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내 인생’과 서제이, ‘사랑이 뭐길래’와 김국환
입력 2022. 08.22. 10:36:59

서제이 김국환

[유진모 칼럼] KBS1 저녁 일일 드라마 ‘으라차차 내 인생’(구지원 극본, 성준해 연출)이 지난 4월 11일 방송이 시작된 이래 한때 잠깐을 제외하고는 줄곧 평일 지상파 방송사 시청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KBS2 토일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28.8%)를 제외하고는 단연 지상파 모든 프로그램에서 경쟁 프로그램이 없는 셈이다.

케이블 TV와 종합 편성 채널이 안정권에 들어오고,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들이 인기를 얻은 이후로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이 급격히 저하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KBS의 저녁 일일 드라마와 토일 드라마는 철옹성이다, 일일 드라마의 경우 한때 20%를 넘나들었고 현재 ‘으라차차 내 인생’이 보여주듯 10% 후반대를 내달린다.

토일 드라마의 경우 지난해 ‘오! 삼광빌라!’와 ‘오케이 광자매’는 30%대를 기록했다. ‘으라차차 내 인생’의 인기는 그런 ‘전통’ 때문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특히 요즘 시청자는 어떤 관행이나 채널에 대한 믿음만으로 리모컨을 조작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면 언제든 리모컨을 누르는 데다 채널을 기준 삼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에 따른 프로그램의 퀄리티와 내용이다. 그런 면에서 ‘으라차차 내 인생’은 가족 등 전 연령층의 주인공들에게 시선을 분산시키던 기존의 일일 드라마와는 달리 30대 초중반의 네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기획부터 집필과 연출의 성공이다.

회차가 길게 늘어지는 일일 드라마의 특성상 약간의 막장 코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쉽지 않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잡음 없이 순항할 수 있는 배경은 뭐니 뭐니 해도 서동희(남상지)의 조카를 향한 희생정신이다. 오빠가 백승주(차민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나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엄마가 되어 준 것.



요즘 20~30대의 젊은이들은 결혼은 물론 출산을 안 하려는 경향이 짙다. 세계 최하위 출산율이라는 통계가 증명한다. 그런 사조 아래에서 20대에 제 꿈을 포기하고 친자도 아닌 조카의 엄마 노릇에 충실하겠다고 나선 동희의 결심은 숭고하고 고결한 희생정신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고 있는 것.

네 주인공을 비롯해 연기력이 입증된 중견 배우들이 포진된 조연들의 감초 역할도 극의 볼륨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 모든 장치들을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일일 드라마의 고루한 틀 안에 가두지 않는, 균형 잡힌 연출 솜씨를 펼치는 성 PD의 실력 발휘가 결국 극의 재미와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것.

더불어 실력파 가수들을 대거 동원해 OST에 참여시킨 작전 역시 시청률 견인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제작진은 코요의 ‘아직도 실감이 안 나서’, 금나라의 ‘시작하지도 말 걸’, 송푸름의 ‘우리 이렇게 헤어지나요’, 헬로봉주르의 ‘미치기 직전이야’, 숙희의 ‘어떡하죠 아무것도 못하겠어’, 조문근의 ‘무희’ 등의 물량 공세를 쏟아부었다.

모두 시청자와 리스너들의 호응을 받았는데 특히 최근까지 꾸준하게 드라마에 삽입되어 온 서제이의 ‘이제는 나 사랑할 수 없게 됐어’의 공로가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의 끝에 서 있나 봐/놓지 못해 나 눈물뿐이야/왜 이리 허전한지 몰라/(중략)이제는 나 사랑할 수 없게 됐어/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 너야’라는 가사와 애절한 멜로디가 드라마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며 극의 감동을 배가시켜 주는 것.



김국환의 ‘타타타’는 우리나라 ‘드라마 OST의 전설’을 대표하는 곡 중의 하나이다. 김국환은 1978년 ‘꽃순이를 아시나요’로 인기를 얻지만 이후 별다른 히트곡 없이 만화영화 주제가 취입 등으로 자신의 본업인 대중가요와는 떨어져 활동했다. 1991년 드디어 회심의 새 앨범을 발표하지만 대중에게 외면당한다.

MBC는 1991년 11월 23일부터 55부작 주말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내보냈다. 당시 최고의 인기 작가였던 김수현이 집필한 이 드라마는 64%의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대발이 신드롬’이라는 용어와 함께 전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1992년 어느 날 이 드라마에 ‘타타타’가 삽입되면서 김국환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

이 곡은 드라마만큼이나 인기를 얻었고, 결국 김국환은 그해 생애 처음으로 KBS2 ‘가요 톱 텐’에서 골든 컵을 수상한다. 이 경우 그야말로 김수현이, 혹은 ‘사랑이 뭐길래’가 김국환의 인생을 바꿔 준 셈인데 ‘으라차차 내 인생’과 ‘이제는 나 사랑할 수 없게 됐어’는 이른바 협업을 통한 ‘윈-윈’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남은 숙제는 하나이다. ‘으라차차 내 인생’이 시청률 20%에 진입하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 서제이 혹은 다른 OST 가수들이 얼마나 힘을 보태 주느냐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요구르트스튜디오,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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