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백’ 소지섭, 51의 의미 [인터뷰]
- 입력 2022. 10.25. 10:41:5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50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요. 지금은 50.1인 것 같아요. 51까지는 아니지만, 51에 가고 싶죠. 사실 100% 만족이라는 건 없잖아요. 49%와 51%는 2% 차이지만 반을 넘기냐, 못 넘기냐 차이잖아요. 저는 (반을) 넘기고 싶고, 51%를 채우고 싶어요.”
'자백' 소지섭 인터뷰
결혼 후 달라진 일상에 따른 것일까. 진솔하고, 솔직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서 여유로움과 안정감도 느껴진다. 배우 소지섭의 이야기다.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결백을 주장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 변호사의 대화가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실제로 촬영할 때 한 공간에서 다양한 감정을 해소해야 했어요. 다행히 감독님께서 오래 작업하셨고, 궁금한 게 있으면 감독님에게 의지했죠. 잘 계산되어 있었어요. 저보다 나나 씨가 더 어려웠을 거예요. 많이 연기하고, 실제로 머리 맞는 신도 많이 찍었거든요.”
소지섭은 극중 유망한 사업가에서 하루아침에 살인 사건 용의자가 된 유민호 역을 맡았다. 첫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그에게 유민호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을 터. 그럼에도 소지섭은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절박하게 호소하고, 예민하게 사건을 되짚어나가는 날카로운 유민호를 입체적으로 완성해냈다.
“드라마 주인공은 대부분 착한 역할이잖아요. 장르가 스릴러니까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저에게 매력적이었죠. 불륜을 저지르며 (영화가)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었어요. 그래서 나쁜 놈,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추를 잘못 꿰어 잘못된 선택을 하고, 결국 악인이 된다는 것으로 그려냈죠. 그런 디테일이 영화에 보였으면 했어요. 단순히 시작부터 나쁜 놈, 죽어야 하는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진 않았어요. 감독님께서도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그런 설정이었으면 별 재미가 없었을 거고, 다른 식의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백’은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원작의 큰 틀을 가지고 있지만 세세한 내용, 후반부 반전은 많이 바뀌어 또 다른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그게 시나리오가 주는 힘인 것 같아요. 원작은 마지막에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나며 끝나는데 저희는 중간에 오픈이 돼서 끌고 가는 긴장감이 재밌더라고요. 원작과 달리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얼굴, 각도, 위치 등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1996년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데뷔한 소지섭은 올해 28년차 베테랑 배우다. 대표작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여전히, 쉼 없이 ‘도전’하는 배우였다.
“스릴러 장르를 선택한 건 그 당시 감정이나 새로운 걸 하고 싶었어요. 그 시기에 저에게 들어왔고요. 도전은 늘 하고 싶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죠. 멈춰있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잘하는 걸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저는 반대로 평이 안 좋아도 다양한 걸 시도해보고 싶어요.”
그렇기에 ‘자백’은 소지섭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봤을 때 필모에 남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평가를 듣고, 세월이 지나면 저에게 어떤 의미일지 확실해질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를 하고, 도전한 건 맞으니까요. 앞으로 또 서스펜스 스릴러에 도전하고 싶은데 생각해놓은 건 아직 없어요. 처음 해봤고, (장르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기분이죠. 앞으로 이런 장르가 저에게 들어오지 않을까요? 저도 연차가 꽤 됐는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쉽진 않더라고요. 갈증이 있을 때 만난 것 같아요.”
소지섭은 이날 배우가 아닌, ‘인간 소지섭’으로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지난 2018년 3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홍보차 진행된 SBS ‘본격연예 한밤’ 인터뷰에서 조은정과 처음 인연을 맺고, 연인 사이로 발전해 결혼까지 결혼한 소지섭. ‘결혼 후 달라진 삶이 있냐’는 질문에 수줍은 듯 행복한 미소로 답을 이어갔다.
“배우로서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인간 소지섭’으로 보면 결혼이 주는 안정감이 있더라고요. 걱정, 고민이 많은 편이라 예전에 잠을 못 잤는데 (결혼 후) 불면증도 없어졌어요. 확실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저는 결혼을 적극 추천해요.”
소지섭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묻자 “어제”라 답했다. 촬영하고, 함께하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여전히 열정적인 ‘배우 소지섭’으로 느껴진 순간이다.
“배우 소지섭으로 살면서 지키고자하는 건 ‘촬영 현장에 늦지 말자’에요. 그리고 ‘잘하든 못하든 성실하게 맡은 건 최선을 다하자’죠. 두 가지는 항상 지켜왔던 것 같아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그게 지금까지 지켜져 왔고, 앞으로도 지켜 나갈 것이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