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남지현이 2년 후에 거는 기대 [인터뷰]
입력 2022. 10.14. 10:49:07

남지현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남지현이 ‘작은 아씨들’을 통해 지난 18년 간 배움의 길을 걸으며 쌓아 올린 성장의 포텐을 터트렸다.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 연출 김희원)은 지난 9일 마지막 회 시청률 11.1%(유료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이 거듭될수록 휘몰아치는 전개로 몰입도를 높인 ‘작은 아씨들’은 마지막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남지현은 ‘작은 아씨들’에서 세 자매 중 둘째이자 옳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열혈 기자 오인경을 연기했다.

종영을 며칠 남겨두고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남지현은 오인경 그 자체였다. 단정한 차림에 화장기 없는 인경이 익숙했던 터라, 극 중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등장한 남지현은 드라마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듯했다.

털털하게 웃다 가도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변해 강단있게 말하는 남지현은 인경과도 꽤 닮아있었다. 쉴 틈 없이 이어진 질문 세례에도 막힘없이 답변해낸 남지현에게서 그가 ‘작은 아씨들’과 인경을 위해 얼마나 노력과 애정을 쏟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서사부터 각 캐릭터들이 얽히고 설킨 ‘작은 아씨들’을 깊숙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남지현은 촬영 막바지가 돼서야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를 확실히 깨달았다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평범함에서 어떠한 용기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작은 아씨들’은 이를 인주, 인경, 인혜가 각자의 방식으로 원령가에 맞서는 모습으로 위트있게 풀어냈다. 이에 남지현은 ‘작은 아씨들’의 장르도 새로 정의했다.

“저희 드라마가 어떤 장르의 드라마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11, 12부까지 촬영하고 나서야 제가 감독님께 저희 드라마의 장르가 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저희 드라마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 판타지 블록버스터다. 그만큼 극적인 사건,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에 비해 겪어내는 인물을 지극히 평범하다. 비상한 어떤 능력이 있고 슈퍼파워가 있는 게 아니라 때로는 잘못된 선택도 하고 결점도 있고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 인물이 거대한 사건을 만났을 때 어떻게 되느냐를 드라마에 표현된 것 같아서 매력있다. 그래서 저희 드라마가 더 독보적인 색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인경은 마냥 고집이 세기보단 정의를 따르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배짱 있게 나아가는 인물이다. 굽히지 않고 버텨내면서 반드시 옳은 일을 행하는 인경의 행동은 극에서 선의 경계가 가장 뚜렷하기도 했다. 이를 오차 없이 표현해줄 인물로 제작진들은 애초부터 남지현을 점찍어뒀다.

“아무래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모든 배우의 공통된 소망이라 생각한다. 처음 미팅 때, 감독님이랑 작가님께 왜 저를 인경이로 하고 싶으셨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말씀해주신 답변 중 하나가 ‘인경이가 되게 어려운 캐릭터라 생각하는데 한 가지 필요한 게 있다면 신뢰가 있어야한다’ 였다. 여태까지 제가 했던 캐릭터들에서 이 사람이 결국 바른 방향으로 갈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보셔서 그런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더라. 인경이가 복잡하다 보니 여러 가지를 표현할 배우를 찾는데 감사하게도 제가 떠오르셨다고. 그래서 처음에는 인경이는 신뢰감을 잃지 않는 캐릭터라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알코올에 의지하게 된 어두운 가정사의 흔적부터 사건을 파헤칠수록 진실에 집착해가는 인경을 남지현은 다각도에서 접근해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에 때로는 인경의 행동이 의아함을 자아내거나 도리어 답답함을 보여주기도. 남지현 역시 인경의 그런 면들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나뉠 것을 예상했다고.

“인경이는 눈에 보이는 걸 좇는 친구가 아니다. 인주는 화영이가 준 20억, 비자금 700억. 눈에 보이는 것들이 목적인데 인경이는 손에 잡히거나 눈에 보이는 걸 좇지 않고 한층 더 심층적인 걸 보는 거다. 표면적으로 박재상을 노리는데 사실 그를 노리기보다 실체를 까발리는 걸 노리고 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걸 쫓아가는 친구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곤 예상했다. 초반에 이미지가 뭘 위해 저렇게 하는지 공감을 못 하실 수도 있겠다. 저도 그게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작가님과 감독님이 그 부분에 대한 믿음을 주셨다.”

다만 남지현도 모진 일들을 버텨내고 인내하면서까지 한 사건에 집착하는 인경이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추적하는 또 다른 인경이는 늘 어딘가에 있었다. 인경의 집요함에는 절실함이 동반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남지현은 의심을 거두고, 온전히 인경에 몰두할 수 있었다.

