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한바퀴' 충남 논산, 국궁장·윤군훈련소·젓갈백반·양조장
- 입력 2022. 10.08. 19:1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동네한바퀴'에서 충청남도 논산으로 떠난다.
동네한바퀴
8일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에서는 동네 아들 이만기가 묵묵히 곡식을 걷어내는 농부처럼 지난 시간 걸어온 길대로, 수확하듯 살아가는 논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 쏜살같은 세월처럼, 200년 전통 국궁장
큰 금강 물길 아래로 강경천과 논산천이 흐른다. 강경 천변을 걷던 이만기가 작은 누각 하나를 발견한다. 조선 정조 17년(1793년)에 지어진 민간 국궁 수련장, 덕유정이다. 백제의 기상을 물려받은 탓일까. 전국의 민간 사정 중 가장 오래됐지만 이 국궁장엔 늘 동네 주민들로 북적인다. 씨름인의 자존심을 걸고, 이만기는 국궁에 도전한다. 누구 못잖은 체격이지만 국궁의 활을 당기는 건 천하장사도 쉽지 않다. 자세를 바로 한 후 마음을 가다듬어 활 한 방을 날린다.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는 화살과 함께 즐거운 여정을 기약해본다.
◆ 논산 육군 훈련소 앞 ‘입소하는 날’
논산 육군 훈련소는 군 최대 신병 훈련기관이다. 훈련소가 위치한 ‘연무읍’이라는 이름도 ‘연무대’라는 별칭에서 유래했다. 이만기는 훈련소 입영심사대 앞을 지나며 아들을 떠올린다. 신병 입소일, ‘호국유람’이라 적힌 심사대 문 앞을 지나던 아들의 뒷모습. 아버지 이만기에겐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논산을 찾은 이만기가 훈련소 앞 골목을 살핀다. 그곳엔 멀리서 온 장병들이 뜬눈으로 긴 밤 지새웠을 옛 여관이 있고, 아껴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새 출발을 다짐했을 오래된 이발소가 있다. 모두 훈련소와 한 궤를 같이 한 풍경이다.
◆ 젓갈 익어가는 동네, 강경읍 20종 젓갈 백반
서쪽으로 금강이 흐르는 마을. 강경읍은 내륙항이 있던 포구 동네였다. 덕분에 일찍이 젓갈 집산지로 손꼽혔다. 화려했던 시절 다 보내고 포구의 물길이 끊겨도 강경에 젓갈은 남았다. 조선 2대 포구, 3대 시장의 자부심이 곧 젓갈 골목으로 재탄생했다. 눈 닿는 곳마다 젓갈, 젓갈... 수많은 젓갈 상회를 거쳐 20종 젓갈을 내놓는 젓갈 백반 집으로 간다. 호불호 강한 젓갈, 20종이나 내놓아도 과연 환영 받을까. 우려도 잠시, 잘 곰삭은 젓갈이 비리지도, 짜지도 않게 입맛을 돋운다. 밥도둑 젓갈 백반을 내놓는 부부가 이만기 앞에 마주 앉는다. 오가는 손님 입맛 따라가기까지 꼬박 10년, 기다렸단다. 과연 부부는 젓갈을 통해 인생의 맛도 찾아냈을까.
◆ 다듬이질에 실은 희로애락! 황금빛 마을 난타 어머니들
동고서저의 지형은 논산 대평야를 만든다. 산도, 구릉도 없이 오직 너른 평원만이 펼쳐지는 곳. 강경읍 채운리로 향한다. 아직은 푸르른, 곧 황금 들녘으로 물들 논밭을 지나 이만기가 열린 대문 앞에 멈춰 선다. 그곳엔 흰 적삼을 맞춰 입은 어르신들이 다듬이질 난타에 한창이다. 81세 막내 할머니부터 95세 최고령 할머니까지. 세대는 제법 차이 나도 한 마을, 한 마음으로 모인 건 꼭 같다. 자식 출가하고 남은 집에서 적막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어머니들. 이들에게 다듬이질은 그리운 지난날을 떠올리는 좋은 매개가 됐다. 어머니들 사이에 끼어, 이만기가 다듬이 연주에 참여한다. 함께여서 더 커지는 행복, 추억 한 자락을 나눠본다.
◆ ‘빵’수저 부자(父子), 논산 제패 도전기
지역 특산물 빵은 한 동네의 자랑이 될 수 있을까. 대전에서 논산에 온 지 1년. 구도심 화지동에서 빵을 만드는 부자를 만난다. 이들의 대표 메뉴는 논산 상월면 고구마 빵과 논산 부적면 찰보리 빵. 때에 따라 논산 딸기를 사용한 다쿠아즈도 내놓는다. 이제 막 한 해를 넘긴 빵집은 아직 단골 모집 중. 그래도 어려운 시기, 망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는데. 이게 다 훌륭한 보조, 아버지 덕분이라는 아들. 낯선 동네에서 시작한 생애 첫 사업은 서른 둘 청년에게 한없이 버겁다. 그래서 아들의 곁을 지키되 오로지 보조 역할만 충실하겠다는 아버지. 과거 여러 번 빵집을 열고 닫아오며 생긴 실패론이 그를 두렵지 않게 만들었다.
◆ 정성으로 빚은 최고의 유산, 103년 양조장
쌀 좋고 물 맑은 논산에서 오래된 양조장을 발견한다. 올해로 103년이 된 목조 건물. 술독은 물론 대들보, 서까래까지 그대로인, 꼭 살아있는 박물관 같은 곳이다.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잘 보존된 공은 단연 주인에게 돌아가야 할 터. 그러나 일흔을 훌쩍 넘은 주인은 한사코 그 공을 어머니에게로 넘긴다. 작고한 어머니는 9남매를 키우면서도 시댁 어른들이 지켜온 이 양조장을 목숨처럼 갈고 닦았단다.
◆ 탑정호 붕어잡이 부부의 ‘인생은 아름다워’
논산 정중앙에서 옥토의 젖줄이 되어주는 탑정호. 깊고 푸른 물을 자랑하는 탑정호는 속 깊은 곳, 수많은 어족자원을 품은 진정한 ‘어머니’이다. 무한히 내어주고 또 내어주는 물길 곁에서 한 노부부가 그물을 정리한다. 말없이도 손발이 척척, 따로 또 같이 라는 말이 꼭 이런 건가 싶다. 이만기는 붕어찜을 대접하겠다는 부부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이윽고 기다렸다는 듯 붕어찜이 나온다. 모든 게 능숙해 보이는 부부에게 이만기가 묻는다. 탑정호가 고향이시냐고. 하지만 탑정호는 마흔 넘어, IMF를 맞고 도망친 부부의 도피처. 평생 갈 줄 알았던 남편 직장도, 이름처럼 익숙했던 ‘사모님’ 호칭도 영원한 건 없었다. 그저 변하지 않는 건 마르지 않는 호수 뿐. 행복했던 시절, 우연히 놀러왔던 탑정호가 생각나 가장 힘든 순간 부부는 탑정호 옆에 터를 잡았다.
'동네 한 바퀴'는 이날 오후 7시 10분 방송된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