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 “시나리오 작업만 5년, ‘외계+인’ 1부 120번 봤죠” [인터뷰]
입력 2022. 07.22. 16:25:51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관객들이 복잡한 세계관에 쉽게 접근하길 바랐어요. 극의 흐름이 빠르고, 썬더의 대사가 그걸 잘 설명해주지 않으면 관객들은 그 순간 기억되어야 할 것들을 놓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제가 ‘외계+인’을 120번 정도 봤어요. 썬더의 대사는 30번 정도 고쳤죠. 그 과정을 통해 지금의 친절함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관객을 위한 과정이었죠.”

주로 서양에서 다뤄졌던 ‘외계인’. 한국에서 ‘외계인’을 다룬 영화가 나오면 친근함 보다는 ‘당혹감’이 앞설 터. 이런 당혹감이 최동훈 감독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시공간 초월’을 함께 다뤘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 ‘외계+인’ 1부다.

최동훈 감독은 최근 ‘외계+인’ 1부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형 케이퍼 무비의 장을 연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에 이어 장르 영화의 신기원을 보여준 ‘타짜’, 최초 한국형 히어로 무비 ‘전우치’, 연달아 천만 흥행을 기록한 ‘도둑들’고 ‘암살’까지. 흥행과 작품을 모두 인정받으며 ‘한국 영화의 진일보’를 이끈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7년 만에 개봉이라 예전에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5년 동안 시나리오를 쓰고, 만들고 하면서 되게 힘들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면 굉장히 재밌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찍었어요. 이 날을 되게 기다려왔죠.”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고려와 현대, 인간과 외계인의 만남이라는 이질적인 소재가 최 감독의 상상력과 만났다.

“처음 구상할 때 현대와 과거를 어떻게 이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시간 순서대로 풀긴 싫었죠. 영화를 본다는 즐거움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밌게 만들까 고민하며 구조를 짰어요. 미스터리라고 할까요? 그런 게 뒤쪽에 풀리는 게 저는 흥미로웠어요. 보통 대중영화에서 잘 쓰지 않는 방식이지만 이 스토리는 이런 플롯으로 가야할 것 같았죠. 시나리오를 2년 반 동안 고쳐 쓰면서 여러 번 플롯을 움직여 봤는데 지금이 저에겐 가장 적합하지 않았나 생각 들어요. 최대한 쉽게 풀어보려고 노력했죠.”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이 활약하는 고려 말과 인간의 몸에 외계인 죄수가 수감된 현대. 서로 다른 두 시간대에 전혀 접점이 없는 인물들은 극 후반으로 갈수록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게 된다.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구성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이야기는 총 8개의 시퀀스로 풀어내요. 13년 전, ‘전우치’를 만든 후에 현재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그래서 이런 교차 편집이 되길 바랐어요. 관객들이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 나오는 이유는 뭘까?’라며 영화를 보며 추측하고, 개입되길 바랐죠.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에 풀어지길 원했어요. 단서들만 남겨놓고, 일부러 설명을 하지 않은 이유도 있죠. 새로운 플롯을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나오는 현대라는 시간이 실제로는 고려에 사건적으로 과거인 셈이죠. 그런 것들이 저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왔어요. 관객들이 이 플롯을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잘 즐길 거라고 생각했죠.”

최동훈 감독에게 ‘외계+인’은 새로운 도전이었을 터. 첫 시리즈물 연출은 물론, 387일이라는 한국 역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을 거쳐 1부와 2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계를 선보인다.

“고충이 많았어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것이 결국은 외계의 존재, 현대, 과거의 인간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가 되어야 했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쓰면서 계속 다른 이야기로 바꿔보기도 했죠. 조금 더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것을 한편의 영화로 담기엔 복잡하고 많았죠. ‘어떻게 줄일까’ 고민을 하다가 제작자께서 ‘2편 연작으로 찍으면 어떻겠냐, 새로운 시도가 되지 않겠나’라고 해서 하게 됐어요. 그러나 조건은 1부의 이야기만으로도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로 보이길 바랐죠. 그 지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1부 엔딩을 어떻게 끝내야할지 고민이 많았죠. 촬영 하면서도 저와 스태프들이 서로 많은 의견을 얘기했어요. 편집을 하다가 본능적으로 이 지점에서 끊어야겠다 싶었죠. 모험극이자 미스터리를 남겨놓는 드라마가 될 것 같았어요.”

영화는 기상천외한 도술 액션과 도심 상공을 날아다니는 우주선, 외계인, 로봇의 SF 액션이 어우러져 있다. 특히 부채, 권총, 다뉴세문경 등 아이템을 이용한 액션도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단상을 꼽으라고 한다면 과거에 어느 여인이 태연하게, 마치 그 시대 사람처럼 있지만 갑자기 총을 꺼내 총알을 장전하는 게 처음 떠오른 이미지였어요. 제 전작에서도 많은 여성 캐릭터가 총을 쐈죠. 이번에는 시대에 맞지 않는 소품을 가지고 있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그러면서 도술이 뭘까 고민을 했죠. 부채라는 게 이 영화의 어떤 개념을 잘 설명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부채는 접으면 간단하고, 작아 보이지만 이걸 펼치는 순간, 공간이 넓어지는 거죠. ‘동양적인 마인드가 담긴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무륵에게 부채를 쥐어주고, 부채 안에서 잘 꺼낼 수 없는 무거운 칼 두 자루를 담아 놓는 게 무륵의 스토리였죠. 도술을 할 때 어떠한 아이템을 써야할지 고민하다가 우리나라만의 가진 독특한 걸 찾았어요.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졌던 다뉴세문경을 알게 됐죠. 지금의 세공술, 과학으로는 미스터리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가느다란 선이 청동 거울 안에 그어져 있어요. 되게 신비로운 그것이 도술에서 무기가 된다면 어떤 방식일까 고민하면서 찾아낸 거죠.”

‘외계+인’ 1부는 개봉 이후 ‘미니언즈2’ ‘탑건: 매버릭’ ‘토르: 러브 앤 썬더’를 제치고 이틀 째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지만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란 점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

“‘어벤져스’만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마블은 80년 역사를 가진 창작 회사인데 처음엔 어린이, 어른이 좋아하다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게 됐죠. 한편의 영화만으로 그만큼 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토르’가 유럽의 신화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우리도 거기에 버금갈만한 옛 이야기로 모험극을 만들고 싶었죠. 46일간의 장마를 맞기도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촬영도 힘들었지만 ‘개봉하면 얼마나 재밌게 봐주실까’하는 기대감으로 만들었어요. 영화가 가진 상상력과 호기심을 관객들께서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최동훈 감독은 구상 중인 작업에 대해 귀띔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랑이라는 게 참 어렵고, 쓸쓸하고, 아프고, 아름답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열심히 고민해보려 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케이퍼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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