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늑대사냥' 장동윤,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함 [인터뷰]
- 입력 2022. 10.01. 12:40:1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장동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장동윤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하는 바다 위 거대한 움직이는 교도소 내에서 잔혹한 반란이 시작되고 지금껏 보지 못한 극한의 생존 게임이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
도일은 말수가 적고 대부분의 감정을 숨겨야했던 인물이다. 그를 연기한 장동윤은 오로지 눈빛으로 승부를 봤다. 특유의 선한 인상 뒤, 무표정으로 일관한 장동윤은 비밀스러움과 동시에 위협적인 아우라를 뽐냈다. 일급 수배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선과 악의 경계를 가려내기도 미미한 존재였던 도일을 장동윤은 순간적으로 돌변하는 눈빛과 액션으로 소화해냈다.
특히 거듭되는 반전의 소용돌이에서 점차 도일의 활약이 돋보이는 장동윤의 빌드업 열연은 몰입도를 더했다. 장동윤은 조용하지만 강렬한 연기로 단숨에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자신의 모습을 장동윤은 토론토에서 처음 봤다. ‘늑대사냥’은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해외 관객들에 먼저 선보인 바. 장동윤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시도들이 담긴 ‘늑대사냥’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저도 토론토에서 처음 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예상보다도 더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게 일단 액션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 점이 분명 관전 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성공적으로 잘 연출한 것 같고 두 번째는 해외에서는 이걸 파격적으로 생각하는데 국내에서는 더 낯선 액션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액션이라는 게 피 튀기고 그걸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국내 작품에서 나온다는 게 기뻤다. 영화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그 두 가지가 좋았다.”
베일에 싸여있던 도일의 정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늑대사냥’은 영화의 흐름을 단번에 반전시켰다. 반전키를 쥔 도일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 날뛰는 배 안에서도 유난히 고요했다. 그러나 극이 절정에 치 닫을수록 도일도 서서히 감정을 쏟아냈다. 다만 대사보다는 몸짓과 눈빛으로 표현해야 했던 도일의 감정선은 장동윤에게도 숙제였다.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다. 캐릭터는 어려웠다. 물론 배우의 역량으로 연기하는 부분도 있지만 도일이라는 캐릭터는 더욱 감독님 손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극 전체를 보면 미스터리한 도일이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 빠른 관객들은 눈치채고, 대부분이 눈치채고, 이제 모르면 바보. 이런 구간들이 있다. 감독님은 그걸 다 염두해두셨고 거기에 따라 다르게 표현했다. 그런 표현 방식들을 정확하게 지정해놓으셔서 감독님 계산 아래 수월하게 했다.”
영화에서 상상치도 못했던 정체의 등장만큼이나 반전이었던 장동윤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의 무게를 더했다. 여기에 소년미를 간직하고 있는 장동윤이 괴력을 가진 인간 병기 실험체로 소화한 모습은 예상 밖의 변신이었다. 김홍선 감독은 장동윤에게서 올곧은 이미지와 달리 모진 풍파를 겪은 도일의 모습을 포착했다고.
“감독님이 어릴 때부터 복싱하셨다고 한다. 아마추어 대회를 나가실 정도로 좋아하셔서 복싱으로 비유를 들어주셨다. 복싱에서 오서독스는 오른손잡이로 올바르고 일반적인데 사우스 포는 변칙적이고 거친 복서라고. 종두는 사우스포같은 인물인데 도일이는 이미지가 오소독서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라는 배우가 오서독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장동윤은 ‘늑대사냥’에서 와이어, 맨몸 액션 등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을 선보였다. 결은 다르지만 앞서 ‘조선로코-녹두전’, ‘써치’ 등에서도 액션 연기를 도전해왔다. 이에 장동윤은 액션 연기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더불어 그는 꾸준히 액션 연기를 보여줄 기회를 얻게 된 비결에 대해서도 자평했다.
“제가 몸을 잘 쓰는 편은 아니라 생각한다. 정말 타고나게 몸을 잘 쓰는 배우들이 있지 않나. 저는 노력형에 가깝다. 다만 액션에 국한해서 이야기하자면. 액션을 하려면 체력 소모가 굉장히 큰데 성실함은 자신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높이 사주신 것 같고 노력에 의해 제가 해본 액션에 대한 기대감이나 액션을 잘 수행해낼 수 있는 배우로 찾아주시는 것 같다”
최근 국내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크리처물은 어느덧 K-콘텐츠 시장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늑대사냥’ 역시 한국 영화상 크리처물에 이름을 올리게 된바. ‘써치’에 이어 또 한 번 크리처물을 만난 장동윤은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제가 작품을 하면서는 그런걸 염두해두고 있진 않은데 작품이 공개되는 시기나 순서가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 시기적으로 ‘써치’ 이후에 멀지 않은 시기에 공개돼서 그럴 수도 있는데 저는 SF스러운게 많이 들어가 있는 특별한 작품을 하는 게 배우로서도 늘 재밌고 영광스럽다. 일단은 그런 것도 있다. 트렌드. 최근에 한국 콘텐츠들이 해외에 좋은 반응을 이끌면서 그 와중에 크리처물들이 인기를 얻어서 항상 저도 특별한 장르에 배우로서 참여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기쁘고 영광스럽다.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그 타이밍을 의도한 게 아니시다. 원래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신 장르를 한 거다.”
