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2' 박은빈, 묵묵히 걸어온 정도 [인터뷰]
입력 2022. 06.29. 08:00:00

박은빈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마녀2' 속 초인적인 캐릭터들 속 너무나 현실이고 능력 하나 없지만, 올곧은 선함과 정도를 보여준 박은빈이다. 부드러움 속 단단함이 느껴진 그는 배우로서 또는 사람 박은빈으로서도 묵묵히 정도(正道)를 걸어가고 있다.

영화 '마녀'의 후속작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은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다. 박은빈은 극 중 소녀를 지키는 경희 역을 맡았다.

다양한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하는 '마녀2'에서는 각 인물의 능력과 성격 등에 맞춰 액션 스타일이 디자인돼 있었다. 하지만 박은빈은 아무런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작품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배우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마녀 유니버스의 창조자로서 감독님도 여러 구상이 있으시다면 포함해주시든지 묻어두시든지 하실 거 같다. 경희 캐릭터로 무엇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야심 찬 포부는 없었다. 박훈정 감독님을 만나서 그 세계관 속에서 함께 숨 쉬어볼 수 있는 자체가 의미 있었다."

박은빈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그가 '마녀2' 출연을 결심한 것은 "박훈정 감독님의 섬세한 유인 때문이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여러 상상을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마녀2'에 출연을 잘한 거 같다.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일 수도 있다. 나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게 새로웠다.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경희 캐릭터에 왜 나를 캐스팅했냐고 물어봤다. '마녀1'을 재밌게 본 사람으로서 악역이나 능력치를 가진 인물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너무나 현실적이고 능력이 하나도 없이 입으로만 하는 인물이었다. 초현실적인 부분들도 있어서 경희라는 캐릭터가 더 중요한 게, 악의 본능을 가진 초현실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간적이기 때문에 안정감 있는 연기가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이 영화가 그래도 현실에 발을 붙이려면 현실감이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제가 해줬으면 한다고 하셨다."


작품 속 내용에서도 경희의 서사는 생략된 부분이 많았다. 경희가 미국을 갔다가 돌아온 이유를 비롯해 조직 폭력배였던 아버지와 그의 부하였던 용두(진구)와의 관계 등 담기지 않은 부분을 스스로 그려 나가며 완성시켰다.

"박훈정 감독님께서 모든 인물들의 서사를 부여해 주려고 골머리를 앓았겠다. 함축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들이 많은 장르의 영화인 거 같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평면적일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용두와도, 돌아가신 아버지와도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촬영했던 거 같다. 용두는 왜 바로 나를 죽이지 않을까? 바로 죽여서 지장을 찍어도 될 텐데. 과거의 인연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을 죽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런 인간다움이 그려진 거 같다. 쉽게 잘라낼 수 없는 애증의 관계들. 다른 능력자들이 파괴적인 본능을 갖고 있고, 이기적인 것과 반대로 이타심이 충만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액션 영화에 기대하는 부분은 통쾌함. 죽이지 말라고 제동을 거는 부분이 왜 그런 선택을 할까 상식에서 벗어나서 관람하실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역할이 전개에 있어서 필수적이고 기능적으로 필연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경희의 결말을 통해 속편에서의 박은빈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반응도 꽤 있었다. '박훈정 감독의 시간 속에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박은빈의 출연에 대한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장담할 수 없지만, 관객으로서 지켜보고 있겠다. 마지막 장면에서 '숨을 쉬고 있을까요? 말까요?' 했었는데, 잠시 숨을 멈추고 있었든 구상하시는 게 있다면 저도 포함되지 않을까. 감독님이 글을 쓰는 분이라 말로보다는 내면에 큰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어떻게 세계관이 확장되고 그럴지 모르겠지만 살짝 흘려주시는 내용들이 재밌었다."

박은빈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밝고 쾌활하거나 선한 모습의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는 다양한 연기 변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갈망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 연기에 대한 욕심 속에서도 곧은 신념이 돋보였다.


"꼭 악역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다. 배우로서는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이번 모습을 보여드리고 모두가 안심하면서 보셨을 텐데, 저에게도 이런 이미지가 있는 거 같다. 극 중에서 소녀를 의심하기도 했는데 정도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재밌는 일이다. 이번 일을 하면서 느꼈지만, 악의 본성을 거스를 수 있는 착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위대한 일 같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결코 가벼운 마음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발탁된 신시아는 박은빈에게 큰 도움을 받아 고마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성유빈과는 현실 남매처럼 티격태격 케미로 미소를 짓게 하기도 했다.

"신시아도 서은수도 너무 예쁘고 착한 동생들을 만났는데 사실상 많이 못챙겨줘서 미안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다. 시아는 처음 봤을 때 말간 느낌을 풍기는 친구였다. 감독님이 상상하셨던 소녀의 모습이 이렇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열의 넘치는 모습에 최대한 도와주고 싶었다. 유빈이는 차분하고 진중한 친구였다. 조곤조곤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요즘 유행하는 것도 많이 알려준 귀여운 친구들이었다."

1996년 아동복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박은빈은 어느덧 데뷔 26년 차를 맞았다.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이어 '연모', '마녀2'가 연이어 흥행하며 연기 모범생 박은빈은 이제 어엿한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수식어를 붙여주신 지 얼마 안 된 거 같아 잘 모르겠다. 전혀 실감을 못 하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통통 튀는 사람은 아닌 거 같다. 제어가 안 되는 상태를 내가 싫어하는 거 같다. 삶에 대한 목적지를 잃지 않고 정도를 걸어가는 게 나의 천성과 잘 맞는 거 같다. 나이에 대한 생각은 딱히 하지 않지만, 지금 제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로맨스,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일할 때 일에 최선을 다하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기가 할 몫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직장인 같다면 그런 마인드를 가진 거 같다."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역을 맡아 안방극장을 꽉 채울 예정이다.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며 또 한번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 박은빈의 활약이 기대된다.

"'연모'와 같은 시기에 제안을 받은 작품인데 나를 기다려줬다. 좋은 작품인 것과는 별개로 천재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역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거 같아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국 내가 선택해서 하는 작품들인데 내가 감당하지 않으면 어떤 누가 그걸 감당하고 누가 내 삶을 책임져줄까 생각이 들더라. 누군가는 항상 도전을 왜 이렇게 좋아하냐고 물어보는데 도전하면서 사는 게 단조로움 삶을 타파해줄 수 있는 생경한 경험이 되는 거 같다. 그런 부분들을 원동력을 삶아 여러 두려움을 맞서 살아내고 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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