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전국노래자랑’ MC가 무엇이기에
입력 2022. 08.30. 10:30:00

김신영

[유진모 칼럼] 김신영(39)이 오는 10월 16일부터 KBS1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는다. 김상미 CP는 “김신영은 2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서 TV, 라디오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인정하는 천재 방송인이다. 무엇보다 대중과 함께하는 무대 경험이 풍부해 새로운 ‘전국노래자랑’ MC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낙점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발표가 있은 30일 오전 많은 시청자들은 이 내용에 대해 매우 집중하고 있다. 다수의 매체들의 태도가 증명한다. 특히 김신영이 ‘뽀빠이’ 이상용, 기자 출신 베테랑 MC 이상벽, ‘넘사벽’ 방송인 쌍두마차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이수근마저 제치고 ‘전국노래자랑’ 최초의 여성 MC로 이름을 올린 데 대해 집중하고 있다.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11월 9일 고 이한필(가수 위키 리)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매회 특정 지역을 정해 예심을 통과한 아마추어 출연자들이 노래 ‘실력’과 향토색을 뽐내는 고향 잔치 형식으로 진행되며, 일요일 낮의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체성으로 최장수라는 타이틀을 자랑해 왔다.

이상용이 2대 MC를 맡고, 다시 고광수, 최선규에게 차례로 마이크가 옮겨졌다가 5대째 송해가 맡았고, 잠시 김선동에게 건넸다가 1988년부터 지난 5월 사망하기 전까지 송해가 붙박이로 진행해 왔다. 그의 사망 후에는 작곡가 이호섭과 아나운서 임수민이 임시로 맡아 왔다. 오락 프로그램 새 MC 선정이 이토록 뜨거운 일일까?

KBS 측은 송해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동안 녹화 현장에서 만난 관객만 1000만 명이 훌쩍 넘는다고 했다.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연령층도, 직업도 다양했을 터. 송해는 비정기적인 활동을 제외하고 정규 진행은 이 프로그램 하나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그는 ‘국민 MC’라는 타이틀을 얻고, 이 프로그램을 국민 예능으로 승화시켰다.

송해가 MC 중 최고령이었기에 진작부터 후임 MC에 관한 거론이 있었다. 송해는 2010년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했을 때 “강호동, 이경규, 유재석 중 누구를 차기 MC로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없다. 이수근이 제일 적합하다.”라고 대답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또한 그는 지난해 후임으로 이상벽을 언급하기도 했다.

송해가 ‘전국노래자랑’을 오래 진행한 만큼, 또한 고령인 만큼 서서히 후임을 거론할 타이밍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고, 송해 스스로도 그런 순서를 잘 알고 있었을 터. 그런데 후임 MC에 유독 관심이 쏠린 본질에 대해 방송가나 시청자가 잘못 해석하는 바가 없지 않은 듯하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송해 후임이라는 점이다.

‘전국노래자랑’이 문화적 혜택이 척박하던 한때 ‘국민 예능’이었던 것은 맞지만 지금은 다르다. 6%대의 섭섭하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낯 뜨겁다.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본다고 하지만 사실상 10~40대는 이미 지상파를 떠난 지 꽤 되었다. 심지어 노년층도 유튜브에 몰린다.



‘전국노래자랑’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대표적인 ‘국민 예능’이라기보다는 송해라는 최장수, 최고령 MC를 보유한 최장수 오락 프로그램이기에 돋보였던 것이지 국민 오락이어서 관심이 쏠리는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자면 ‘전국노래자랑’이 송해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송해가 ‘전국노래자랑’을 완성했다는 의미이다.

김신영은 “가문의 영광이다.”라고 궁극의 감격스러운 심정을 나타내었고, 소속사 대표인 송은이 역시 유사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각 매체들은 ‘이상용, 이상벽,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을 넘어섰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며 ‘최초의 여성 MC’라는 수식어 역시 강조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마치 새 9시 뉴스 앵커라도 알리는 듯.

또한 매번 전국의 특정 지역을 찾아가 미리 리허설도 하고, 지역의 자랑거리 및 특성도 취재해야 하는 등 하루 이상의 제작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신영의 어깨가 무겁다는 표현도 잊지 않고 있다. 그 어떤 콘텐츠가 그런 노력이 없을까? 드라마 한 회를 찍을 때에도 미리 헌팅을 하고 리허설도 한다.

따라서 김신영, 송은이, 각 매체들의 반응은 형식적이거나 의례적인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자면 유재석 등은 하나도 섭섭하지 않을 듯하다. 혹여 섭외가 들어왔더라도 맡을 마음이 없었을 수도 있다. KBS의 선택은 이른바 ‘개혁’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상용이나 이상벽, 더 나아가 이경규까지 피한 의도는 분명하다.

프로그램 색채를 젊게 바꾸고, 여성 시청자를 늘리겠다는 포부이다. 프로그램 성격상 출연자들의 레퍼토리는 트로트가 주류이다. 때마침 ‘미스터 트롯’의 인기로 트로트가 유행 중이다. 젊은 여성 MC를 기용함으로써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제목은 유지하되 성격은 젊게 바꾼다!

이상용이나 이상벽이 맡는다고 가정할 때 송해 때와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규의 ‘버럭’ 캐릭터는 송해의 반대편이다. 유재석, 강호동은 스스로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했을 것이다.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 송해 후임 MC라는 건 놀랍지만 ‘전국노래자랑’ MC라는 건 다소 이채로울 따름이다.

김신영의 발탁이 ‘전격적’이고, ‘이례적’인 것은 맞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놀랄 수는 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국노래자랑’ MC 한 명이 일부 시청자를 놀라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하는 듯하다. 김신영은 원래 하던 일 중의 하나가 늘었을 뿐인데 웬 ‘가문의 영광’까지?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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