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사랑 받고, 주는 법 알게 해준 ‘외계+인’ 1부” [인터뷰]
입력 2022. 07.27. 07:00:00

'외계+인' 1부 김태리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에너지가 좋다. 1시간 마다 인터뷰가 진행됐지만 지친 기색이란 없었다. 오히려 매 시간이 첫 타임 인터뷰인 듯 활기찼다. 유쾌하고, 솔직한. 그것이 매력인 배우 김태리의 이야기다.

첫 멘트부터 활기가 넘쳤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카페 전체를 울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극장 개봉을 해서 너무 좋아요. 극장을 너무 사랑하고, 극장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뼈가 삭는 느낌으로 고통스러웠거든요. 저만의 장례를 치르기도 했어요. 너무 슬펐는데 다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도화선이 될 것 같아 설레요. ‘외계+인’은 영화관에서 보기 전, 케이퍼필름에서 제공해준 큰 스크린에서 봤어요. 별관 같은 곳이었는데 밖에까지 쩌렁쩌렁 소리가 울릴 정도로 웃으면서 재밌게 봤죠. 그게 저의 첫 감상이었고, 느낌이 맞는 것 같아요.”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고려 말과 현대, 서로 다른 두 시간대에 존재하는 이들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1부와 2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관을 담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머릿속에 잘 그려졌어요. ‘어떻게 잘 묵어냈지?’ 생각했죠. 복잡한 걸 깔끔하게 묶은 느낌이 들었어요. 올이 풀리거나 그런 것 없이 잘 땋은 게 놀라웠죠. 1부, 2부를 나눈 건 너무 필요한 거라 생각했어요. 1부로 끝내려면 4시간짜리 영화를 만들어야하는데 그걸 담기엔 얘기가 아까웠죠. 저는 드라마로 했어도 좋은 얘기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리메이크를 한다면 6부작 또는 8부작에 훨씬 더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를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1부와 2부를 나눈 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죠.”



김태리는 극중 천둥 쏘는 처자 이안 역을 맡았다. 이안은 630년 전 고려 말에 권총을 들고 다니는 정체 모를 여인. 천둥 쏘는 처자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캐스팅 돼서 행복했어요. ‘영광스럽다, 분에 넘치다’라는 표현은 개인적으로 싫어해요. 세상만사에는 이유가 있잖아요. 신에게 간택됐다는 뉘앙스가 싫었죠. 그런데 이번엔 영광스러웠어요. 분에 넘치다고 생각했죠. 감독님께 캐스팅 이유를 정확하게 들어보진 못했어요. 뉘앙스가 있었다고 하셨어요. ‘너의 얼굴이 좋아, 배우는 표정인데 넌 좋은 표정을 가졌어’라는 말을 들었어요.”

김태리는 완급 조절로 신비로운 분위기 이면에 자리 잡은 캐릭터의 강인함과 당당함까지 동시에 그려냈다. 총을 든 액션 연기를 능숙하게 소화하기도.

“사격장에 가거나 유튜브를 되게 많이 봤어요. 총 잡는 법, 총의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했죠. 이번엔 소품으로 쓰는 공기총을 받아 연습을 했어요. 집에 있을 때도 항상 손에 익히려고 했죠. 제 손이 작아서 아름다운 동작은 못해요. 최대한 편해보이게끔, 너무 안 만져본 것처럼 하면 안 되니까 몸에 익히려고 노력했죠.”

액션 움직임을 살린 고려시대 복식도 눈길을 끈다. 고증을 토대로 만들어진 의상은 세련되고 힙한 느낌을 더해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을 배가시켰다.

“작고 왜소해서 태가 잘 안 나는 몸이에요. 정확하게 액션을 해도 레코딩을 하면 촌스러워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의상은 촌스러움을 덮어줬어요. 세련되게 만들어줬죠. 저는 캐릭터를 만들 때 소품, 의상, 헤어 등을 제 몸처럼 사용하길 원해요. 그래서 의상과 소품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죠.”



데뷔작 ‘아가씨’를 비롯해 ‘1987’ ‘리틀 포레스트’ ‘승리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김태리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 하며 한계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매 작품마다 본 적 없는 얼굴을 선보이는 그는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굿(Good)’과 ‘베드(Bad)’만 봐요. 작품을 선택할 때 구애받지 않고, 좋은 것, 최선의 선택으로만 뽑죠. 기본적으로 똑같은 걸 다시 하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인터뷰할 때도 변주해서 말하려고 하는 편이죠.”

김태리는 ‘외계+인’ 1부를 통해 ‘사랑’을 배웠다고 한다. 사랑을 받는 법. 그리고 받은 사랑을 다시 주는 법까지. 김태리의 솔직 당당함, 진심이 통한 인터뷰였다.

“예전에는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지금은 사랑을 받는 법에 대해 알게 됐고, 사랑을 주는 법도 알게 됐죠. 객관적으로 사랑 받는 법에 대한 칭찬, 애정 하는 마음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배운 것 같아요. ‘외계+인’은 사람이 좋았던 거예요. 함께 했던 사람들이 저를 너무 사랑해줬죠. 예전에는 그런 사랑을 받아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어요. 나는 저들이 생각하는 만큼 아름답고, 가치 있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 나의 이면을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죠. 칭찬을 깔고, 뭉개며 제대로 보지 않았어요. ‘외계+인’을 하면서 명백히 직시하게 됐죠. 나는 사랑받을 만한 가치 있는 사람,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요. 나를 사랑해주는 건 이유가 있겠다고 느끼게 된 작품이에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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