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되찾은 극장가의 티켓 가격 논란
입력 2022. 08.19. 10:12:29
[유진모칼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먼지만 풀풀 날렸던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예전 수준의 관객 수와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2020~2021년 2년간의 불황 때 3사가 올린 티켓 가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의 극장을 독점한 3사의 횡포인가? 전체적 물가 인상의 흐름인가?

올 초 팬데믹 사태가 잦아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3사는 지난 2년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1~2분기 동안 각자 수억 원 이상의 영업 이익을 냈다. 팬데믹 적자 때 3사는 몸집을 줄이는 한편 3차례에 걸쳐 티켓 가격을 인상했다. 일반관은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이다.

4DX나 IMAX 같은 특별관은 평일 2만 2000원, 주말 2만 3000원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일반관이 주중 1만 원, 주말 1만 1000원이었다. 3사는 가격 인상 때마다 방역을 위한 영업시간 제한과 띄어 앉기, 그리고 기대작들의 개봉이 미뤄진 데 따른 관객의 급감으로 인한 영화 산업 전체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그 당시 3사는 인력을 30% 이상 감축하고, 일부 상영관의 문을 닫는 등 강력한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흑자로 전환되었으니 가격을 내리는 게 논리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티켓 수입은 세금을 제외하면 극장,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이 나눠 갖는다.

보통 극장이 45%를, 투자-배급사가 55%를 각각 가져간다. 배급사는 배급 수수료 10%를 받는다. 그 나머지 금액에서 투자사가 70% 정도를 챙기고, 나머지를 제작사에 준다고 보면 평균치에 근접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혹은 덜 가져갈 수도 있다. 감독과 배우의 인센티브는 계약에 따라 투자사 혹은 제작사 몫이다.



그렇게 볼 때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가장 많이 번다고 할 수 있다. 투자사나 제작사가 수출 및 판권 판매 등의 부가 수입을 올리듯 멀티플렉스는 자체 매장을 통한 수입도 올리니 그것도 영화에 따른 부가 수입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래저래 따져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회사는 멀티플렉스라는 이야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단 제작사는 작품을 기획하고, 발전시키며,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창의력, 자금력, 노동력 등 다양한 힘과 돈을 쏟는다. 물론 투자사를 잘 만나면 중간에 투자사가 그런 과정을 적극적으로 도와 제작사의 발품을 덜어 준다. 요즘은 작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투자사가 직접 관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럴 경우 그만큼 투자사가 지분을 더 가져간다. 그러나 상영관은 제작 과정에서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완성된 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유통만 담당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런 콘텐츠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게 식음료를 평범한 마트보다 더 비싸게 판매한다. 콘텐츠를 활용한 식음료와 굿즈까지 팔아 부가 수익을 올린다.

또 극장은 모든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입는 직접적인 손실이 없다. 제작사, 특히 투자사는 투자금을 그대로 손해 보아야 한다. 관객의 돈은 일단 멀티플렉스에 들어오기 때문에 극장은 자신들의 수수료를 뗀 후 나머지 돈을 투자사에 넘기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다. 영화 제작에 투자한 돈이 없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가 손해를 보는 건 건물 운영비와 인건비 등 때문이지 영화 제작이나 배급에 돈과 노력을 들였기 때문은 아니다. 관람료에서 공제하는 세금은 부가 가치세가 10%, 영화 발전 기금이 3%이다. 기금은 이른바 독립영화 등에 지원되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작품성 발전을 위해 축적하는 돈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다. 샐러리맨의 가장 만만한 점심 메뉴인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가 8000원 안팎인 시대이다. 게다가 자본주의 체제이고, 자유 경쟁의 시장이기에 정부의 개입이나 간섭은 용납되지 않는다. 따라서 멀티플렉스가 정한 티켓 가격이 그냥 준거틀이다. 식당이 냉면 하나에 2만 원을 받겠다면 먹고자 하는 손님은 내야 한다.

즉, 영화 관람료에서 소득 공제를 해 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앞서 영화 발전 기금을 더 떼야 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기’에 2만 원 안팎의 돈을 내고 일부러 극장에 갈 사람은 대부분 정해져 있을 듯하다. OTT와 케이블 TV도 있는 데다 드라마들도 매우 훌륭하다.

물론 각 관객의 입장에서 저마다 꼭 극장에서 보아야 할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그 정도의 가치관을 지닌 관객이라면 극장에 돈을 쓸 이유도, 그만한 능력도 있을 것이다. 한 달에 10만 원 안팎의 극장 티켓 비용을 감당하는 게 힘든 관객이라면 다른 플랫폼이 답이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럭저럭 문화를 향유할 방법은 많다.

물론 그런 현상이 심화되어 극장 수입이 줄게 되면 멀티플렉스들은 또 티켓 가격 인상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또 관객 수가 주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것이다. 티켓 가격을 인상하면 그만큼 상영관의 시설, 그리고 관객에 대한 서비스 등의 업그레이드에 더욱 힘쓰는 게 설득력 있지 적자 타령은 핑계가 못 된다.

멀티플렉스가 적자를 보는 건 스스로 사업 설계를 잘못했기 때문이지, 영화 자체나, 제작사나, 투자사나, 관객의 잘못이 아니다.

[사진=뉴시스 제공,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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