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도원, 음주 운전만이 문제가 아닌 분위기
- 입력 2022. 09.27. 16:08:09
- [유진모 칼럼] 곽도원(본명 곽병규, 49)이 지난 25일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혐의로 제주서부경찰서에 입건되었다. 곽도원은 이날 새벽 5시께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어음초등학교 부근 한 도로에 세워 둔 자신의 SUV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경찰의 음주 운전 단속에 걸렸다.
곽도원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이었다고. 술에 취한 채 한림읍에서 애월읍까지 대략 10km를 운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소속사 마다엔터테인먼트는 즉각 사과하고 “함께 일하는 관계자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속히 방법을 강구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곽도원은 공익 광고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 도원결의’를 찍었는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유관 기관에 이의 송출 중단을 요청한 상황. 일단 문화체육관광부 책임자는 자신의 선택이 옳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이 광고를 찍기 전에도 곽도원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소문은 무성했었기 때문이다.
그가 술을 매우 즐기는 건 공공연하게 널리 알려진 사실. 그는 ‘미 투 운동’ 유행 당시 성희롱 의심에 휩싸였으나 여러 가지 정황상 모함일 가능성이 대두되어 흐지부지 끝났다. 왜냐하면 그는 연희단거리패 시절 수장인 이윤택(성폭행 실형 선고)과 사이가 안 좋았던 데다 성희롱을 할 여지가 있는 위치도 아니었던 것.
하지만 이후 박훈 변호사와의 SNS 설전은 그의 언어 구사 수준을 입증하며 부정적 이미지를 본격적으로 축적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영화 ‘소방관’ 촬영 당시 스태프를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촬영 후 저녁 자리에서 곽도원과 스태프가 의견 충돌로 큰소리만 오갔을 뿐 폭행은 없었다는 소속사의 해명으로 무마되었다.
과연 그는 헛소문으로 인해 미운털이 박힌 것인가, 진짜로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일단 그가 직접적으로 나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인성 문제 제기로 축이 기울게 만드는 분위기이다. 만약 소속사의 사과대로 잘못을 뉘우치고 팬과 동료 관계자들에게 죄송함을 느낀다면 본인이 입을 여는 게 보다 더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사건은 이병헌이 한때 불미스러운 언행을 한 뒤 영화 ‘협녀: 칼의 기억’과 ‘내부자들’의 투자배급사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던 2014년을 떠올리게 한다. ‘협녀’는 애초에 그해 12월에 개봉되기로 스케줄이 잡혀 있었는데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듬해 8월 13일에야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결과는 관객 43만 1310명 동원. 손익 분기점이 350만 명이었으니 이른바 ‘폭망’이었다. 전도연, 김고은이 공연했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 감독이 연출했는데 그 정도 성적이면 ‘이병헌 탓’이 나올 만도 했다. 그 내용을 놓고 더 숨을 못 쉬었던 장본인은 ‘내부자들’의 배급사인 쇼박스 사람들.
쇼박스는 이 작품을 2015년 초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역시 ‘이병헌 리스크’를 우려해 고민하다가 결국 ‘과감하게’ 그해 11월 개봉했다. 결과는 대성공. 결국 ‘협녀’의 흥행 참패는 이병헌 때문이 아니라 작품에 문제가 있었거나, 아니면 ‘내부자들’이 이병헌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워낙 완성도와 재미에서 앞섰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병헌은 그때 수시로 허리를 90도 굽혔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언론의 눈에 띄기만 하면 무조건 고개를 조아렸다. 게다가 ‘내부자들’ 공개 이후 그는 그야말로 ‘연기의 신’ 자리에 등극했다. 부족했던 인성으로 인해 피해자임에도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현실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만큼 연기력이 급상승한 것이다.
물론 내면적으로도 성숙해져 도덕성을 쌓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이후 이병헌의 인성을 거론하는 SNS상의 논란도, 언론의 딴죽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이병헌은 진심을 담은 사과로 먼저 대중과 소통하려 했고, 그 후에 연기 솜씨로 면죄부를 받으려 했는데 그게 제대로 대중의 감성을 파고 든 것이다.
냉정하게 현 시점에서 국내외적 지명도나 인기 면에서 곽도원에 비해 이병헌이 위인 것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이병헌이 곽도원보다 선배라는 점도 한국적 정서에 영향을 끼칠 듯하다. 곽도원이 고개를 안 숙일 이유가 그리 많지도, 크지도 않다는 이야기이다.
가장 큰 문제는 올해 개봉(공개) 예정인 ‘소방관’과 티빙 오리지널 ‘빌런즈’에 관계된 사람들과 출연한 배우들이다. 두 작품 관계자 측에서는 코멘트를 내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개봉 시기에 영향이 있거나 순조롭게 공개하더라도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전술했다시피 상황은 비슷하지만 곽도원은 이병헌과 다르다. 영화계에는 술버릇이 나쁘다고 소문난 유명 배우 몇 명이 있다. 그런 배우는 대부분 TV 드라마 출신이 아니라 연극 출신이다. 그래서 연극 출신 배우는 술버릇이 나쁘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고, 실력파 영화배우 중 연극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TV 출신은 인물을 앞세운 배우가 많고, 연극 출신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밑바닥부터 연기력을 쌓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출신 곽도원의 연기 솜씨가 TV 출신 이병헌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는 물론 대중도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곽도원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은 오해에서 비롯된 선입견 혹은 편견인가, 소문의 확인인가?
[유진모 칼럼/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