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영우' 임성재, 성실함으로 얻은 또 다른 출발점 [인터뷰]
- 입력 2022. 08.31. 09: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임성재가 '우영우' 속 털보 사장으로 대중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성실함으로 승부를 건 임성재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임성재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 임성재는 극 중 동그라미(주현영)가 일하는 털보네 요리 주점 사장 김민식 역으로 존재감을 빛냈다.
‘우영우’는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방영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케이블 방송사였던 ENA 채널은 개국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대중 인지도를 높였다. 다만 이 같은 인기를 배우들은 뒤늦게서야 체감했다.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우영우’가 시청자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킬 때쯤 촬영은 이미 막바지였다. 이에 배우들은 끝까지 작품을 잘 마무리하는데 집중했다고 한다.
“촬영 분위기는 원래도 극도로 너무 좋아서 더는 치고 올라갈 분위기가 없었다. 그 정도로 너무 항상 좋았다. 3부쯤 방영됐을 때가 마지막 촬영이었다. 털보네 주점에서 다 같이 찍은 회식 장면이었는데 그때도 다들 얼떨떨해 있었고 침착하게 있었다. 오히려 시청률을 보고 찍은 게 아니니 끝까지 이 리듬대로 잘 찍고 끝까지 드라마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주현영은 ‘SNL 코리아’ 주기자로 스타성을 인정받은 후 도전한 첫 정극에서도 한 치의 어색함 없이 활약한 바. 엄밀히 따지자면, 사장과 알바생 관계이지만 임성재는 동그라미 역의 주현영과 환상의 티키타카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다. 현장에서 본 주현영에 대해 임성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간 박은빈에 깊은 존경심도 드러냈다.
“호흡은 말할 것 없이 너무 좋았다. 현영 씨가 나타나는 이미지는 밝고 쾌활한데 실제로는 굉장히 진중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이 크다. 나이로는 제가 선배인데도 많이 의지를 했던 것 같고 연기적으로도 고민이 많은 친구고 준비된 배우다. 은빈 씨는 원로배우로 존경할 만하고 내가 앞으로 현장에서 혹은 연기적으로도 ‘이 친구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만큼 많은 걸 깨닫게 해준 배우다. 많이 의지하고 기댔던 게 느껴졌다.”
영우가 오작교가 된 털보 사장과 수연(하윤경)의 소개팅은 심심찮게 웃음을 유발했다. 말끝마다 썰렁한 말장난으로 경악스러운 소개팅 같기도 했지만 이 역시 털보 사장의 매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특별한 애드리브가 없었다는 임성재는 아재 개그도 능청스럽게 소화해냈다.
“이번 작품에서 애드리브는 안 했다. 대부분 대사에 지정된 상황이었다. 아재 개그만 생뚱맞게 쓰여있었다면 힘들었을텐데 작가님께서 티는 안 냈지만 털보라는 인물을 처음부터 잘 만들어주셔서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아재 개그 좋아한다. 저는 그런 걸 안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되는 걸 보고 저도 즐겨하는 사람이더라.”
‘우영우’는 임성재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작품이다. 끊임없이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막힌 벽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임성재는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고. 그러나 ‘우영우’를 만나면서 다시 힘차게 일어설 수 있었다는 임성재다.
“‘우영우’가 잘되고 좋았던 점이 뭐냐면. 제가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에 작품은 많이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밀리면서 그 시간이 힘들었다. 촬영은 계속하는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자기 의심이 들었는데 ‘우영우’ 덕분에 내가 연기를 앞으로 계속 열심히 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응원도 해주니 그런 것 같다. 그 힘이 원동력이지 않나. 이번에 ‘우영우’가 잘 되고 나니까 더 잘 느낀 것 같다.”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변신하는 임성재는 최근 영화 ‘비상선언’, ‘헌트’에서도 눈에 띄는 신 스틸러로 활약했다. 다각적인 연기를 펼치는 비결로 임성재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언급했다. 그동안 맡아온 어느 캐릭터든 그는 자신의 모습에서 비롯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둘 다 제 모습이라 생각한다. 저한테 아예 없는 모습을 연기로 끌어올 수 없으니까. ‘헌트’에서 윽박지르는 것도 제 모습이고 ‘비상선언’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귀염스러운 모습도 제 모습이고 털보 사장이 썰렁한 개그를 하는 것도 결국 다 제 모습일 뿐이지. 비결 그런 건 없다.”
지난 2017년 영화 ‘변산’으로 데뷔한 임성재는 어느덧 데뷔 5년 차 배우가 됐다. 대중적 인지도를 쌓거나, 대표작을 빨리 만들고 싶다든지 배우로서 조급함은 없었을까. 임성재는 그러한 욕심보다는 필모그래피에 작품을 하나씩 쌓아가며 꾸준히 성장하고 나아가길 소망했다.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피드백은 개인적인 연기자로서 하고 싶은 확인이었고 저는 지금도 빨리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느리게 간다면 더 튼튼하게 밟아가면서 가고 싶다. 저도 궁금하다. 제가 어떤 길을 밟아나갈지. 하면 할수록 저도 잘하고 싶은데 점점 모자란 부분이 더 보이는 시기인 것 같다 이때 쯤이. 인간적으로 37살 임성재로서도 그런 것 같고. 미흡한 점이 보일 때 더 많은 작품을 통해서 수정 보완해 갈 수 있지 않을까. 더 많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이고 해야 한다.”
임성재는 오롯이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지난 5년을 돌아보면서도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임성재는 앞으로도 ‘열일’을 다짐했다.
“저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했지만 관객 여러분들께서는 이제 인지하기 시작한 때 같다. 그러면 제가 했던 것과는 별개로 또 시작하는 게 맞고 그래서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게 그만큼 응원을 받고 있으니까. 그게 또 원동력이 되고 힘이 나는 것 같다. 쉬고 싶지 않다.”
배우로서 이것 만큼은 잃고 싶지 않은 것으로 임성재는 “성실함”을 꼽았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고,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성실함이 주는 믿음 덕분이었다.
“연기든 음악이든 어느 장르이건 저는 재능과 감각보다 노력을 믿는다. 그걸 봐왔고 직접 체험해왔기 때문에 성실함과 노력은 절대 잃고 싶지 않다.”
작품 속에서 크고 작은 역할들을 거치며 연기적 스펙트럼을 넓혀온 임성재는 다양한 캐릭터를 담아낼 수 있는 얼굴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20대부터 40대까지 귀염성 있는 얼굴부터 섬뜩한 인상까지 캐릭터들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지금도 바쁘게 촬영장을 다니고 있는 임성재는 곧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또 대중들을 만날 예정이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 ‘공조2’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서늘한 면도 있고 딱딱한 면을 가진 인물인데 영화에서 봐주시면 좋겠다. 저를 수집하듯이 제 면면의 모습들을 찾아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샘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