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은면 호텔&리조트 논란, 공무원은 누구 편인가?
입력 2022. 06.21. 14:19:52

자은도 씨원아일랜드 조감도

[유진모 칼럼] 류승완 감독의 ‘짝패’(2006)는 충청도의 한 가상 신도시를 배경으로 카지노를 설립하려는 외부 세력에 의해 토착민들의 삶이 결딴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토착 건달이 외부 세력을 돕는데 관련 공무원의 연계가 없을 리 없다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면(자은도)이 현재 그런 모양새가 아닐까?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을 주로 하는 (주)지오그룹이 최근 자은면에 라마다프라자호텔&씨원리조트를 개장했는데 현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가 중간에 있는데 주민들이 기업보다 기분 나빠하는 장본인이다. 리조트 개장을 놓고 현지 주민들은 극렬하게 반발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맞섰다.

비대위는 24개 마을 이장단과 주민협의회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유각, 백길 마을 주민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비대위를 탈퇴한 후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즉 비대위의 배후에 공무원과 리조트가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 박 군수는 최근 비대위와 주민 간의 간담회를 주선했다.

박 군수는 또한 최일기 지오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5억 원의 상생 기금을 요청하는가 하면 주말 천막 매장 운영 등의 일부 협상안을 도출했다. 대다수 비대위원들은 박 군수의 협상안에 화답했고 뒤풀이 모임까지 가졌다고 한다. 박 군수가 현장을 방문하는 등 해결의 선봉에 나선 모습을 보이자 비대위가 합의점을 찾은 듯했다.

하지만 결국 제 자리 걸음. 대다수 주민들은 2300여 명의 주민들의 전체 뜻을 대변하고 권익을 지킬 별도의 비대위를 결성할 계획이다. 박 군수의 중재가 결국 리조트 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꼼수’라는 게 그들의 최종 판단이었던 것이다. 며칠 전 리조트 개장식 때는 최 회장, 박 군수,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등이 참여했었다.

신안 라마다프라자호텔 & 씨원리조트 개장식


지오그룹 Vs 박 군수(공무원) Vs 자은면 주민, 과연 그들 중 누가 옳은 것일까? 지오그룹은 오로지 돈에 혈안이 되어 담당 공무원과 공모해 지역 주민의 생존권에 큰 위협을 가하는 것일까? 자은면 주민들은 집단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도시인들의 편안한 휴양지 건설과 그로 인한 지역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안목을 놓친 것일까?

자은도는 목포 서쪽에 위치한 섬 중 하나이다. 리조트 측은 올여름 성수기에만 2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섬은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낭만을 주는 매력적인 관광지이다. 육지 사람들에게 섬의 이국적인 풍광과 각종 체험은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주기에 특히 대도시 사람들이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리조트 건설은 분명히 지역 사회 발전에 플러스알파가 되기는 한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용평리조트나 휘닉스파크 등이 지역의 경제에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그러나 섬은 많이 다르다. 우선 상수와 하수 문제. 자은면의 대표 농산물은 마늘이다. 그러나 리조트 공사가 시작된 2019년 이후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현재 전국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지만 리조트 때문에 많은 상수를 빼앗긴 자은면은 암에 걸릴 지경이다. 리조트는 상수도 고갈을 우려해 100% 지하수로 운영한다. 여기에 온천 1개공(1일 450톤), 지하수 5개공(1일 600톤)을 개발해 자체 정화 시스템을 통해 활용 중이다. 다른 온천과 지하수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한정된 공간인 섬 내에서 리조트가 관광객들 몫으로 주민들의 물을 빼앗고 있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신안군은 리조트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40여 년간 운영해 온 매장과 편의 시설을 강제 철거하고, 백길 해수욕장 출입을 통제 중이다. 해수욕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마을 주민들은 출입 통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셈이다.

상수 문제처럼 당장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환경 파괴가 조만간 심각한 어젠다로 떠오를 것이다. 하수 처리 문제가-완벽하기 힘들지만-완벽하게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관광객들이 바닷물 등을 오염시키는 문제와 자동차 통행의 증가로 인한 대기 오염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 볼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뉴질랜드는 배울 점이 많다.

공무원은 법과 지자체의 매뉴얼에 의해 업무를 처리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규칙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사로운 감정이나 환경적 요인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게 현실이다. 공무원이든, 정치인이든 모두 자기나 제 가족의 행복이 최우선이겠지만 겉으로일지라도 시민을 위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제 명함에 걸맞은 것이다. 오로지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과 주민을 중재할 게 아니라 먼저 주민과 환경을 봐야 한다.

[유진모 칼럼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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