‘늑대사냥’으로 한 걸음 더 성장했다는 장동윤이다.
“분명히 있다. 장르적인 것도 그렇고 도일이라는 캐릭터가 기존의 캐릭터와 180도 다른 연기 변신은 아니어도 크리처가 돼서 연기를 하고 대사도 없는 상황에서 강렬한 장르를 하다 보니 스스로 성장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됐다. 배우로서 가는 방향이 맞으면 속도가 빨리 가지 않아도 조금씩 성장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도 그런 작품이다.”
지난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한 장동윤은 올해 데뷔 6년 차 배우가 됐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지난 6년간의 작품들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통상적으로 한 작품이 끝나면 휴식기를 가지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배우들과 달리 장동윤은 그 흔한 공백기 한번 없었다. 배우가 되고 한 달 이상 쉬어본 적 없다는 장동윤은 연기에 대한 열망과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장동윤은 ‘직장인들은 1년에 길게 쉬어봤자 일주일 아닌가요?’라며 배우로서 열일 행보가 여느 직장인들과 같은 생활이라고 답했다.
“‘데뷔하고 나서 얼마 안 됐는데 쉬지 않고 일하는 것 같다’는 말은 관점의 차이 같다. 저는 약간 워커홀릭 기질이 있다. 주위에 직장인 친구들이 있다 보니 직장 다니는 생각이다. 그리고 원체 오래 못 쉰다. 근질근질해서. 무언가 준비해야 하고. 일해야지. 그런 것도 있다. 아직까지 욕심도 많다. 사람에 따라 기준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너무나 햇병아리 신인이라 생각해서 작품도 가리지 않고 더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수년간 그래왔던 것 같다. 놀고 여유를 부리는 시기는 아직 먼 것 같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장동윤은 전작 ‘조선 구마사’ 사태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방영된 ‘조선 구마사’는 각종 역사 왜곡 논란을 빚으며 2회 만에 폐지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장동윤은 대중의 사랑과 동시에 비판도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그 일 이후로 반성을 많이 하게 됐고 대중들이 좋은 가르침을 주신 거라 받아들이고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게 대중들이 지켜봐 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언제나 정답은 대중문화 예술이고 대중분들이 사랑해주고 봐줘야지, 아무도 안 보고 사랑 안 해주면 의미가 없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인생에서 30대를 보내고 있는 장동윤은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20대와 다른 변화를 느끼고 있을까. 장동윤은 더 넓은 시야에서 배우로서의 삶을 바라보게 됐다. 조금은 더디더라도 그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는 배우를 꿈꿨다. 장동윤은 반짝 빛나는 것보단, 그 빛을 향해가는 순간들을 더 추억하고 싶어했다.
“아직도 너무 어리고 경험이 적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배우로서 조금씩 성장했으면 좋겠다. 당연히 잘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잘 안되는 작품도 있고 배우로서 주목을 받기도 하고 받지 못하는 작품도 있을 건데 그런 하나하나에 연연하기엔 시간도 없고 좋지 않은 것 같다. 단순하게 열심히 살려고 한다. 30대가 되니까 조금 더 그렇게 마인드가 갖춰지더라. ”
그러면서 장동윤은 성공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도 밝혔다. 그는 조급하게 정상만을 바라보며 달리기보단 차분하게 정상으로 가는 길을 오래도록 걷길 소망했다.
“나의 전성기나 정점이 은퇴 직전이었으면 하다. 전 전성기를 바라보면서 살고 싶지 않다. 한때 빛났었지가 아니라 여전히 조금씩이라도 열심히 하는 것. 정상이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 거다. 유명해지는 게 정상일 수도 있고 돈이나 명예가 정상일 수도 있는데 그런 걸 떠나서 저는 배우로서 정상이 60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해서 대중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과거의 정상을 떠올리면서 내리막을 가고 있는 건 배우로서 가장 피하고 싶은 길이다. 숙명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 만을 바라보면서 사는 건 서글프지 않겠나. 그것보다는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게 꿈이다.”
올 하반기에 ‘늑대사냥’으로 관객들을 만난 장동윤은 계속해서 다작 행보를 이어간다. ‘내 남자는 큐피드’, ‘애프터’, ‘사막의 왕’,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오아시스’ 등 공개를 앞둔 작품들만 5편이다. 장동윤은 남은 올해도 촬영장에서 가득 채울 예정이다.
“눈 코 뜰 새 없이 일만 할 것 같다. 또 다른 영화도 개봉할 것같고 연말은 좀 이를 것 같고 내년 연초에 시작해서 나올 것들이 있다. 남은 올해도 열심히 작품들 홍보하면서 촬영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CO㈜더콘텐츠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