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앨리스' 송건희가 얻은 값진 선물 [인터뷰]
입력 2022. 07.04. 12:17:07

송건희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송건희가 첫 주연작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왓챠 오리지널 ‘최종병기 앨리스’(각본 서성원, 이병헌, 연출 서성원)는 킬러라는 정체를 숨겨야 하는 전학생 겨울과 비폭력으로 학교를 평정한 잘생긴 또라이 여름이 범죄 조직에 쫓기며, 핏빛으로 물든 학교생활을 그린 하드코어 액션 로맨스.

송건희는 극 중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스러워하지만 겨울을 만나 범죄 조직에 쫓기는 등 버라이어티한 상황을 맞게 되는 여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최종병기 앨리스’는 한 장르에 치우치기보다 로맨스, 판타지, 액션 등 다양한 장르들이 어우러져 하이틴물과는 색다른 장르물을 개척했다. 이에 배우들에게는 도전적인 작품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에 본 적 없는 캐릭터들을 만나는 큰 용기도 필요했다. 그럼에도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고등학생 킬러와 범상치 않은 고등학생의 독특한 이야기는 송건희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너무 신선했다. 대본을 처음 봤는데 만화 같더라. 읽다 보니 술술 읽히고 재밌었다. 하드코어 액션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가 이런 식으로 쓰일 수 있구나라면서 재밌게 읽었고 여름이를 꼭 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 작품에선 본 적 없는 캐릭터라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고통을 위안으로 삼고 살아가는 여름이는 무표정 속에서도 섬세한 감정 표현이 드러나야 하는 인물이다. 삶에 의욕도 미련도 없지만 여름이는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죽지 못해 살아간다. 그러한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해 송건희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여름이에 다가갔다. 더불어 처음으로 많은 액션신을 소화해야 했던 만큼 체력을 기르고 운동량을 늘리는 등 다방면에서 부단히 노력했다.

“준비하는 과정들이 많아서 어려웠다. 일단 여름이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 그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고민하고 고통에 대한 부분도 어떻게 다가올까 고민했다. 여름이에게 아저씨가 계시지만 사실은 혼자라. 저도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여름이랑 통하는 부분을 채워갔다. 아무래도 액션신도 있다 보니까 매일 런닝했고 세완 배우랑 액션 스쿨도 다니면서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킬러라는 정체성을 가진 겨울과 과거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여름이의 로맨스 또한 ‘최종병기 앨리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극과 극인 두 캐릭터 사이에선 어느샌가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강렬한 첫 만남 이후, 여름이와 겨울이의 감정선이 서서히 쌓아가는 과정을 표현해내기 위해 송건희는 박세완과 현장에서의 교감을 중요시 여겼다.

“여름이랑 겨울이가 각자 하는 생각이 있고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아온 두 사람이 융합되는 과정 같아서 현장에서 맞춰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대사하면서 말맛을 살리는 연습도 했고 서로 여름이와 겨울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학교 일진 무리에게 아무리 맞아도 쓰러지지 않고 더 때려 달라는 반격하는 모습은 여름이의 또라이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오히려 행복하다는 미소짓는 여름이는 그렇게 의도치 않게 비폭력으로 학교를 평정했다. 여름이를 연기할 때 배우 본연의 것도 가져온 부분들이 있을까. 이에 송건희는 오히려 버린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제 고등학교 때 모습은 버렸다. 나를 내려놨다고 할까. 오히려 생각을 안 했다. 그 순간에 여름이가 되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잡념을 버리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했다. 고등학생 때 저는 재밌게 놀았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여름이랑 결이 다르니까. 그전에도 10대 연기를 하는 작품들이 꽤 있었는데 그 작품들에서는 사실 제 모습을 차용해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았고 새로운 친구이기도 해서 아예 다른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여름이는 ‘고통은 고통은 잊는다’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매일 고통에 맞선다. 누구나 살면서 고통을 마주하지만 여름이에게 고통은 매일 느끼는 감정이기에 무뎌진 정서였다. 그런 여름에 몰입하기 위해서 송건희는 스스로의 고통을 꺼내보기도 해야 했다. 그간의 연기 활동을 하면서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었는지에 송건희는 ‘스카이캐슬’ 때 받은 중압감을 회상했다. 비록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그 시간 덕분에 이w는 힘을 풀고 연기하는 법도 배웠다는 송건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영재를 처음 했을 때 스트레스가 있었다. 제가 처음으로 드라마에서 제대로 해본 역할이었는데 아무래도 오프닝을 담당한 역할이라 부담감도 컸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어서 준비하는 과정이 그닥 행복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 고통이 어떻게 보면 영재에게 많이 투영되지 않았나. 연기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방에서 안 나오기도 했고. 그렇게 고통을 찾아갔던 것 같다. 이번에는 오히려 반대로 내려놨다. 여름이와 겨울이. 이 안의 이야기가 좋아서 전체적으로 보려고 했고. 첫 주연작이다 보니 제 역할을 잘 해내는 건 당연하고 현장에서 항상 행복하게 작업할 환경을 만드는 게 제가 하고 싶었던 일 같다.”

