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쿠팡플레이, OTT 존재 이유 흔든 갑질
입력 2022. 09.30. 11:08:15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지난 7월, 쿠팡플레이가 손흥민의 토트넘 초청 경기를 단독 중계하면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 판도를 흔들었다. 토트넘 경기 생중계를 단독으로 제공, 7월 13일 일간 앱 신규 설치 건수가 평균 대비 12.8배(아이지에이웍스 빅데이터 분석 결과) 뛰며 ‘대박’을 터트린 것.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관심 추종 기업(attention seekers)’으로 불리는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이 즐겨 쓰는 마케팅 전략과 비슷하다. 기대가 높은 신규 작품 보유수를 늘여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손흥민 경기에 이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감독 이주영), 시트콤 ‘유니콘’(작가 유병재, 연출 김혜영), 예능 ‘체인리액션’, 그리고 여름 성수기 대작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과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을 독점 공개해 구독자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영업에 도움을 이끌었다.

잘 나가던 쿠팡플레이가 유례없는 ‘갑질’ 논란에 휘말린 건 ‘안나’의 종영 이후다. 이 드라마를 만든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자신과 협의 없이 8부작을 6부작으로 편집해 방영했다며 ‘일방적인 편집 횡포’를 주장, 곪아있던 고름을 터트리면서다.



‘안나’의 극본은 이주영 감독이 2017년 11월 8일부터 2021년 7월 12일까지 3년 8개월 동안 8부작으로 집필했다. 촬영은 2021년 10월 15일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진행됐으며 쿠팡 측은 제작사 콘텐츠맵을 통해 극본을 검토하고 최종고를 승인했다.

촬영 완료 후 쿠팡은 1~4부 가편집본에 대해 수정 의견이 없었다. 쿠팡이 편집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건 지난 4월 21일이었다. 같은 달 28일 쿠팡은 ‘아카이빙 용도’로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제작사와 감독에게 요구했다. 제작사와 감독이 불응하자 쿠팡은 계약 파기를 언급하고,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받아갔다.

이주영 감독은 후반 작업을 거쳐 5월 30일 쿠팡에 8부작 마스터 파일을 전달했다. 하지만 쿠팡은 다른 연출자와 후반작업 업체를 통해 6월 7일 재편집을 통보했다. 이후 쿠팡은 6부작 방영판 감독과 각본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이주영 감독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 이주영 감독은 법무법인 시우를 통해 “투자사나 제작사가 편집에 대한 최종권한을 가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창작자와 최소한의 논의나 협의, 설득조차 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쿠팡플레이가 한 것과 같이 감독을 완전히 배제하고, 일방적인 편집을 강행하는 것은 업계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라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 감독이 이와 함께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쿠팡 측은 “감독의 편집 방향은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콘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이 감독이 8부작으로 편집한 작품을 쿠팡플레이 측이 임의로 편집해 6부작으로 방영한 것은 “업계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에 쿠팡플레이는 국내 관행상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버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감독 표준 계약서’에는 최종 편집권이 제작사에 있다고 하지만, 감독을 완전히 배제하고 편집 파일까지 받아 완성본을 만드는 경우는 ‘없던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갈등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OTT 제작 환경이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OTT는 작품의 지식재산권(IP)과 흥행 수익을 가져가는 대신, 과감한 비용 투자와 감독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창작자 사이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비(非)영어권 드라마 최초, 한국 드라마 최초, 아시아 배우 최초 등 전례 없는 대기록을 써내려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창작자의 ‘자율성’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독의 권한인 편집권을 훼손당했다고 주장한 이주영 감독과 ‘안나’를 입맛대로 ‘가위질’한 쿠팡플레이 측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 오간 후 결국 쿠팡은 감독판(8부작)을 지난 8월 공개했다. 감독판을 본 시청자들은 이 감독의 기획 의도를 확인하며 호평을 보냈다. 그러면서 창작자와 합의되지 않은 결과물을 공개한 쿠팡플레이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쿠팡플레이는 소송으로 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다행인 입장이겠지만, 하락한 신뢰도를 회복해야한다는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작자들의 권한에 이해가 부족한 OTT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쿠팡플레이처럼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기업이 OTT 사업에 뛰어든다면 ‘안나’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쿠팡플레이('안나', '유니콘'), 넷플릭스('오징어 게임') 제공,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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