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어떤 영화보다 자신 있는 ‘비상선언’, 감히 추천 드리고 싶죠” [인터뷰]
입력 2022. 08.01. 17:02:22

'비상선언' 송강호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제가 89년도에 연극을 시작해 33년째 연기를 하고 있어요. 영화는 26년째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늘 드리는 말씀은 관객들에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다가가려는 지점이 있어요.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면 너무 감사하죠. 제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뿐만 아니라 ‘비상선언’의 과정을 잘 알기에 많은 스태프, 배우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그래서 극장에서 한 번 경험해보셔도 좋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을 꿔요.”

2022년 상반기는 ‘송강호의 해’가 아닐까. 지난 5월 영화 ‘브로커’로 한국 최초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그가 ‘비상선언’으로 잇달아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비상선언’은 항공 테러로 무조건 착륙해야 하는 재난 상황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항공 재난 드라마다. 28,000피트 상공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항공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 역을 맡은 송강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를 진행, ‘비상선언’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어나면 안 되지만, 일어나서도 안 되는 크고 작은 재난, 일들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가고, 수습해 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지점에서 이 영화는 다른 일반 장르물인 재난과 다른 지점에 있었어요. 한재림 감독님이 재난을 헤쳐 나가는 수많은 이이야기를 어른스럽고, 담담하게 담고 있구나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그때는 코로나19 시대가 아니었죠. ‘코로나’ 단어 자체가 없을 때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다가왔죠.”



영화는 의문의 남성이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이륙한 비행기, 어디로도 탈출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한 혼돈의 상황은 불가피한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면면을 조망한다.

“비행기 안이 특수하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배나, 기차 같은 경우 역이나 항구에 정박할 수 있는데 비행기는 어떠한 경우도 접촉을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었죠. 지상에 있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가진 딜레마, 너무 구하고 싶은데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러나 이것이 너무 슬프게만 감정적으로만 표현돼도 안 될 것이며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도 안 됐어요. 그 지점을 어떻게 적절하게 표현하느냐를 생각하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죠.”

송강호는 비행기 안에서 촬영한 다른 배우들과 달리, 지상에서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내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는 남편이자 재난 해결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뛰는 형사로서의 면모를 소화해냈다.

“처음에는 저도 비행기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병헌 씨를 보고 처음엔 ‘부럽다, 밖에 한 번도 안 나오고 세트장에서 연기해서 좋겠다’고 했어요. 짐볼 기계를 본 후 공포스러웠어요. 지상에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생각이 들었죠. 저도 나름 지상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추격전도 하고, 비도 맞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볼을 본 후 비행기는 타기 싫더라고요.

‘비상선언’은 지상과 상공, 두 공간의 상황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송강호는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촬영하기도 하고, 추격 중 자동차가 전복되는 장면까지 몸을 던져 연기, 영화와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담을 넘다가 다리를 다치기도 했어요. 담에서 떨어져 절뚝이면서 쫓는 게 실제로도 다친 상태였죠. ‘절뚝 거린다’가 시나리오엔 없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리얼하게 나온 것 같아요. 추격전도 한여름이었는데 스태프들, 배우들이 열정적으로 열심히 해줘서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아요.”



칸 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첫 선을 선보인 ‘비상선언’은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환호와 함께 약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프랑스 현징의 영향력 있는 매체들은 물론, 해외 언론들의 호평세례가 이어지기도.

“그때 당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영화를 못 봤어요. 들어와서 인사하고, 암전이 됐을 때 몰래 나가서 회의를 했죠. 회의를 하고 마지막 기립박수를 받을 때 다시 들어와 본 것처럼 인사했던 기억이 나요. 보신 분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들었어요. 묻지도 않았는데 찾아와서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좋았구나’ 생각이 들었죠.”

송강호는 ‘우아한 세계’에서 한재림 감독과 처음 작업한 뒤 ‘관상’에 이어 ‘비상선언’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송강호는 한 감독의 뚝심 있는 열정을 높이 샀다.

“한재림 감독님과는 벌써 세 번째에요.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자세나 태도가 뚝심 있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우아한 세게’부터 좋았죠. 그때 8번 재촬영한 적도 있었는데 할 때마다 신이 좋아졌어요. 이렇게만 찍어주신다면 8번이 아니라 80번도 찍겠다고 했죠. 16년 전인데 그때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아닌, 중구난방 환경이었어요. 촬영 기간도 길고, 회차도 많고, 다시 찍는 것도 수차례 있었죠. 그때 그걸 보고 젊은 친구가 대충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구나 싶었어요. 예민한 예술가의 감각, 뚝심 있는 열정이 저보다 어리지만 배울 수 있었고, 존중하는 지점이 있었죠.”



송강호는 전도연, 임시완과도 다시 한 번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전도연은 2007년 ‘밀양’ 이후 15년 만에 재회했으며 임시완과는 2013년 ‘변호인’ 이후 만남이다.

“전도연 씨는 최고의 한국 여배우에요. ‘비상선언’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을 봐도 연기에 본인의 철학이 담겨있죠. ‘밀양’도 마찬가지에요. 연기에 앞서 인물에 대한 깊이와 철학이 남달라요. 늘 보게 되는 훌륭한 배우죠. 이번 ‘비상선언’에서는 비중 자체가 크지 않다보니까 깊이 있게 다루는 인물은 아니었어요. 국토부장관에 대한 포맷 자체가 능동적인 인물보다는 묵묵히 지켜보는 거라 비중이 적었죠. 폭발적인 연기를 감상하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장관이 가지는 적절한 선을 찾아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해요. 임시완 씨는 이렇게 비유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범죄도시2’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임시완이 있어요. 그만큼 강렬하고, 너무 훌륭하게 연기를 해주셨죠. 지금 구례에서 드라마 촬영 중인데 아침에도 답장을 주고받았어요. ‘네가 너무 대견스럽다, 훌륭하게 연기해줬다’라고 칭찬했죠.”

두 차례 개봉 연기됐던 ‘비상선언’은 우여곡절 끝에 8월 3일, 여름 극장가에 등판한다. 송강호는 감독은 물론, 배우, 스태프들의 땀과 열정이 묻어있는 ‘비상선언’을 향해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한재림 감독의 치열했던 지난 10년간의 준비, 본격적으로 준비한 3년 동안의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겨있어요. 그리고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을 비롯해 승객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의 놀라운 능력들이 어떤 영화보다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죠. 이 모든 분들의 노력과 열정이 절대 헛된 시간들이 아닐 거라 감히 추천 드리고 싶어요. 지금 우리가 겪는 코로나를 인식하기보다, 우리 영화를 통해 살아가는데 어떤 게 과연 소중한 것인가를 한번 씩 해보셨으면 해요. 그만큼 더 큰 결과는 없다고 생각하죠. 코로나를 비롯해 어떤 재난을 맞이하더라도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느끼는 게 가장 큰 보람이자 목표입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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