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X정일우 ‘고속도로 가족’, 차가운 현실에 뿌리 내린 희망의 꽃 [종합]
입력 2022. 10.26. 17:41:22

'고속도로 가족'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고속도로 위 휴게소. 여기에 자리를 잡아야 했던 ‘가족’들이 있다. 아스팔트처럼 차가운 현실을 그려내지만, ‘희망의 꽃’을 피우게 만들 영화가 관객들을 만난다.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짚고, 따스한 온기를 전할 ‘고속도로 가족’(감독 이상문)이다.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고속도로 가족’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는 이상문 감독, 배우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 등이 참석했다.

‘고속도로 가족’은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한 부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어른들은 몰라요’ ‘죽여주는 여자’의 조감독 출신인 이상문 감독의 연출작으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첫 선을 보였다.

영화는 연출을 맡은 이상문 감독의 두려움과 걱정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상문 감독은 “저희 영화 문구처럼 삶은 여행처럼 살고 싶은데 스스로 느끼는, 세상을 살아가는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다. 그 걱정과 두려움이 영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라미란은 극중 중고 가구점 사장 영선으로 분한다. 작품을 택한 이유에 대해 “대본을 받고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무심한 듯 흘러가는 일상적인 신들 속에 물밑에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하겠다고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정일우는 고속도로를 유랑하는 가족의 가장 기우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를 찍은 지 10여년이 지났다.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인사드리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그러던 중 ‘고속도로 가족’이라는 작품을 보고, 기우가 가진 캐릭터 힘이 굉장히 강하구나. 어렵고, 힘들겠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캐릭터를 했다”라고 전했다.

기우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지숙 역의 김슬기는 “처음 대본을 받고 저에게 들어온 게 맞냐고 물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맡은 역할 중 가장 과묵하지 않았나. 대본상에는 지숙이 대사가 많이 없었다. 영화에 존재해보자는 생각에 참여했다”라고 했다.

백현진은 영선의남편 도환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인다. 그는 “살면서 남들과 협업할 때, 작업을 함께할 작품을 선택하는 것 중 하나가 ‘다름’이다. 이게 얼마나 내가 경험한 것과 다른가 기준이 된다. ‘고속도로 가족’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로서 ‘잘 걸렸다, 이거. 나 이런 거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과 낯선 얼굴을 선보인다. 라미란은 “제가 했던 캐릭터와 결도 다르고, 작품 결도 다르다. 그동안 즐거움을 드리는 인물들을 많이 했었다. 영선이라는 인물이 한없이 심연 속으로 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끌렸던 것 같다. 오히려 평소 호흡 템포와 잘 맞는 역할이라 편안했던 것 같다. 무엇을 꾸며내지 않아도 부담 없었다. 가구점 운영하는 영선이란 인물로 잠깐 살면 되니까”라며 “작품 등 다른 것에 대한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라고 만족했다. 그러면서 “보시는 분들마다 가져가는 공감대가 다 다를 거라 생각한다. 저도 부산에서 영화를 보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본 후 잡다한 많은 생각을 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할까 생각했다. 사회적 문제도 있지만 제가 살아가는 입장에서 제 자리에서 생각했다. 곱씹어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정일우는 “기우라는 캐릭터가 저와 달라 알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아픔과 힘듦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친구가 하는 행동에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30대 중반이 되고, 배우로서 변화를 줘야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에 기우를 만났다. 저 자신도 많이 변화하고, 발전하지 않았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대화에서 ‘정일우 씨 맞냐’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런 얘기를 좀 듣고 싶었다.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작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정일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격 변신을 꾀한다. 그는 “감정의 변화가 큰 캐릭터라 감정선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논의를 했다. 제가 이해 안 되는 부분은 이해시켜주시고, 감독님이 납득 못하시면 제가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치열하게 감정선을 잡아가려 했다”라며 “이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감정 표현을 할까란 궁금증 때문에 정신과 선생님과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어떤 식으로 감정을 폭발해내는지 고민했다. 감독님이 큰 도움을 주셔서 감정 연기를 잘 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시나리오를 건넨 이유에 대해 이상문 감독은 “라미란 배우님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저에게 기적 같은 일이다. ‘미인도’ 연출을 했을 때 처음 뵀다. 그때는 역할이 길지 않았지만 카리스마가 넘쳤다. 라미란 배우님의 작품을 보면 모든 걸 진짜로 만드신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라미란 배우님을 생각했다. 시나리오 드렸을 때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기적 같았던 순간이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정일우 배우님은 기우 역할이 선하고, 맑은 사람이었으면 했다. 제작진과 긴 논의와 토론 끝에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흔쾌히 하신다고 해서 많은 얘길 나눴다. 김슬기 배우님은 코미디 배우로 많이 알고 계신데 그전 작품을 볼 때부터 페이소스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안에 아픔이 보인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건넸다”라며 “백현진 배우님은 제가 어린 시절부터 ‘어부 프로젝트’ 때부터 팬이었다. 시나리오 썼을 때 ‘아름다운 가족 줄거리’란 노래와 ‘빛’이란 노래를 들으며 준비했다. 제 작년에 왕성한 연기활동을 해주셔서 자연스럽게 시나리오가 갔다”라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가족’은 모두가 스쳐 지나가는 곳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채 살아갈 수 없어 위험한 길 위로 내몰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상문 감독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바라보게 만들며 지금 우리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 감독은 “걱정과 두려움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기우, 지숙 가족이다. 영선은 영민과 사랑으로 안아준다. 그 지점이 영화에서 하고 싶었다. 엔딩은 질문이 되는 것 같다. 기우와 지숙의 아이들과 이들 가족을 안아줄 수 있나, 질문하고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며 “사람과 사람 사이 온기에 대한 영화다. 연민에 대한 영화이고. 관객들 마음에 닿길”이라고 소망했다.

‘고속도로 가족’은 오는 11월 2일 개봉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CG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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