“저도 끝까지 설득이 안 된 부분 중 하나가 설마 이렇게 끈질기게 사는 사람이 현실에 있을까 였다. 인경이는 정말 기자로서 사건을 파헤치는데 집요하고 절대 놓지 않는다. 자문 기자님이 사회부 기자셨는데 ‘이렇게까지 하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기자님은 오히려 작가님이 기자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인가 싶었다고. 공감됐다고 하신 게 한가지 사건을 파고들면 흐릿한 그림이 그려지는데 정보를 모으고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고 마지막 퍼즐 맞춰서 세상에 알려졌을 때 쾌감이 있다더라. 그 기쁨에 중독돼서 기자를 한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세상에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그다음부턴 인경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과감하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종호(강훈)와 인경의 로맨스도 심심찮게 흥미를 자아냈다. 극에서 큰 분량을 차지하는 정도는 아니었으나 두 사람의 관계 진전도 눈 여겨 볼 만한 관전 포인트였다. 종호는 잠시라도 인경의 힘겨운 삶을 환기시켜주는 인물이었다. 이에 인경도 점차 종호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종호는 인경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자꾸 한다. 누구한테나 가족한테서 듣고 싶은 말을 종호가 하면서 인경이가 흔들리기 시작한 거다. 그런 게 가슴 깊숙이 와서 박힌다. 다른 사람에게 티 내지 않았던 시간을 다 알고 있어서 인경이도 마음이 흔들렸을 거다. 그렇다 보니 종호는 직접적으로 표현했고 그 이후로 직구로 맞은 거다. 하나하나 돌직구로 오면서 둘 관계가 변화한 같다. 사랑은 평화와 평온, 안정감, 쉼터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호가 던지는 말들이 설득력 있다. 인경이는 전쟁 같은 삶을 살아온 인물이라 종호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강한 신념과 올곧은 인경을 남지현은 제 옷 입은 듯 소화해냈다. 전작들에서 연기했던 당차고 똑 부러지는 캐릭터들의 특징이 인경과 비슷한 결이기도 했다. 캐릭터를 볼 때 어느 정도 취향도 반영되는 듯하다. 이를 인정하며 남지현은 작품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듯 극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캐릭터에 더 끌린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캐릭터라 생각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남들은 모를 수도 있고 자기만 아는 짐을 가지고 살지 않나. 그런 게 가끔 클 수도 있고 작은데 크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런 점에 대해서 거리낌이 없달까. 보면서 공감하실 분도 많겠다 싶었다. 제가 여태 했던 캐릭터들의 공통점이 지지 않고 결국 이겨냈는데 그런 건 아마 저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다. 취향이라기보다 제가 그렇게 살고 싶기도 하고 그런 게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무언가 이겨내고 자기도 조금 성장한 채로 끝나는 변화가 있는 캐릭터를 하게 된 것 같다.”

남지현에게 ‘작은 아씨들’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익숙해질 법도 한 촬영장에서 매번 다른 느낌으로 임했다는 남지현은 새로운 성장을 맛봤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도전한 게 많았다. 보이는 부분에서도 그렇고 안 보이는 부분에서도 그렇고 매회 촬영 나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갔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을 찍을 때도 그렇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매일매일 새로운 미션이 있는 상태로 현장에 가는 느낌이었다. 그게 부담스럽진 않았고 그런 도전이 ‘작은 아씨들’에서만 할 수 있는 도전이라서 그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또 좋았던 건 그렇게 도전해도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주신 분들이 현장에 계셨다. 자유로움을 주셔서 무모하게 도전해보는 느낌을 많이 얻은 작품이다.”

어느덧 20대 후반에 선 남지현은 새로운 설렘을 드러냈다. 아역 시절을 거쳐 지금에 오기까지 남지현은 학생과 배우라는 두 가지 몫을 챙겨왔다. 마침내 배우라는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이제 부터를 남지현은 오롯이 즐기고자 했다.

“여러 가지 다 해보고 싶다. 최근에 깨달은 건데 제가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학생이랑 배우 두 개를 같이 해왔다. 대학교 졸업하고 이제 온전한 직업인으로서 연기한 게 처음인데 그게 너무 좋더라. 그렇게 한 게 2년밖에 안 됐다. 26살에 졸업해서 지금 이것저것 힘이 넘쳐나서 이런저런 장르도 역할도 해보면 재밌겠다. 진짜 무언가 시작하는 비기너처럼 호기심 있고 에너지 넘치고 모든 지 도전해보고 싶은 의욕이 불타는 상태라 다 해보겠다.”

올해 데뷔 18주년을 맞은 남지현은 아역배우 시절을 거쳐 성인 배우로 자연스럽게 안착했다. 앞으로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더 많다는 남지현의 행보에 대중들이 거는 기대도 큰 바다.

“긴 시간이었다. 모르고 있었다. 그 시간이 길었다고 체감이 안 된다. 18년이면 그중에 10년이 아역이고 8년이 성인 역할을 했는데 8년이 더 짧긴 하지만 더 많이 멀리 걸어온 것 같다. 매 작품마다 조금씩 성장해서 20대 초반일 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나중에 뒤돌아보면 많이 와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 느낌이 나서 다행이고 뿌듯하다. 제가 30살이 되면 아역, 성인으로 연기를 한 지 딱 10년, 반반이 된다. 그게 2년 정도 남았는데 그 2년을 알차게 채우고 반반이 되는 순간 제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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