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덕 감독 '글리치'로 전한 위로 [인터뷰]
입력 2022. 10.20. 07:00:00

노덕 감독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노덕 감독에게 '글리치'는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노덕 감독은 새로운 장르, 복합적인 장르 속 신념을 갖기 힘든 시대에서 자신의 신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아 '나를 찾는 여행' 중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자 했다.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 등으로 탁월한 장르 감각을 입증한 노덕 감독과 '인간수업'을 집필한 진한새 작가가 의기투합해 특정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기획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OTT가 없던 시절이었고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적어놨던 글이 있었다. 5, 6년 전에 기획했던 아이템과 비슷한 '글리치'가 들어와서 이유불문 해야되겠다 생각했다. 내가 연출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연출하고 이런 작품이 나올텐데 시간이 지나면 저만의 아이템을 만들 수 없을 거 같았다. 표절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게 분명했다. 남이 연출할 바엔 내가 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글리치'는 버디물, 미스터리, 어드벤처, SF 등 다채로운 장르를 담았지만 노 감독은 그 안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이 가진 이야기에 더욱 중점을 뒀다.

"이 작품은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여러 장르를 건드리고 있지만 작품의 형식보다는 인물이 중요했다. 인물에 중점을 두려고 노력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도 SF, 미스터리, 스릴러다 장르들이 있지만 그 장르들보다도 그 인물에 중점을 두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작품을 따라갔으면 감사하겠다 생각했다"

두 주인공 지효(전여빈), 보라(나나)가 바로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사회가 정한 ‘보통의 삶의 궤도’를 벗어나 엉뚱한 모험을 통과하며 성장하는 지효와 보라의 모습이 마음 한편에 저마다의 외계인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을 자극했다.

"1부 '어른'이라는 키워드는 이 작품의 포문을 여는데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을 애써 닫아버리고 억지로 나이가 먹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철이 들어야한다. 우리도 나이를 먹어도 늘 우리는 처음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서툴기도 하고 그것들을 스스로 알고 있는데 억지로 어른 대접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 삶을 살고 있었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진짜 이게 내 모습일까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지효가 보라를 만났을 때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진짜 모습이 나올 때 지켜보는 게 재밌었다"

공개 이후 지효, 보라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제기됐다. 노 감독은 둘의 관계를 우정으로 정의하거나 어떤 형태로 국한하지 않고 자유롭고 다양하게 보이도록 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동창 친구로 단순하게 접근을 했었다. 이들을 지켜보면서 둘 관계에 그 이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가님이랑도 얘네가 어디까지 관계가 갈 것인가 이야기를 했었다. 수위 조절 같은 것들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사실을 한 몸이었던 게 아닐까, 지효가 생각했던 가상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한 명일 수도 있고 우정일 수도 있고 감정적 깊은 관계일 수도 있고 판타지성 일수도 있겠더라. 이것을 규정한다는 게 좁은 의미로 느껴졌다. 자유롭게 해방됐던 거 같다"

이에 낯선 이야기의 세계로 인도하는 외계인과 개성 넘치는 공간들,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의상과 분장 등의 프로덕션 디자인 역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호평과 동시에 다소 애매하다는 반응으로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다. 노 감독 역시 연출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처음 보는 형태의 외계인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이 우주선 안에 들어가고 공간이 이미 우주 공간이다. 어떤 생명체가 나타나면 외계인이라고 생각한다. 외계인처럼 보이려면 외계인이 있어야지, 일상적 공감감이 주는 이상한 게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외계인을 보여주는 게 답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10부에서 외계인의 모습을 형상화했었다. 너무 많아서 떠올려지지가 않을 정도 숙제들이 많았다. 가장 크게 왔던 것들은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는 게 어려운 숙제였다. 예배당 신 부터 큰 숙제가 됐다. 이후 계속 새로운 공간이 열리면서 새로운 공간을 이 작품안에 톤과 의미들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남들이 시도해 보지 않은 모험, 도전을 시작했을 때 노 감독은 미리 이런 반응을 예상했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중이다. "처음부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개척해야 하는 길이라 쉽지 않고 그만큼 보시는 분들도 취향, 모험을 같이 떠나겠냐는 제안을 하는 작품이다. 모험이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도 감안은 하고 있었다. 대중적인 작품을 지향하는 게 아님을 알고 시작했고 거기에 대해서 확인하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다"

여러모로 어려운 지점도 많았지만 대중뿐만 아니라 노 감독에게도 '글리치'는 위로가 되는 작품으로 남았다.

"이 작품을 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연출을 한다는 것과 배우를 한다는 게 되게 비슷한 거 같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고 그 순간에 결정을 하는 건 본인밖에 없다.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당사자야 한다. 그런 점이 외롭기도 하고 의지할 때도 없다. 거기에서 느끼는 외로움들이 있다. 그럴 때 동물이든 물체가 됐든 무언가 있다는 게 하늘과 땅 차이인 것 같다. 저도 누군가한테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영화 두세배 걸리는 시간 작업하면서 제 내면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배우를 대하는 방식들이 많이 바뀐거 같다. 그 전에는 저의 작품을 열심히 잘 만들어야지라는 그런 생각으로 연출을 했다면 이번 현장은 그러면서도 동시에 저 친구들과 스태프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내가 누군가의 보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믿음이 생긴 거 같다. 그들에게 힘이 된다는 걸 체감했다.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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