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돈 스파이크와 예능 PD의 선택
- 입력 2022. 09.30. 13:49:34
- [유진모 칼럼]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 돈 스파이크(45, 본명 김민수)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그가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30g을 압수하였는데 이는 1000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1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돈스파이크
그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27일부터 연일 그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경찰은 그를 ‘유명 작곡가 겸 가수’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가 작곡한 히트 곡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야 할 수준이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이른바 ‘먹방’이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이 먹거나 요리하는 모습으로 이름을 알린 것.
유명해지면서 그는 2018년 MBC 휴먼 다큐멘터리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강남 8학군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살아왔지만 대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들어 한때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현재에 충실하자.’라는 생활신조까지 밝혔다.
이번 사건 전까지만 하여도 그의 이미지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식 혹은 거짓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언론에 ‘혼자 투약했다.’라고 말했지만 유흥업 종사자들과 함께 투약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호텔 위치까지 바꿔 가며 범행했다는 주도면밀함까지 드러났다.
체포 소식 보도 후 개인 채널의 영상을 모두 삭제하고, SNS 또한 비공개로 전환했을 뿐 형식적인 사과조차 없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가 동종 범죄 전과 3범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는 범죄에 대한 시그널도 공개적으로 보여 준 바 있다. 그는 지난 5월 가수 정엽의 웹 예능 ‘엽이 어때’에 출연해 바비큐를 구워 먹었다.
그때 접시 위에 소금 가루를 뿌린 뒤 빨대로 형태를 가다듬는 액션을 취하면서 “내가 하니까 약간 좋지 않은 무언가 같아 보인다.”라며 마약 투약을 암시하는 듯한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정엽도 코로 가루를 흡입하는 시늉을 했고, 자막으로 마약 중독 캠페인 공익 광고와 ‘마약 신고 1301’이라는 내용이 삽입되었다.
결론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뻔뻔스럽게 자신의 범죄를 웃음거리로 활용한 것이다. 또한 방송에서 자신에게 의처증과 다중 인격의 증세가 있음을 고백한 바도 있다. 그의 체포 보도 이후 한 마약 전문가는 의처증과 다중 인격 증세가 전형적인 마약의 후유증이라고 증언했다.
경찰은 이번 범죄만 해도 지난 4월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앞선 3건의 범죄는 훨씬 이전부터 계속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대학 시절 알코올 중독을 치료한 이후부터, 혹은 그 당시부터 범죄가 있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번 사건은 예능 PD와 작가들에게 새삼스레 섭외의 중요성에 대한 교훈을 던진다.
요즘 플랫폼과 프로그램이 워낙 많다 보니 시청률을 책임질 출연자를 선택하고, 섭외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잘 섭외하지 않는, 가능성 있는 출연자를 발굴하는, ‘신의 한 수’를 노리는 제작진이 있기 마련이다. 돈 스파이크가 바로 그렇게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는 이미 MBC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의 경연 곡 편곡자로서 유명했었지만 그건 전문가 사이에서였을 뿐 대중이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각인하게 된 것은 예능의 ‘먹방’을 통해서이다. 예전에야 주 수입원이 작곡, 편곡 등이었겠지만 예능 출연 이후로는 그 판도가 많이 달라졌을 듯하다.
예능 출연료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것을 통해 쌓은 지명도에 근거한 수익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 유명세로 요식 사업에 진출했으니 그 수익 역시 예능 출연이 마련해 준 게 명확하다. 그나마 방송가에서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현 시점에서 그가 고정 출연 중인 예능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예능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2020년 이후에는 고정 프로그램이 없다. 아마 요식 사업에 더 많은 무게 중심을 두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는 예능으로 유명해지자 “수줍음이 많아 그런 쪽에서 성공할 줄 몰랐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필로폰 30g을 소지한 것으로 보아 그것도 진실 같지는 않아 보인다.
만약 마약 투약을 반드시 자기 혼자서만 한다면 범죄의 경중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혼자만 투약하는 이도 있겠지만 유통과 관련해 여러 사람과 얽히는 데다 타인을 유혹하기 마련이기에 문제이다. 이번 돈 스파이크의 사례에서 보듯 복수가 함께 투약하는 광란의 파티를 여는 게 마약 범죄자 다수의 심리 상태이다.
예능 PD에게 돈 스파이크의 성공 사례는 어떤 면에서는 바이블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이미 마약 전과 3범임을 몰랐다면 일종의 직무 유기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PD는 도덕적 책임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고, 다른 플랫폼의 PD일지라도 최소한의 도덕성과 더불어 시청자를 불쾌하게 만들지 말아야 할 책무가 있다는 게 이유.
예전에 예능에서 돈 스파이크를 보고 낄낄 웃으며 즐거워했던 시청자들이 지금까지 그가 거짓 혹은 왜곡을 이어 왔으며, 버릇처럼 마약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진실을 알고는 얼마나 불쾌해할까? 혹시라도 그를 고정 출연자로 발탁하려 했던 제작진이 있었다면 지금쯤 아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돈 스파이크는 아무런 코멘트도, SNS를 통한 소통의 시도도 없다. 이는 더 이상 대중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소지가 충분하다. 작곡가에게는 저작권료라는 ‘평생 급여’가 있다. ‘먹방’을 잘할 예비 출연자는 많다. 찾을 의지가 부족할 뿐. 돈 스파이크가 예능에 처음 출연할 때 그 지명도가 그다지 큰 것도 아니었다. 예능 PD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 김혜진 기자, 유튜브 꼬집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