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여빈이 경험한 모험 '글리치' [인터뷰]
- 입력 2022. 10.19. 07: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다수의 지지를 받기 보다는 소수의 진한 사랑을 받을 작품 같다고 생각했고 그 사랑을 체험해 보고 싶고 기다리고 있다"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 등을 연출한 노덕 감독과 '인간수업'을 집필한 진한새 작가가 의기투합해 특정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다소 낯설 수 있는 장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전여빈은 평소 팬이었던 노덕 감독, 진한새 작가와 함께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노덕 감독님의 '연애의 온도'를 학창 시절 때 대사를 독백으로 간추려서 오디션장에 항상 들고 다닐 정도로 팬이었다. 진한새 작가님 작품은 '인간수업'을 보고 그 이야기 자체가 너무 기발하고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잘 쓰이고 잘 만들어진 시리즈라 궁금했다. 작가님의 다음 행보가 궁금했는데 그와중에 '글리치' 출연 제안 연락이 왔다. 처음엔 4부까지만 대본을 본 상황이었다. 어떻게 이야기가 방대하게 펼쳐질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저도 이분들에 대한 믿음과 도전하는 마음으로 모험을 시작하고 싶었다. 작가님과 감독님께 어떻게 러브콜을 주셨냐는 질문을 해본적은 없었다. 그냥 러브콜 주신 자체가 큰 호의고 그것만으로 그 자체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시길 '멜로가 체질'에서 상사에게 욕을 엄청 먹고 분개해서 슬로 장면으로 눈을 뜨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 꽂히셔서 지효 역할을 생각했다고 하시더라. 노 감독님은 제 모든 작품을 단편부터 모든 걸 다 보셨더라. 생각보다 나에 대한 사랑이 많으셨던 분이구나 했다. 촬영하면서도 여실히 느꼈다"
극 중 전여빈은 하루아침에 지구에서 증발한 남자친구를 찾아 나선 외계인 목격자 홍지효로 극을 이끈다. 모험을 통과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봉인되어 있었던 기억을 마주하며 변화를 맞는 지효의 성장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캐릭터를 만나는데 그 캐릭터들은 글 속에 있는 인물이다. 그 글을 보고 최대한의 상상을 해나가는 거다. 그 글에 충실해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상상하고 준비하는 편이다. 연기라는 게 혼자서만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라 상대방을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어떤 감독님을 만나서 디렉팅을 받는지에 따라 많이 변하더라. 그 과정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한다. 대신 어떤 부분에선 저의 확신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싶은 순간들도 있다. 그럴 땐 감독님, 배우와 긴밀하게 대화하려 한다"
특히 전여빈과 나나는 쉽지 않은 이 도전에 서로를 완성해 주며 놀라운 케미를 선보였다. 연출을 맡은 노덕 감독은 '글리치'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장면으로 “지효와 보라가 함께 있는 순간들” 전부를 꼽기도 했다.
"3회차쯤이었는데 우리는 그냥 지효, 보라 그 자체로 갈 수 있겠다 확신하게 된 순간이었다. 나중에 보라가 말하기를 자기 엄청 떨었었다고 하더라. 떤 줄도 몰랐다. 연기하는 게 너무 편하다. 제 반응에 솔직하게 반응해 주고 대본에 충실하면서도 반응해 주고 억지로 꾸며내지도 않고 너무나 좋은 연기자여서 나나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나나는 겉모습을 시크하지만 정말 여리면서도 쿨한 친구다. 나나한테 의지했던 순간이 많았고 위로가 돼준 순간도 많았다. 나나랑 서로를 믿을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이 그렇게 믿어주셨다. 끝날 때쯤에 너무 감사하다는 연락을 하기도 했다"
다만 외계인을 보는 주인공, 낯선 소재와 복합장르가 다소 어렵다는 반응이 아쉽다. 누구나 마음 속 외계인 하나쯤은 품고 살지 않냐는 질문을 던진 전여빈은 지효 자체를 특별한 사람으로 보기보단 남들과 다른 경험이 있는 평범한 아이로 해석했다.
"지효 자체를 특별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평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외계인을 본 것 같다는 환각, 실체인지 모를 경험이 있다는 것, 말하지 못하는 이상한 점, 숨겨놓고 싶은 점들이 본인에겐 상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효는 그냥 조금 소심해 보이는 평범한 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대본 봤을 때부터 다수의 지지를 받기 보다는 소수의 진한 사랑을 받을 작품 같다고 생각했고 그 사랑을 체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분들의 사랑이 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태다"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실종과 외계인 그리고 이를 신봉하는 집단 등 믿을 수 없는 일들로 인해 평범하고 무료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며 벌어지는 혼란을 담은 '글리치'는 신념을 공유하던 두 친구가 관계를 회복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버디물이자 성장물인 이 작품에서 지효와 보라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배우 전여빈에게는 '글리치'를 포함한 모든 촬영장이 큰 원동력이자 에너지를 얻는 곳이란다.
"모든 것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려고 한다. 혼자 있으면 혼자 있으면 에너지를 즐기려 하고 현장에 있으면 현장에 있는 대로 에너지를 쓰는 동시에 채워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열정, 인내를 보고 느끼면서 제가 다시 환기되고 새롭게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현장이 좋다. 힘들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사랑한다. 현장이라는 게 내가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게 아니라 작품에 따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사람들 틈 속에서 다른 면모를 만나고 적응하고 알아가게 되면서 내 안에서 조금씩 깨지고 확장되는 기분이 들더라"
이번 작품은 배우 전여빈을 한 단계 성장시킨 모험이고 여행이었다. "'빈센조'를 끝낸 저의 일상에 또 다르게 다가온 한 줌의 '글리치'. 매 작품 할 때마다 여행다녀온 기분이 든다. 여행을 아주 많이 해본 사람은 아니지만 여행을 다녀왔던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는다. 외적인 모습은 똑같은데 거길 다녀온 저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글리치'는 그런 모험이고 여행이었다"
도전을 즐길 줄 아는 전여빈은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가 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노력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그런 그의 향후 행보에 기대감이 모인다.
"배우는 좋은 연기를 제공해야만 하는 사람이니까 그 사실에 배반하지 않게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이 마음은 제가 배우라는 일을 계속 부여잡고 있는 한 계속 따라다니지 않을까 익숙해지지 않을 거 같다. 역할마다 새로운 인물이 되기 때문에 연기는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말,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선배님들의 말이 이해가 가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내고 싶다. 이 직업을 너무 사랑하고 아낀다는 게 다행이다. 이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잘 가꿔 나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 마음에서부터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잘 가꾸어보려고 한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