삶과 죽음이라는 아이러니한 존재가 공존하는 여름이의 세계를 통해 송건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게 됐다고. 작품마다 캐릭터 연구를 위해 일기를 쓴다는 송건희는 여름이를 이해하고 연기해가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또 송건희는 여름이에게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원래 캐릭터마다 일기를 쓴다. 처음 시작할 때 한번, 중반쯤 한번, 마지막에 캐릭터에게 인사하는 느낌으로. 그때 일기 마지막 장에 제가 그런 이야기를 적어놨더라. 여름이한테 진짜 여름이가 나타나 줘서 고맙다고. 사실 저는 배우라는 이 직업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게 제가 저를 뚜렷하게 알아가는 과정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기가 또 다른 재미가 있는데 그런 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게 여름이다. 저에게 트라우마는 뭘까. 살고 싶은 이유가 뭘까. 이런 삶을 통해 제가 가진 트라우마를 떨쳐낼 수 있고. 사실 저는 겁도 많은데 어떤 면에선 도전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름이가 부러웠다. 당차고 사실 겁도 없고. 그런 여름이의 모습이 제가 바라는 그림상 같기도 해서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캐릭터다.”

올해 데뷔 5년 차를 맞은 송건희는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며 대중에 확실히 각인시켜준 ‘스카이 캐슬’를 언급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배우의 길에서 큰 원동력이자 동력이 돼준 ‘스카이 캐슬’은 송건희에게 고향과 같았다. 그리고 쉼 없이 달려오다 만난 ‘최종병기 앨리스’는 선물이었다.

“‘스카이캐슬’은 진짜 감사한 작품이다. 아직도 조현탁 감독님께 연락드리는데 저를 영재로 뽑아주셔서 감사드리고 덕분에 제가 계속 드라마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었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 어디선가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있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고향과 같다. 그렇다면 ‘최종병기 앨리스’는 값진 선물이다. 첫 주연이고 긴 호흡을 달려보기도 했고 지금까지 맡아보지 못한 색다른 연기도 해봤다. 앞으로 돌아봤을 때도 값진 선물이지 아닐까.”

최근 뮤지컬 ‘태양의 노래’로 관객들을 만났던 송건희는 ‘최종병기 앨리스’로 오랜만에 대중들 앞에 섰다. 또 하나의 도전을 일궈낸 송건희는 인터뷰 내내 여유와 행복감에 젖어든 모습이었다. 이제 막 선보인 첫 주연이지만 그간 쌓아올린 경험과 배움들로 송건희는 주연배우로서의 태도는 올곧았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걸어가며 한 걸음씩 성장해나가고 있는 송건희가 내딛을 다음 발걸음에 기대가 모아진다.

“첫 주연을 해봤는데 주연은 현장에 제일 오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같이 있는 사람들이 재밌었으면 좋겠더라. 함께하는 스태프분들과 결과가 어떻든 이 과정이 행복하고 재밌어서 늘 현장에서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송건희가 하면 같이 하고 싶다라는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이고 싶다. 그보다 듣기 좋은 말이 또 있을까요.(웃음)”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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