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 용의 출현’, 결코 꺾이지 않을 기세 [씨네리뷰]
- 입력 2022. 07.27. 08: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전쟁은 과연 승리와 패배만을 가리는 수단일까. 기약 없는 참혹한 전쟁을 겪다보면 생(生)의 의미는 점차 퇴색되고 신념은 꺾이기 마련이나, 심지를 굽히지 않은 이가 있다. 불의가 의를 짓밟지 않도록, 불의로부터 의를 지키기 위해 버텼고 또 해냈다.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감독)의 이순신이다.
'한산: 용의 출현'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15일 만인 1592년 4월, 조선은 왜군에 한양까지 빼앗기고 잇따라 전쟁에 패한다. 이에 기고만장해진 왜군은 조선을 거쳐 명나라까지 정복할 계획으로 부산포에 집결한다.
수세에 몰린 조선에게 남은 희망은 전라좌수사 이순신이었다. 왜군들에 의해 조선의 팔도가 함락돼가고 있는 가운데 거북선의 손상과 도면이 도난당하면서 출전 준비는 난관을 겪는다. 그럼에도 이순신은 좌절하지 않았다. 갖가지 역경 속에서 그는 학익진 전술을 고안, 거북선울 출항시켜 일본을 단숨에 제압했다.
이순신의 지략으로 전세를 뒤집은 ‘한산대첩’은 오늘날, 임진왜란 중 가장 최초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전투로 회자되고 있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명량’에서의 이순신은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으로 나타났다면 ‘한산’에서는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학익진도에 장수들의 자질에 따라 적화한 위치에 배치하는 세심함부터 왜군이지만 그의 리더십에 감탄해 충성을 맹세한 이를 기꺼이 포용하는 이순신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여기에 예측하지 못한 사건과 변수로 인해 승리를 불분명한 국난에도 흔들림 없이 전투를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끈 이순신의 담대함은 뜨거운 전율을 일으킨다.
젊은 시절의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은 절제의 미학을 살렸다. 선이 고운 외모와 박해일 특유의 온화한 기운은 지장으로서의 이순신을 그려내기에 충분했다. 역동적인 액션이나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의 눈빛에는 결연함, 비장함, 묵직함이 담겨있다.
선한 의지로 중무장한 박해일에 반해 변요한은 조선의 반대편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 왜군 장수 와키자카로 열연했다. 거북선의 위용을 듣고 난 뒤 “두려움은 전염병이다”라며 살아남은 일본 수군들을 죽이는가하면 같은 왜군을 배신하는 등 서늘한 일본 장수의 모습을 변요한의 광기 어린 눈빛으로 표현해냈다. 특히 일본 고어로 이루어진 대사들까지 매끄럽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조선, 명나라를 넘어 인도 정벌까지 야망을 드러내며 일본군의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해상 전투신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그동안 역사책에서 글과 그림으로만 봐왔던 학익진 진법과 거북선 출현 장면은 그야말로 탄성이 터진다. ‘명량’보다 더 견고해진 기술로 한층 완성도를 높였다. 전투 장면의 대부분이 CG 작업으로 이루어진 사실이 무색하게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동감과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우여곡절 끝에 학익진 전술로 왜군의 허를 찌르는가 하면 때 맞추어 용맹한 기세로 등장하는 거북선까지 약 50분간 휘몰아치는 전투신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일본과의 전면 승부에 앞서 전투 준비 과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유발하다가 조선이 역전승을 거두는 순간은, 몸이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게 만드는 몰입감을 자아낸다.
‘명량’에서 논란 아닌 논란으로 야기됐던 ‘국뽕’에 대한 반감은 한껏 덜어냈다. 과한 신파보다는 각 캐릭터의 눈빛과 고요함, 침묵 속에서 동요되는 감동으로 담백함을 더했다. 박해일, 변요한을 필두로 ‘한산: 용의 출현’에는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등 등장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각자의 본분을 다한다. 이순신이 위대한 업적을 일궈나간 여정 속에 우리가 미처 잊고 있었을, 이름모를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용기가 조화롭게 담겼다.
‘한산: 용의 출현’을 지금, 오늘 개봉한 이유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쟁은 비단 임진왜란 당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비롯해 지금도 여전히 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통해 ‘한산: 용의 출현’은 전쟁의 의미를 돌이켜보고,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김 감독의 세심한 메시지를 담는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의 바톤터치를 이어받아 연타 흥행을 노린다. 앞서 ‘명량’은 개봉 첫날 역대 최고 오프닝을 기록, 누적 관객수 1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개봉영화 사상 최대 흥행작으로 기록된 바.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례적으로 올 여름에는 ‘외계+인’, ‘비상선언’, ‘헌트’ 등 다채로운 한국 대작 영화들이 극장가에 걸린다. 이 가운데 김한민 감독의 ‘한산’이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산: 용의 출현’은 오늘(27일) 개봉. 러닝타임은 129분. 12세 이상 관람가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