘낙태’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잘못하면 이 영화가 낙태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관을 갖게 하는 게 아닌가 보는 분도 계셨죠. 베이비 박스 자체에 대해 옹호하는 건 아기의 생명이 구해졌기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기를 버린다고) 조장하는 원인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요. 그렇기에 이번 영화에서는 수진의 ‘버릴 거면 낳지 말지’라는 대사로 시작되죠. 그건 아이를 버리는 어머니를 향한 편견이에요. 영화가 다 끝났을 때 수진이 안고 있던 편견들이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란 목소리를 포함해 영화에 임하게 됐어요. 엄마 문제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어른들의 책임도 있는 거죠. 어른들이 베이비 박스가 되어줄 수 있는가란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에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과 함께 풀어갔다. 순탄하고, 수월했던 작업은 송강호 덕분이었다며 그를 향한 굳건한 믿음과 신뢰를 드러낸 고레에다 감독이다.



“송강호 배우의 듬직함은 거의 매일 느꼈어요. 한국말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신을 찍고, ‘오케이’를 한다고 해도 판단할 수 있는 건 대사의 의미 이외의 것들이었죠. 표정, 대사 리듬, 카메라 안에 담긴 것을 가지고 판단해야 했어요. ‘컷’을 한 뒤엔 송강호가 와서 ‘전 테이크가 좋았던 것 같아요’ 본인의 감상을 바로바로 얘기해주셨어요. 그 의견들이 편집할 때 굉장히 도움 됐죠. 촬영이 끝나면 그날 찍었던 것들을 연결하면 다음날 아침, 연결된 편집본을 송강호가 보고, 점심 휴식시간에는 의견을 줬어요. 신경 쓰이는 부분에선 유심히 비교해보라는 식으로 솔직하게 얘기해줬죠. 그게 굉장히 참고가 됐어요. 그러면서 ‘이건 어디까지나 감독님이 최종 결정을 하는 거니까 참고로 얘길 들어주셨으면 해요’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확인 작업을 매일 해주셨죠. 큰 도움이 됐고, 좋은 조언이 됐어요. 크랭크업 때까지 매일 이어졌어요. 촬영이 끝난 뒤에도 편집 작업을 보러 오셨어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하는 신에도 오셨죠. 처음에는 일련의 대사들을 쭉 하는 식이었어요. 중간에 끊는 게 어떠냐고 의견을 주셨죠. 그렇게 하니까 압도적으로 좋은 걸 느꼈어요. 더빙 룸까지 와서 얘기를 하는 배우가 처음이었거든요. 드문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하면 이 작품 전체가 좋은 작품으로 갈 수 있을지 생각하는 배우라는 걸 느끼면서 감탄했어요.”

‘브로커’는 6년 전, 고레에다 감독의 구상으로 시작된 작품. 오래전부터 한국 배우와 작업을 고대해왔던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사집과의 만남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국내 최정상 제작진이 합류하면서 실현시킬 수 있었다.

“올스타 캐스팅을 의도해서 준비한 건 아니에요. 각각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쓴 결과, 배우들과 작업이 실현됐죠. 제가 바랐던 이미지의 배우들이 그대로 나와 주셔서 감사해요. 캐스팅뿐만 아니라 각 파트에도 정상급 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영화의 완성도가 덕분에 좋아졌죠. 꿈같은 일이 실현돼서 깊이 감사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