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버드’ 서현우, 단역→배우상 수상까지 ‘노력과 성장’ [인터뷰]
입력 2022. 09.21. 12:35:40

'썬더버드' 서현우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토록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가 또 있을까. 장르 불문,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결이 다른 감정 연기는 물론, 파격 변신으로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 중인 배우 서현우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썬더버드’(감독 이재원)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서현우. 그는 이 영화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을 수상했다. 연기 인생에서 첫 연기상을 받았기에 의미는 남다르게 다가올 터. 인터뷰 첫 마디로 배우상을 언급하자 쑥스러운 듯 기쁜 미소를 감추지 못한 그였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서 상이라는 걸 처음 받았어요. 상을 받는 순간에도 현장이 생생하게 생각났죠.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는데 치열하게 찍었어요. 스태프들과 진짜 열심히 찍었거든요. 촬영할 때 순간들이 생각나서 울컥하기도 했어요. 같이 고생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너무 고마웠어요. 상의 의미가 혼자 연기를 잘해서 받은 것보다는 정말 이번엔 주연 배우로서 적재적소에 사람들과 소통하고, 고민했던 시간들, 그리고 팀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식으로든 부천에서 화제가 돼서 개봉까지 순항하게 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썬더버드’는 전당포에 저당 잡힌 자동차 ‘썬더버드’ 속 돈뭉치를 찾아야 하는 태균(서현우), 태민(이명로), 미영(이설)의 지독하게 꼬여버린 하룻밤을 그린 현실 느와르다. 서현우는 극중 강원도 정선 사북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태균으로 분했다. 돈이 미치게 필요한 태균은 동생 태민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썬더버드’를 함께 찾는 인물이다. 이재원 감독은 일찌감치 태균 역에 서현우를 ‘찜’해놨다고.

“개인적으로 감독님을 알진 못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같이 장편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셨죠. 정확하게 태균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시나리오를 보내셨어요. ‘썬더버드’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한다는 걸 알고 봤는데 사뭇 놀랐어요. 그동안 봐왔던 학생물, 저예산 작품이 아니라 굉장히 장르적이고, 리드미컬하더라고요. 구성 자체가 상업영화처럼 쫄깃하고 재밌었어요.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굉장히 궁금했죠. 개인적으로는 카지노나 도박을 하신 분인가 생각도 들었어요. (웃음) 만났을 땐 왜소하고, 모범생 같은 이미지라 놀랐죠.”

이 영화는 이재원 감독이 전당포에 맡겨진 차들이 길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사북읍의 실제 신문기사에 나온 내용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세 인물의 속고 속이고, 쫓고 쫓기는 꼬여버린 하룻밤은 돈을 향한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씁쓸한 공감을 자아낸다.

“캐릭터들이 살아있더라고요. 어느 한 캐릭터로 비춰지지 않고 굉장히 열정적이고, 처절하고, 각자의 목표가 분명했어요. 이런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각자의 욕망을 표출하는 게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죠. 그 중심에 있던 태균이 좋은 의미에서 난이도가 있어 보였어요.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 굉장히 재밌겠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서현우는 ‘썬더버드’를 찾는 과정에서 돈을 향한 인간의 절박한 욕망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캐릭터에 완벽히 분하기 위해 그는 촬영 전부터 로케이션에 직접 가 실제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역할을 분석하고 구축했다.



“감독님과 큰 설계를 그렸어요. 이 인물이 사건의 중심에 있어서 굉장히 우회적이고, 비겁한 인물이거든요. 점점 사건을 겪으면서 응축된 감정을 폭발하게 돼요. 철저한 설계가 필요했죠. 인물의 성격이 사건과 상황에 정확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동물적인 접근 보다는 분석하고, 설계해갔어요. 태균은 ‘서울바라기’지만 자꾸 좌절의 맛을 보고, 더 서울에 가려는 욕심이 생기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잠시 서울에 머물렀던 생활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거죠. 고향에 내려와서는 동생에게 자격지심을 느껴요. 태균의 마지막 자존심, 자존감은 ‘서울바라기’에서 비롯되는 거예요. 명확한 계획, 그런 것 없이 당장 이곳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죠.”

