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투표권 사면 시상 자격 드려요’ 대종상, NFT 판매 논란
- 입력 2022. 10.13. 16:51:31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시상식의 주인은 트로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상식의 주인은 영화다. 그 영화를 국민에게 돌려드릴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잘 진행해보도록 하겠다.”
제58회 대종상영화제
대종상영화제가 지난 과오를 딛고 ‘혁신’을 외쳤다. 자격 제한을 없앤 국민 심사단을 모집해 멀어진 대중의 관심을 돌리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표권을 팔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는 2022 대종상영화제 미디어데이가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양윤호 회장, 이상우 사무총장, 이장호 조직위원장, 김우정 총 감독, 유영식 심사위원장, 국민심사단 김재원 단장 등이 참석했다.
1962년 11월 첫발을 내딛은 대종상영화제는 한 때 대한민국의 가장 권위 있고, 유서 깊은 영화제로 분류됐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 및 업무위탁 계약 등으로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청룡영화상에 ‘최고의 영화상’ 자리를 내어주는 굴욕을 겪었다.
권위가 곤두박질 쳤던 시기는 1996년 제34회 대종상이었다. 당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박철수 감독의 ‘301, 302’가 예선에서 불이익을 받는가 하면, 수상이 유력했던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장선우 감독의 ‘꽃잎’,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를 제치고 전혀 개봉하지 않은 ‘애니깽’이 작품상‧감독상‧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논란이 됐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켰던 대종상은 2015년 ‘대충상’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2011년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심은경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하자 후보에서 빼버린 것. 곪아있던 고름이 터진 건 제52회를 맞이하던 2015년, 남녀주연상 후보 9명이 ‘보이콧’을 선언, 불참하면서 대종상은 점점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에 올해 대종상은 ‘국민이 봅니다, 세계가 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투명하고, 엄격한 절차를 통한 시상으로 새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후보 선정 방식을 출품제에서 선정제로 바꾸고, 국민 심사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 심사단의 자격 요건은 NFT(non-fungible token) 구매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온라인 트랜잭션(transaction‧입하, 출하, 매상, 반품, 입금, 출금, 정정 등 데이터)을 수정할 수 없도록 데이터를 블록화해 암호 기술을 체인으로 연결한 것이다.
대종상 NFT를 보유한 사람은 누구나 6개 부문(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신인상, 남우신인상) 심사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 심사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격을 살펴보면 여남신인상에게 투표할 수 있는 BLUE‧GREEN‧WHITE는 55,000원이다. 여남조연상에 투표권이 제공되는 RED‧PURPLE‧AOZ는 77,000원, 여남주연상에 투표 가능한 DIA‧PLATINUM‧SILVER는 99,000원에 해당한다.
6개 부문을 국민 심사단 투표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로 대종상 측은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라고 밝혔다. 연기는 대중성도 중요하다는 게 설명이다. 또 NFT 수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리 투표 논란 등에서 자유로운 방식을 찾다가 블록체인 기술과 NFT를 생각했다”라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돈으로 투표권을 사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 참여’란 명분을 내세워 대리 투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투표권 행사의 자격은 NFT를 구매해야만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신인상, 조연상, 주연상을 투표할 수 있는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라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 대종상이 추구한 투명하고 공정한 투표가 아닌, 돈벌이에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 더불어 NFT를 가장 많이 구매한 상위 홀더에게는 신인상 시상자, 애프터파티, 리셉션, 단체사진 촬영, 객석 초대권까지 주어져 ‘돈벌이 장사’란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리수상, 보이콧 등 긴 시간 파행을 겪었던 대종상은 국민 심사단, NFT 등 트렌드 요소를 모두 도입했다. 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겠다는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민 심사단이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된다면 제자리에 머무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대종상은 현재 불거진 판매권 논란을 딛고 잃어버린 권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개혁’과 ‘혁신’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은 만큼 더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대종상영화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