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현-서민재, 공상허언증인가, 무고죄인가?
- 입력 2022. 08.23. 08:00:00
- [유진모 칼럼] 가수 남태현(28)과 자동차 대기업 정비사 출신 유튜버 서민재(29) 씨의 애정 다툼이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서 씨는 공화증(없었던 일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말하거나 발생한 일을 위장, 왜곡하는 신경병적인 증상) 환자인가, 사소한 다툼에 지나치게 격앙해 연인을 무고죄로 모는 팜 파탈인가? 남태현은?
남태현 서민재
서 씨는 지난 20일 인스타그램에 남태현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남태현 필로폰 함. 제 방인가 회사 캐비닛에 쓴 주사기가 있어요. 그리고 저 때림.”이라고 적었다. 그뿐만 아니라 “남태현이랑 나 뽕쟁이. 녹음 있다. 내 폰에. 그땐 사랑이어.”라는 등의 횡설수설하는 글을 올리거나 지우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어제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글을 쓰게 됐다. 먼저 어제 연인과 서로의 잘못으로 인해 다툼이 있었다. 그 당시 저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약을 적정량보다 많이 먹어서 현재도 정확히 기억을 못 할 정도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화해했다. 심려 끼쳐 정말 죄송하다.”라고 썼다.
남태현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두 사람이 다퉜고, 그로 인해 서 씨가 황당한 주장을 했지만 이제는 모두 해소된 상황임을 알렸다. 그는 2014년 보이 그룹 위너로 데뷔해 2년 만에 탈퇴한 뒤 밴드 사우스 클럽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서 씨는 2020년 종합 편성 채널 채널A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트 시그널’ 시즌 3에 출연했다.
여기서 유명해진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23만여 명과, 유튜브에서 4만여 명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남태현과 함께 서울 용산구에서 카페 겸 바를 동업해 온 연인 사이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는 물 베기 같은 부부싸움보다 더 사소한, 그저 연인 사이의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21일 서울 용산 경찰서는 서 씨의 인스타그램 게시물과 관련해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 즉 남태현의 투약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것. 실질적인 수사 착수이다. 일단 무죄 추정 원칙과 두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서 씨가 아직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미숙함에 없는 일을 꾸며 댔다는 전제하에 잘잘못을 가려 보는 게 순서이겠다.
두 사람은 분명히 교제 중이다. 게다가 바를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이다. 사적인 사연과 공적인 일이 동시에 얽히지 않을 수밖에 없는 관계이다. 당연히 반목과 충돌, 갈등이 없을 수 없다. 공과 사 둘 중의 하나만 엮여 있다면 답은 간단할 텐데 공사 모두 얽매여 있으니 상황도, 솔루션도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둘이 다퉜다. 그게 애정 문제인지, 사업 문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 어떤 것이든, 그 외의 다른 문제이든 전술한 대로 공과 사가 동시에 걸려 있는 두 사람의 관계상 전개는 오리무중으로 간다. 그래서 매우 속이 상한 서 씨가 SNS에 화풀이를 했다. 남태현에 대해 따로 비난할 게 없기에 홧김에 마약 중독자로 몰았다.
게다가 정신병 관련 처방약을 과다 복용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논리 정연한 팩트를 적기 힘든 정신적, 의식적 상황. 그래서 횡설수설하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시간이 흘러 제정신이 돌아오니 큰 실수를 저질러 두 사람의 애정 전선에 이상이 생겼고, 심지어 남태현의 명예를 훼손할 지경까지 간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새로운 글로 상황 수습, 끝! 끝? 아니다. 서 씨가 본격적인 연예 활동을 제대로 못 해 보아서 잘 모르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인플루언서로서의, 유튜버로서의 활동을 보면 그도 이제 연예인 클래스이다. 게다가 아이돌 출신 가수의 연인이다. 최소한 준연예인이다. 따라서 자신의 언행에 대한 법적, 도덕적 책임이 막중하다.
지금은 한방향 보도 시대의 방송, 신문, 잡지 등의 미디어 시대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보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쌍방향 다채널 시대이다. 아무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거나,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 그게 이 시대의 미디어 기능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짜 뉴스’의 폐해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된 것이다.
서 씨는 자기 집이나, 남태현의 집, 혹은 바에서 해결했어야 할 다툼을 공론의 장과 다름없는 SNS로 몰고 갔다. 만약 두 사람이 연예인(혹은 준연예인)이 아니었다면 문제는 이렇게 일파만파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수의 대중은 그저 ‘웬 정신 나간 사람이 약에 취해 횡설수설했군.’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터.
그런데 남태현과 서민재라는 이름이 올라왔으니 상황은 다를 수밖에. 경찰이 재빠르게 조사에 들어간 것만 보아도 여론의 추이가 어떤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게다가 요즘 동남아는 물론 국내에서의 마약 범죄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심각성은-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지만-서 씨가 인지하는 것과 사뭇 다를 듯하다.
아돌프 마이어가 만든 정신위생(사회생활에 있어서 정신 활동의 조화와 적응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위생학의 한 분파)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정신 건강을 도모하고 정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법.’이라는 의미이다. 이 어려운 용어를 꺼내는 것은 바로 서 씨를 위해서이다.
그녀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행위는 공상허언증 혹은 공화증에서도 매우 심각한 단계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게다가 애정 혹은 사업상의 불화를 매우 악독한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악덕한 조짐까지 보인다. 연인이 제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고 마약 중독자로 몰아가려는, 조작을 넘어선 주작은 왜곡과는 다른 악행이다.
존 로크는 “신은 인간을 오직 두 발 달린 짐승으로 만들지는 않았고,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로 삼기 위해 오직 아리스토텔레스에게만 일임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만일 지식이 관념의 일치에서 성립된다면 광신자와 이지적인 사람의 차이는 없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330년 뒤를 내다보기라도 한 것일까?
만약 그녀의 해명이 거짓이라면 남태현은 ‘뽕쟁이’가 된다. 물론 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당연하겠지만 경찰은 확실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건 서 씨에게도 적용된다. 횡설수설하는 배경을 밝혀 올바른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서 씨에게는 무고죄, 명예훼손죄,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서민재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