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과 양현석의 포지션
입력 2022. 10.17. 14:05:05

이수만

[유진모 칼럼]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계약 해지를 공식화하자 10월 14일 SM 주가는 9.49% 오른 6만 9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SM의 주요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 3월과 8월 SM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하는 등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해지를 꾸준히 요구해 온 결과이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결국 손을 든 셈. 라이크기획은 SM의 음반 자문과 프로듀싱 업무의 아웃 소싱을 함으로써 SM으로부터 거액의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 왔다. 올해의 경우 SM은 240억 원 규모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했으며 이는 SM의 매출액 대비 3.42%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이 프로듀서는 따로 급여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라이크기획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챙겨 온 것은 사실이다. 이제 그의 지위는 회사 지분 18.46%를 보유한 대주주로만 남게 되었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주주들의 오랜 요구에 화답해 계약 조기 종결 합의서를 체결한 SM 이사회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공식 입장을 내어놓았다.

이수만은 SM을 만들고 키워 온, 한때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그는 주주와 프로듀서, 그리고 ‘선생님’ 혹은 ‘선배’로서 임직원 및 소속 연예인과의 포지션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SM은 사실상 이수만의 손을 떠난 굴지의 대기업이 되었다. 그가 있으면 좋은 점이 많지만 없어도 돌아간다.

이는 YG엔터테인먼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버닝썬 사태를 비롯해 해외 원정 도박, 성 접대, 마약 범죄 은폐 등 수많은 의혹에 시달리자 결국 2019년 6월 YG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대표 이사였던 그의 동생 양민석도 황보경 대표 이사에게 자리를 넘기고 사임했다.

양현석


그런데 YG 이사회 의장 자리는 계속 지키던 양민석은 지난 7월 1일 다시 YG의 공동 대표로 돌아왔다. 황 대표는 사내에서 양 대표의 복심으로 통한다. 양현석은 여전히 약 17%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다. 공식적으로는 양현석이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하지만 사외에서 그것을 믿는 분위기는 그리 풍부하지 못한 배경이다.

이수만은 가수 출신이다. 그러나 가수로서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고 MC로서 비로소 유명해졌다. 그리고 1990년대 SM을 차린 후 사업가 겸 프로듀서로서 정상에 올랐다. 그가 소속 뮤지션들의 음악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로듀서로서의 기능만 한다. 프로듀서란 뮤지션과 그 음반의 기획과 제작을 겸하는 자를 뜻한다.

신인을 발굴하든, 기성 가수를 기획하든 해당 뮤지션의 음악부터 춤과 스타일, 하다못해 캐릭터까지 일일이 잡아 줘 성공할 수 있도록 총괄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니 가사 토씨 하나까지 일일이 체크한다는 이수만이기에 그런 큰 성공을 할 수 있었던 듯하다. 그건 음악성이나 창조력과는 조금 결이 다른 능력이다.

이수만에 비해 양현석은 음악과 조금 더 거리가 있었다. 그는 춤꾼으로서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이었지만 서태지와아이들에서 음악적으로는 한 게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YG에서도 그는 직접 하나의 완성된 작곡, 작사, 편곡 등을 해 낸 건 알려진 게 없다. 총괄 프로듀서로서 큰 그림만 그려 주는 식이다.

그래서 음악의 세부적인 디테일에 영향을 끼친다기보다는 정신적 지주로서의 기능이 더 크다는 이야기가 통용되고 있다. YG 역시 SM처럼 양현석이 주인인 개인적 회사로 출발했지만 코스닥 상장 이후인 지금은 사뭇 다르다. 양민석과 황보경 등 양현석 측근의 주식을 다 합쳐도 51%가 안 된다. 즉 실질적 대주주는 다른 데 있다.

그중에는 ‘개미’들도 꽤 된다. 꼭 ‘개미’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YG에 투자한 기업과 개인들을 고려할 때 회사의 운영은 현명해야 하고, 경영은 투명해야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의 업무 일선에 필요한 사람은 ‘회장 님’(YG에서는 양현석을 그렇게 부른다. 누가 시킨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보다는 실무진이다.

어느 기업이건 회장이 일선에서 세세한 업무까지 일일이 참견한다면 현장의 노동자들이 일하기 힘들다는 것은 진리이다. 더구나 산업 혁명으로 모든 업무가 세분화, 분업화된 지가 얼마나 지났는데! 인위적으로 주가를 ‘관리’하는 것은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주식회사에서는 필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수만의 사례는 YG에 매우 교훈적인 길라잡이가 아닐 수 없다. 이 사회의 구조에서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포지션‘(있어야 할, 알맞은 제자리’가 있다. 구멍가게나 작은 식당이라면 ‘사장’이 전권을 휘두를 수 있지만 엄연히 투자자가 존재하는 상장사라면 그런 개념은 곤란하다. SM과 라이크기획이 다르듯.

[유진모 칼럼 / 사진=SM엔터테인먼트, 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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