그동안 서현우는 배역을 위해 체중 감량부터 삭발까지 비주얼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투와 톤까지 소화하는 배우로 유명세를 떨친 바. tvN 드라마 ‘악의 꽃’을 통해 첫 주연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에서 전두혁 역으로 최고의 신스틸러를 입증했다. 최근 개봉된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에선 탕웨이가 맡은 서래와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는 인물 사철성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품에 따라 체중, 외적인 모습을 만드는데 공을 들여요. 처음 증량한 영화는 ‘그놈이다’였죠. 그때 증량하고 나서 감량을 한 달 만에 했어요. 18kg를 바로 뺐죠. 이후 ‘나의 아저씨’를 하면서 살을 찌웠어요. 그 격차가 조금씩 늘어나더라고요. 조금 오래 걸리기도 하고, 체중과 어울리는 역할을 찾아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서서히 살이 빠지는 시간도 오래 걸렸죠. ‘악의 꽃’은 역할을 위해 뺐어요. 열심히 뺐더니 ‘헤어질 결심’에서 폭풍 증량을 하게 됐죠. (박찬욱) 감독님께서 연기적인 부분들은 다 흡족한데 애초에 철성은 덩치가 크고, 위압적이었으면 한다고 하셨죠. (증량을) 강요하진 않겠다고 하셨지만 볼 때마다 ‘오늘 뭐 먹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얘기 끝에 증량을 하게 됐어요. 폭풍 증량을 했다면 그렇지 않은 작품들은 살을 빼고 작업하려 해요. 그 과정이라 지금은 말라있죠. 앞으론 외형적인 접근을 하되 건강을 해치는 건 자제하려고 해요.”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지독하게 꼬여버린 하룻밤을 속도감 있게 담은 ‘썬더버드’. 하룻밤의 일을 러닝타임에 담아내며 긴장감을 유발해야 했기에 감정선을 이어가는 연기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듯하다.

“명로나 이설 같은 경우, 굉장히 야생마, 감각적으로 자유롭게 연기했어요. 저는 이 사건의 중심에서 때로는 비겁하기도 하고, 감정을 폭발하기도 해야 했죠. 설계를 많이 해야 했어요. 인물의 그래프를 그려 감독님과 조율을 했죠. 게임을 하듯 규칙만 존재하고, 목적을 달성해야하는 룰이 있는 것처럼 신선한 방식으로 촬영했어요. 그런 신들이 모여 태균의 흘러가는 방향을 잡아갔죠.”

2010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데뷔한 서현우는 수많은 작품에서 조단역을 거쳐 꾸준한 성장을 일궈냈다. ‘악의 꽃’으로 첫 주연을 맡은 그는 ‘썬더버드’로 스크린 주연 자리를 꿰찬 것.

“주연으로 책임감 있게 하기보다 조연으로 신의 스틸이 되고, 보탬이 되는 역할을 주로 했어요. 그때는 감독님에게 새로운 영향력을 보태기 위해 동물적으로 (연기를) 접근했죠. 큰 파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중심에 서있어 내키는 대로 연기할 순 없겠더라고요. 어떤 목적성을 향해 가는 지점이 있었어요. 작품의 큰 줄기로 설계하고, 큰 틀을 잡고 갔죠. 그런 게 큰 체험이 됐어요.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어간 선배들이 쉽지 않은 작업을 했구나란 생각도 들며 존경스러웠죠.”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함을 나타내는 말, ‘대기만성’. 이는 서현우를 향해 하는 말 같다. ‘대기만성형 배우’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린다.

“저를 발전하게 해주는 표현 같아요. 아직 ‘만성’이 되진 않았지만요. 하하. 단역을 통해 너무 감사하게도 ‘신 스틸러’라는 별칭을 붙여주셨어요. 이후 ‘썬더버드’를 통해선 대사 한 마디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됐죠. 작업할 때 배우들과 어떻게 앙상블을 구축해야하는지도 배웠어요. 단역이라고 해서 튀기 위해 하는 게 아닌, 신 안에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지점이 됐어요.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죠. 개인적으로 그런 방향성이 좋은 연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이 신을 잡아먹어야지, 내가 튀어야지라는 생각은 위험하거든요. 좋은 결과물로 주지 않고, 같이 연기한 배우들도 알게 되죠. ‘썬더버드’의 주연롤로 통제하고, 절제하는 법을 배웠어요.”

서현우의 2022년은 누구보다 ‘열일’한 해다. ‘헤어질 결심’과 드라마 ‘아다마스’를 비롯해 오늘(21일) 개봉하는 ‘썬더버드’, 그리고 개봉을 앞둔 ‘정직한 후보2’까지. 장르, 매체의 제약을 경계 없이 넘나들며 대중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얼굴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지금처럼 여러 작품으로 매년 관객들을 찾아뵙는 게 행복해요. 다채로운 역할로 인사드리는 게 다양한 캐릭터로 하게 해주는 힘이라고 생각하죠. 앞으로는 장르를 열어놓고 액션, 특히 멜로물도 분발해서 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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