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질 결심’, 마침내 완성된 박찬욱 세계 [종합]
- 입력 2022. 06.21. 18:39:11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매혹적이다. 독창적 스토리텔링부터 눈을 뗄 수 없는 감각적인 미장센까지. 박찬욱 감독의 ‘세계’를 완성한 영화 ‘헤어질 결심’이다.
'헤어질 결심'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간담회에는 박찬욱 감독, 배우 박해일, 탕웨이 등이 참석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의 이 영화는 전작과 결이 다른 작품으로 호기심을 일으킨다.
특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아닌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은 것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의도했던 건 아니다. 그것(등급)부터 먼저 정하고, 기획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저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뿐이다. 그런 이야기를 주변에 어른들 이야기라고 하니까 ‘노출도 굉장하고, 강한 영화겠군요’라는 반응이더라. 그때 깨달았다. 반대로 가야겠구나라고”라며 “오히려 어른들 이야기인 만큼 감정에 집중하는. 어떤 격정이라고 할까. 강렬하고, 휘몰아치는 감정보다는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를 하려면 자극적인 요소는 다이얼을 낮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많은 관객들을 초대해야겠다는 의도 때문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젊을 때에는 자기감정을 다 드러내고, 표현해가면서 살지만 나이 든다는 건 다르게 표현하자면 솔직해지기 어려워진다. 상황, 처지에 따라 고려해야할 게 많고, 참아야할 것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게 나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라며 “두 사람이 어떻게 하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기감정을 전달할까. 감정을 참기가 힘든데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감출까 고민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런 내용을 각본에 표현해 놨다. 현명하고, 경험이 풍부한 두 배우가 그것들을 잘 표현해줬다”라고 전했다.
해준은 서툴지만 분명하게 한국어로 의사를 표현하는 서래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서래는 사건의 용의자라는 의심을 받지만 늘 꼿꼿하고 침착함을 유지, 좀처럼 속마음을 짐작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긴장감을 형성한다. 탕웨이는 “사람은 성장하는 단계에서 그것이 사랑을 만나든, 감정을 만나든 표현하는 방식이 성숙해진다고 생각한다. 어떤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든, 삼키든 그 과정에서 결정된다. 서래의 생활은 굉장히 고난하고, 힘듦이 있다. 그녀가 경험하는 삶속에서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표현하는 방식도 숨긴다. 숨기는 자체가 더 크게 표현되는 것으로 다가온다”라며 “서래를 연기하고, 해석할 때는 감정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교묘하고, 기묘하게도 감독님이 연출해주시는 것과 맞아들어 갔다. 저는 한국어를 아예 못한다. 외워서 하는 과정에서 표정으로 표현했다. 소리 없는 감정의 표현이 이 인물을 그려냈다”라고 서래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 둔 부분을 언급했다.
박해일은 예의 바르고 친절한 형사 해준으로 기존 장르물 속 형사 캐릭터와 차별화를 둔다. 박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님의 월드 안에서 잘 즐겼구나 싶다. 박 감독님의 작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봤다. 사석에서도 짧은 조우들이 누적된 게 있다. ‘소년 천국에 가다’라는 영화에 각본가로 참여해주셔서 감독님의 흔적이 누적되기도 했다”라며 “모호한 감정, 미묘한 순간들을 만들어 갈 때 감독님이 제가 해보고, 해내는 것에 대해 지지를 해주셨다. 그런 기운들을 받아 재미있게 촬영 현장에서 했다. 탕웨이 씨와의 호흡을 통해 얻은 게 많다”라고 밝혔다.
해준을 그려내기 위해서 “감독님이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에서 배우가 표현해야할 감정의 톤을 잡아갔다. 수사극 안에서 형사, 해준이라는 인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대하는 태도에 가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고, 의심과 진심을 파악하려고 감정을 변주해갔다”라고 말했다.
해준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서래에게 의외의 동질감을 느낀다. 탕웨이는 “사랑이라는 건 누굴 좋아한다는 게 연령대마다 다르지 않나.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이 사랑이 맞나?’라고 생각했을 때 타이밍이 안 맞아 놓치는 경우가 있다”라며 “서래가 해준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은 보는 관객마다 다르게 느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감독님이 짜 놓으신 순간이 있다. 관객들도 찾아낼 수 있을 거다. 이 영화를 통해 보여 주고자하는 사랑은 세심하게 있다. 관객들은 하나하나 즐기시면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찬욱 감독 역시 “필름 누와르라고 하는데 이런 류의 영화는 흔하다. 형사와 아름다운 용의자가 밀고 당기는 두뇌 게임의 영화는 ‘원초적 본능’도 있다. 처음부터 이 영화가 장르에 속해있다는 건 아니지만 절반정도 지나면 관객도 짐작할 거라 생각했다. 그걸 가지고 관객을 오도하기도 하고, 내가 가졌던 선입견과는 다르게 흘러가는구나를 깨달았을 때 즐거움이 있다”면서 “처음에 이 사람(서래)을 팜므파탈이라고 짐작하고, 무엇을 속이고, 감추고 있을까, 어떻게 해준을 가지고 놀까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보다가 목숨을 건 사랑을 한다. 물론 서래의 행동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순 없다. 도덕적 관념을 뛰어넘는 사랑을 하는 건 사실이다. 서래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지 않나. 그걸 보면서 잘못 봤구나를 생각했으면”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탕웨이는 “저는 이 영화가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서래의 선택을 비극적으로 보지 않으셨으면 한다. 해준이 바다에서 달리는 장면을 보며 여러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셨으면”이라고 했으며 박해일은 “살다보면 느껴지거나 밀려오는 인간의 후회, 상실감이 남겨지지 않았는가. 관객의 몫이기 때문에 열어놓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헤어질 결심’은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오는 29일 개봉.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