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이성민, 도전의 또 다른 의미 [인터뷰]
입력 2022. 10.21. 11:39:58

'리멤버' 이성민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한계 없는 도전이다. 매 순간 캐릭터 ‘자체’가 된다.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 이성민의 이야기다.

이성민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성민은 “늘 그렇지만 긴장 되고, 예민해지고, 후회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는 행복했다. 영화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잘 나왔더라. 관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모르겠지만 잘 됐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성민은 극중 60여 년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고자 하는 80대 필주 역을 맡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이끌어낸다.

“걱정했던 부분은 이 영화를 개봉할 때 대중들이 ‘또 이런 영화야?’라는 얘기를 할까봐 우려했어요. 그런데 캐릭터는 이 영화의 큰 줄거리 중 하나지만 남주혁이 연기한 인규라는 캐릭터가 많은 관객들,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몰입과 집중할 수 있고, 설득력을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제가 볼 때 인규라는 캐릭터가 잘 해준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이죠. ‘(남주혁이) 고생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리멤버’의 필주는 기존 한국 영화 복수극에서 흔히 봐왔던 주인공과는 다르다. 복수의 과정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리는 걸 막기 위해 손가락에 직접 검은 먹으로 새긴 원수들의 이름은 여타 복수극과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주라는 인물은 그 시대에 살았고, 온 가족을 잃어버린 인물이에요. 중요한 건 60년 전에 그랬다는 거죠. 그것이 현대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줄 것 인가였고, 인규라는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인규가 필주의 여정에 같이 동참하고, 때로는 끌려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어쩌면 지금 현대 가장 젊은 관객들이 눈높이가 아닐까 싶었어요. 인규는 현대를 사는 젊은 친구들의 평균치의 감정, 생각을 하는 인물인 거죠. 그걸 잘 해준 것 같아요.”



이성민에게 ‘리멤버’는 새롭지만 부담스러운 도전이었을 터. 80대 노인이라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보여야 영화 속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민은 검버섯과 피부 디테일 표현은 물론, 구부정한 허리와 어깨, 거친 호흡과 느린 걸음걸이 및 짧은 보폭을 통해 필주 그 자체로 분했다.

“제일 부담스러웠던 부분이에요. 외모가 제일 부담됐죠. 특히 선생님들과 같이 연기할 때 어색하지 않을까 힘들었어요. 필주 얼굴을 만들어내기까지 준비 과정부터 테스트를 거쳐 많은 시간이 걸렸죠. 내가 얼마나 그 얼굴을 하고, 노인처럼 행동하느냐 문제였어요. (디테일한 부분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연기라는 것이 노트에 적어가며 공식처럼 하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역할을 표현하면서 일상에도 약간씩 변화가 생겼어요. 자세, 걸음걸이 등 말이죠. 그러면서 습득한 게 있어요. 목소리도 의도적으로 목을 눌러 만들었죠. 호흡도 마찬가지고요. 촬영 중반부터는 목 디스크 상태였어요. ‘내가 저렇게 연기를 했다고?’ 생각들 정도로 절제하고, 자제했죠.”

연극배우로 데뷔한 이성민은 드라마와 영화 등 작품에서 작은 단역부터 시작해 주연까지 꿰차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도전’이 아닐까.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일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 친구들에게 ‘너 이거 왜 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대답을 못했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지’ 생각했어요.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조금 더 잘하기 위해, 나에게 놓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였죠. 그 중 하나가 ‘노역(老役)’이었던 것도 있어요. 감독님이 저에게 (필주 역을) 제안했을 때 해볼 만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잘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면 어떨까 의심과 기대가 있어 ‘리멤버’를 선택하게 됐죠.”

도전에 뒤따르는 부족함도 그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부족함을 느끼니까 도전을 하는 것 같아요. 늘 작품을 하고 ‘조금 더 잘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내가 해낼 거야’라고 하는데 부족함이 남죠. 그것들이 저에게 주어지는 동기인 것 같아요. 부족함을 느낀 지점은 다음을 더 낫게 만드니까요. 그런 것들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어요.”



남주혁과 20대, 80대 세대를 넘어선 ‘버디 케미’가 돋보인다. 의외의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주는 절친 케미는 복수극에 이상의 재미를 보탠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선배가 해야 할 게 있고, 후배가 해야 할 게 있잖아요. 또 연기할 때 무대 위에서 하지 말아야할 것이 있고요. 예를 들어 등장을 어떻게 하고, 관객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등. 그런 것들이 나이 들어 돌아보니 굉장히 쓸데없는 것이더라고요. 나이가 들어 선생님들을 만났을 때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셨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내가 상대하는 배우가 동생이라도 배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존중도 해야 하고요. 그렇게 만나야 좋은 장면과 신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서로 벽이 없어야하죠. 후배들과 연기할 때 그런 태도로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자기가 가진 100%가 다 나오니까요. 앙상블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남주혁과의 케미도 돋보였지만 박근형, 송영창, 문창길, 박병호 관록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과의 완벽한 앙상블도 눈길을 끌었다.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김치덕 장군 역의 박근형, 대기업 회장 정백진 역의 송영창, 대학교수 양성익 역의 문창길, 자위대 퇴역 장성인 토조 히사시 역의 박병호는 수십 년 연기 이력에 걸맞는 투혼으로 이성민과 함께 복수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송영창 선생님 외에는 다 처음 호흡이었어요. 굉장히 설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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