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육대'의 오만과 존재 이유
입력 2022. 07.26. 15:42:09

'아육대'

[유진모 칼럼] MBC 예능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가 2년 만에 ‘2022 추석 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대회')로 돌아오는데 잡음이 많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출연자이자 소비자인 아이돌의 팬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동시에 ‘존재의 이유’에 딴죽을 걸고 있다. 아이돌의 부상 가능성과 제작진의 팬들에 대한 불친절 때문이다.

지난 25일 AB6IX(에이비식스) 측은 이 ‘대회’ 녹화에 참여하려는 팬들에게 공지 사항을 알렸다. 녹화 당일인 내달 1일 오전 5시 30분부터 40분 안에 출석 체크를 마쳐야 하고, 취식이 금지된다는 것. 10여 시간 이상 배를 곯아야 한다는 강제 조항에 팬들이 반발한 것인데 이는 당연히 MBC 혹은 제작진의 일방 통보를 전한 것일 터.

2010년 추석 특집으로 시작된 기존의 ‘아육대’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유명 아이돌 가수들이 육상, 양궁, 리듬 체조 등의 스포츠 경기로 경기하는 추석 혹은 설날의 특집 예능이었다. 명칭이 바뀐 ‘대회’ 역시 종목의 차이는 약간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변함없다. 문제는 부상이다. 풋살이 2016년 폐지된 이유인데 이번에는 부활되었다.

특별한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스포츠에는 부상의 위험이 상존한다. 어떤 기량을 겨루든 힘을 빼고는 스포츠가 이루어질 수 없고, 모든 스포츠는 머리도 머리이지만 일단 몸을 쓰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최 측은 매번 부상의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또 돌발적 사고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떠든다.

게다가 이번 라인업이 브레이브걸스 등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아주’ 젊은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하성운이나 SM엔터테인먼트의 데뷔 만 6년의 NCT까지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면 이번 출연진이나 대부분의 소속사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종목도 풋살을 제외하면 그다지 격하지 않다.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 방송 3사의 주말 가요 쇼가 1%에도 못 미치는 굴욕적인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과 맥락을 함께한다. 즉 해외의 K팝 팬들을 대상으로 흥행하고자 하는 것. 이에 필수적으로 해외 시장을 노리는 아이돌 및 소속사 역시 이 프로그램에 매우 호의적이고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바로 그 아이돌의 팬들이 단체로 폐지 요구에 앞장서거나 제작진에 반발하는 것일까? 취식 금지가 그 반발의 배경을 한마디로 웅변해 준다. MBC는 공영 방송을 자처한다. 이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도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래서 이번의 취식 금지가 분노를 유발한 것일 수도 있다. 팬들을 호구로 본 것에 다름 아니므로.

공영 방송 프로그램의 주인은 당연히 국민이다. 녹화에 동원되는 팬들은 이 프로그램의 드라마틱한 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의 한 직능에 소속되지만 아이돌에 비견되는 또 다른 축의 출연자이다. 최소한 미장센이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극화에 일정한 기능을 해 내는 조력자인데 출연료는 못 줄망정 사람대접은 해 줘야 한다.

감옥에서조차 그 어떤 흉악범일지라도 하루 세 끼 시간 맞춰 식사가 제공된다. 사람의 활동 주기상 깨어있는 동안 최소한 5~6시간에 한 번씩 식사를 해야 정상적인 사이클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대회’ 녹화 시간은 최소한 10시간이 예상된다. 팬들이 4시께 새벽밥을 먹고 나왔다고 가정하면 낮 12시, 오후 6시 두 번은 취식이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들은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이 주를 이룬다. 많이, 자주 먹을 나이이다. 공영 방송사의 ‘어른’인 제작진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청소년 방청객의 두 끼 식사를 금지하는 조치는 매우 이기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인 강제 조항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을 위한 조치임은 충분히 알겠지만 그렇다고 청소년들을 굶길 수는 없다.

제작진에게는 방청객에게 식사를 제공할 의무는 없지만 그렇다고 생존을 위한 식사를 금지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들의 딜레마가 느껴지기는 한다. 새로 유행이 시작되긴 했지만 이 프로그램의 속개를 놓고 회의를 할 시점에는 일상 복귀의 분위기가 한껏 전개될 즈음이었니까 부활의 가능성과 명분은 있었다.



그런데 막상 편성을 결정하고 나니 유행마저 다시금 속개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순간 제작진은 팬들을 위한 친절과 배려보다는 자사의 수익과 그들의 성과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시간 취식 금지의 발상은 도대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이 난해하다. 그것이 21세기 공영 방송사의 발상이라니!

이 프로그램이 초기에만 하더라도 MBC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낸 것은 사실이다. 2012년 설까지 3년간 두 자릿수(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2011년에는 무려 18.7%를 찍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이었다. 2013년 설 때 8.6%로, 이듬해 설에 6%대로. 2018년엔 4%대로 급전직하했다.

급기야 2020년 설 때는 2%대까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야말로 명절 특집이라는 수식어가 낯 뜨거울 정도였다. 아이돌의 부상과 적절한 후속 조치 미흡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기에 생략하고, 이번 팬들의 취식 금지 조치와 유사한 맥락의 2016년 방청객의 중간 퇴장 금지 강제 조치를 재차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녹화 중 한 아이돌이 자신의 역할이 끝난 뒤 퇴장하자 그를 추종하는 팬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스태프는 방청석의 그림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려 15시간이 훨씬 넘는 녹화 동안 방청객의 퇴장을 강제로 막았다. 이 ‘대회’의 부활을 그 누구보다 반기고 응원해야 할 아이돌 팬들이 적극 반대하는 배경이다.

우리는 하다못해 길거리의 떠돌이 개와 고양이에게도 정기적으로 음식을 제공해 준다. 코로나19 확산에 앞장섰다는 비난과 그에 따른 징계를 우려해 방청객의 취식을 원천 봉쇄했다면 과연 아이돌과 그들의 매니저 등 수행원, 그리고 제작진은 어떻게 식사를 해결하거나 허기를 이겨 낼 계획을 하고 있는 것인지 심히 궁금하다.

[유진모 칼럼 /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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