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주현, 김호영 등 고소, ‘뭣이 중헌디?’
- 입력 2022. 06.22. 15:25:10
- [유진모 칼럼] 이른바 ‘옥주현 인맥 캐스팅’ 논란을 야기한 뮤지컬 ‘엘리자벳’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옥주현(42)이 김호영(39)과 ‘악플러’ 2명을 명예 훼손으로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옥주현 측은 “앞으로도 모니터링을 계속 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누리꾼들을 고소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옥주현, 김호영
김호영은 자신의 글이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오자 잽싸게 삭제했다. 그러나 옥주현은 자신의 호언장담대로 ‘주둥아리와 손가락을 놀린 자들’을 고소했다. 표면에 드러난 언행만을 놓고 보았을 때 김호영은 비겁했고, 옥주현은 당당했다. 김호영은 자신의 언행에 책임감이 없었지만 옥주현은 시종일관 언행일치된 태도를 견지했다.
오는 8월부터 열리는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의 캐스팅 라인업을 지난 13일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발표하자 다음날 김호영이 문제의 글을 올렸다. 타이틀 롤에 ‘엘리자벳’에 4번 출연했던 옥주현과 출연 경험이 없는 이지혜(32)가 더블 캐스팅되었다. 2번이나 엘리자벳 역을 맡았던 김소현(47)은 제외되었다.
황제 요제프 역에는 민영기(48)와 길병민(28)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민영기는 EMK 소속이고, 성악가로서 뮤지컬에 데뷔하는 김병민은 옥주현이 아끼는 후배이다. 이지혜 역시 옥주현이 아껴 주기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서 전 소속사에 이어 현재 소속사까지 함께 몸을 담고 있다. 김호영의 글이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킨 배경이다.
김호영이 글을 올릴 때만 하더라도 여론은 그의 편이었다. 뮤지컬 배우로서 쓴 소리를 할 줄 아는 용기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그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신념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면 끝까지 갈채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성급했고 감정적이었음을 드러냈고, 결국 궁지에 몰리는 걸 자처했다.
만약 누리꾼의 추측대로 그의 글이 가능성이 없지 않은, 뮤지컬 최정상 배우의 인맥 캐스팅을 비꼬았을까? 그의 소속사는 옥주현의 고소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침착한 반응을 보이기는 하지만 다소 당황한 뉘앙스가 없지 않다. 먼저 가능성.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맥 캐스팅’은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압력이나 청탁도 가능하다.
연극이나 뮤지컬도 그럴까? 2018년 ‘엘리자벳’ VIP석 가격이 14만 원이었다. 뮤지컬 시장도, 연극계도 점점 상업화와 가까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압력과 청탁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다만 캐스팅은 취업이나 인사 문제가 아니라 감독, 제작자, 투자자의 고유 권한이다. 어떤 면에서는 예술가의 선택의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옥주현이 이지혜, 김병민, 김소현의 캐스팅 여부에 주도덕 역할을 했든, 그렇지 않든 법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흥행의 결과는 최종적으로 그런 선택을 했거나 받아들인 제작사와 투자사의 몫일 뿐 사회 질서나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다만 감독까지 더해 도덕 문제는 없지 않기는 하다.
김호영은 제 행동의 파급 효과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현명하지 못했고, 생각과 행위는 매우 가벼웠다. 확실한 증거가 없을지언정 확고한 신념이라도 있었다면 끝까지 가 보겠다는 각오로 시작했어야 마땅했다. 지금까지의 태도로 보았을 때는 ‘일단 찔러나 보자.’라는 식으로 시작했다가 ‘엇, 뜨거!’라고 놀란 모양새.
만약 진짜 ‘인맥 캐스팅’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내부자 폭로가 있지 않는 한 입증하기 힘들다. 입증한들 기껏해야 비난 정도. 일단 ‘흥행만 잘 되면 그만’ 아닌가! 지금까지의 옥주현의 태도로 보았을 때 ‘인맥 캐스팅’ 의혹은 과한 상상력일 가능성이 크다. 옥주현과 김소현이 더블 캐스팅된 바 있으니 새로운 시도도 해 볼 만하다.
영화, 드라마 등 모든 콘텐츠에서는 주연 배우부터 캐스팅한다. 그 첫 단추가 잘 꿰어지면 나머지는 술술 풀린다. 주연 배우를 보고 티켓 파워가 좋거나 연기력이 훌륭한 주연, 조연 배우들이 서로 출연하겠다고 달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독, 제작사, 투자사는 원 톱 배우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옥주현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 지명도와 실력을 동시에 갖춘 정상급 여배우이다. 후배 배우의 도발이 얼마나 자존심을 상하게 했는지-그 글이 사실이 아닐 경우-충분히 이해는 된다.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심정도 헤아림이 가능하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과연 지금이 소송을 부각시킬 때인가?
‘엘리자벳’은 전 세계적으로 스테디셀러인 콘텐츠이다.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다. 지금 옥주현에게는 새롭게 호흡을 맞출 배우들부터 감독 및 각 파트의 스태프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협업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녀는 지명도, 경력, 나이 등으로 봤을 때 이 작품의 리더 중 하나의 역할을 맡아야 마땅하다.
실질적인 얼굴마담인 그녀가 이 작품의 좋은 면만 부각하고, 만드는 데 온 힘을 써도 모자랄 판에 작품의 완성도나 흥행과는 거리가 먼 소송을 한다는 건 거시적인 안목에서 시간과 체력 낭비이다. 이번 ‘엘리자벳’ 출연으로 두 자릿수 억대의 출연료를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 그녀가 설마 손해 배상을 받아내려는 것은 아닐 텐데.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김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