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전북 완주, 산자락 동네…고구마순 김치→닭볶음탕
입력 2022. 09.03. 19:10:00

'동네 한 바퀴'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전주를 에워싼 지형처럼 나와 이웃의 삶을 보듬어내는 포근한 동네, 전라북도 완주를 만난다.

3일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185화 '안온하다 그 고을 – 전라북도 완주'에서는 산이 높고 물이 깊은 동네. 전북 시군 중 가장 큰 면적, 군 단위 지자체 중 최대 인구로 손꼽히며 발전을 거듭하는 완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보다 더 좋은 지명이 또 있을까. 완전한 고을이라는 뜻을 가진 전북 완주. 2개 도, 7개 시군이 접한 요충지이자 굽이굽이 휘달리는 노령산맥, 만경강을 품은
진경산수의 고장이다.

◆산골마을 구이면 행복 버스 오는 날

고덕산, 경각산, 모악산, 오봉산. 눈 닿는 곳마다 명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있는 동네, 구이면을 걷는다. 깊은 산골마을이어서일까. 시내버스도, 마을버스도 오지 않는 곳에 ‘행복버스’라 불리는 작은 승합차가 오간다. 언제 어디서든 전화 한 통. 500원만 내면 마을 주민들을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린다는 버스다. 이 버스의 단골들은 단연 마을 어르신들. 타자마자 구이면 전용 버스 자랑에 한창이다.

하루 딱 4번 오는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걷고 또 걸어야 했던 지난 날. 새벽부터 산 넘고 물 건너 시내로 나갔던 구이면 주민들에게 7년 전부터 생긴 행복버스는 단비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원두현 마을 고구마순 김치 담그는 어머니들

행복 버스에서 내린 이만기가 한 마을에 도착한다. 회관 앞 빨래터에서 손빨래를 하던 어머니들을 만난다. 집집마다 세탁기 잘 돌아가는 세상에 웬 빨래터인가 하니 삼삼오오 모여 수다 꽃 피우던 옛 시절 추억, 못 버려 여태 계신다는데. 방망이질로 씻어낼 속앓이 없어도 수십 년 어머니들의 빨래터는 여전한 해우소다. 다시 걷다 이번엔 정자 아래 김치를 담그는 어머니들을 발견한다. 전라도에서는 이맘때면 꼭 담근다는 고구마순 김치. 추석을 앞두고 고향집 찾을 자식, 거둬 먹일 생각에 손발이 바쁘단다.

◆열녀문 집안 장손 며느리가 찾은 제2의 인생

호남평야와 맞닿은 동네, 삼례읍에 도착한다. 이만기는 온통 비닐하우스뿐인 골목에서 열녀문을 본다. 바로 뒷집 정원에서 고운 인상의 카페 사장 최금자 씨가 반긴다. 알고 보니 열녀문은 시댁 조상들의 공적, 그녀 또한 이 터에서 시댁 어른 열네 분을 모시며 열녀 아닌 열녀로 살아왔다는데. 하지만 신성한 시댁 터에 카페를 차린 건 오직 며느리 금자 씨의 뜻이었다. 가정의 평화만을 위해 살다가 혹독한 갱년기를 맞으면서 그녀는 나이 60세에 ‘동네 아줌마 쉼터 만들기’라는 제법 큰 목표에 도전했단다.

◆오롯이 지켜낸 55년 어머니의 점방

수청마을 산 아래 도로변 앞 나지막한 집 한 채를 발견한다. 처음부터 꼭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시간이 멈춘 집 툇마루에 앉는다. 작은 진열장에 듬성듬성 놓인 과자, 생필품, 음료수들. 자세히 보니 그냥 집이 아니라 점방이다. 55년 이곳을 지킨 박동순 어머니에겐 오가는 이 말벗 삼을 유일한 세상 통로이기도 하다. 없는 살림에도 착한 자식들이 인생 자랑이요 재산이었다. 그렇게 눈 코 뜰 새 없이 살던 어느 날, 대들보 같던 큰 아들을 잃었다. 아들 나이 열여덟, 한창 때였다. 아파도 아프다 말 못하고 남은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는 다시 삶을 살아내야 했다. 오늘 하루, 아들이 된 이만기가 영근 텃밭 작물들을 딴다. 나란히 앉은 툇마루에 반가운 온기가 머문다.

◆묵은지 익어가듯, 사랑으로 이어간 48년 닭볶음탕

완주는 울창한 산세만큼 계곡도 많은 동네. 가는 곳곳마다 맑은 물이 흐른다. 조선시대 명창, 소리꾼 권삼득이 수련했다는 위봉폭포를 지나 한 식당으로 간다. 계곡 근처로 흔히 ‘산장’이라 불리는 닭, 오리 음식점이 막 생겨났을 무렵. 1975년부터 닭을 고아 팔았다는 닭볶음탕 집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발 아래로 냇물이 오간다. 마치 계곡에 온 것처럼 편안히 즐기다 가라는 주인 신승구 씨의 배려다. 그는 어머니 백숙 장사하던 시절부터 집에서 먹던 묵은지 닭볶음탕을 내놓는다. 그를 내조하는 아내와 25년 째, 부부의 사랑은 묵은지처럼 겹겹이 익어 더 깊어간다.

'동네 한 바퀴'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된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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