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트’ 정우성, 그가 말한 ‘이정재스러움’ [인터뷰]
- 입력 2022. 08.19. 16:38:26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응답했다. 연예계 소문난 절친으로 ‘청담 부부’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이정재와 두터운 우정을 자랑한 정우성.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헌트’로 조우, 반가움을 더한 그다.
'헌트' 정우성 인터뷰
정우성은 이정재와 ‘태양은 없다’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청춘의 아이콘’이자 ‘청춘스타’로 급부상했다. 두 사람이 같은 스크린에 담기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 그 모습을 기억한 이들에겐 설렘을 자극하기도.
“제작 프로듀싱에 대한 의지로 정재 씨가 작품을 선택했어요. 작품 캐릭터를 잘 끌어올려 같이 하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감독님을 먼저 찾고, 그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디벨롭 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같이 하자’고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았죠. 감독님을 찾고, 작업을 하다가 중지되는 우여곡절을 옆에서 지켜보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수정고가 나올 때마다 같이 보면서 저의 의사를 묻기도 했고요. 주변에서는 정재 씨에게 ‘길게 작업을 했는데 연출을 직접 해보는 게 어떠냐’고 얘기했더라고요. 저에게 ‘어떻게 생각하냐’ 묻기도 했어요. 그때 저는 ‘보호자’ 촬영을 하고 있을 때라 얼마나 힘든 노동인 줄 아니까, 내가 한 고생을 똑같이 하려는 구나 싶었죠. 그러다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님이 함께 하게 됐어요. 직접 연출에 용기를 심어주셨죠. 결심 후 ‘같이 하자’는 얘기를 할 땐 정말 잘 만들어야하는 짐, 부담이 생겼어요. 하지만 바구니에 담은 계란 두 개가 다 깨지더라도, 우리끼리 즐기는 게 아닌 정말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하게 됐죠.”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이정재는 4년간의 각본 작업을 거쳐 연출, 연기까지 직접 소화했다. 정우성 역시 영화 ‘보호자’를 통해 일찌감치 감독으로 도전했기에 그의 고충을 이해했을 것이다.
“작업이 어떻다는 건 제가 알고 있으니까 지치지 않길 바랐어요. 현장에서 귀를 열어 놓은 감독이 되길 바랐죠. 본인이 선택한 결정, 고뇌, 외로움, 감정적 무게에서 벗어나지 않고, 올곧이 받아들이길 원했어요.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았죠. 그래서 저는 옆에 가만히 있는 게 큰 응원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먼저 했다고 해서 무슨 말을 하는 건 단어 마다 의미부여가 다르잖아요. 현장에서 이정재 감독의 세계관, 속도가 있을 것인데 함부로 얘기하는 건 흐름을 방해하고, 혼선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이정재다운’ 현장이 되길 바랐죠. 그러기 위해선 기다리기도 했어요.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낸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 시간들이 ‘이정재스러움’이 되길 바랐어요. 너무 힘들면 기댈 수 있을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옆에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랜 기간 우정을 이어온 만큼 남다른 호흡으로 완성해냈다. 심리전을 다루면서도 첩보 액션 드라마가 지닌 장르적 쾌감도 놓치지 않았다. 보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리얼하게 구사, 생동감과 힘을 더한 것. 특히 초반 박평호와 김정도가 맞붙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둘 다 체력이 떨어져서 ‘아이고~ 아이고~’라고 했어요. 하하. ‘아이고~ 액션’이죠. 김정도와 박평호는 각자 스스로 객관화 시키면서 만들어진 딜레마를 이겨내고, 현실 세계에 적용하려는 행위를 하는 인물들이에요. 그런 면에서는 닮았는데 각자의 신념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종착지는 다르죠. 둘이 부딪힐 대 단단하게 부딪힐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어떤 면에선 닮아있죠. 그런 것들이 액션에도 고스란히 표현되어야 했어요.”
닮은 듯 다른, 두 인물이다. 그래서 강하게 부딪힌다. 정우성이 이 작품을 택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시나리오를 좋고, 나쁨으로 접근해서 바라본 건 아니었어요. ‘시대물’은 어떻게 보면 매력적인 코드로 작용되잖아요. ‘헌트’만큼은 배우 입장에서 접근한 시나리오는 아니었어요. 결정한 후 우리가 하는, 영화 안에서 김정도는 어떤 인물일까 하고 접근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김정도, 박평호는 닮은 듯 하지만 방향성이 달랐죠. 둘이 부딪힐 때 형성되는 기류에 의해 서로의존재감이 확인되는 캐릭터잖아요. 그 점에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
‘헌트’는 두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된 하나의 프로젝트다. 그저 ‘우리만의 의미’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정우성은 조금 더 까다로운 시선으로 이정재 감독에게 객관적이고 냉정한 조언을 했다.
“정재 씨는 늘 긍정적인 어떤 자극을 줘요. 서로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다른 현장에서 영화에 대한 이해, 영화를 임하고, 표현하는 방식 등은 다르잖아요. 같은 모습이라고 하면 주어진 어떤 것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돌이켜보면 정재 씨도 새 캐릭터에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저 역시도 그랬어요. 그런 모습을 서로가 보면서 서로에게 자극, 위안이 됐죠. 그러면서 같은 걸 바라보는 시간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인터뷰 마지막까지 이정재를 향한 믿음, 신뢰를 드러냈다. ‘함께 또 작업을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당연”이라고 강조한 정우성이다.
“정재 씨의 도전, 함께 한 도전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좋아요.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아 의미도 새롭게 부각되는 듯 하죠. 도전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해냈다는 게 좋아요. 서로가, 서로의 경험을 한 바구니에 담아 시너지가 일어난 걸 확인했잖아요. 확인한 시점에서 또 다른 도전들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