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트, 신보 공개-서면 인터뷰 강행군 용기의 배경은?
입력 2022. 10.31. 11:57:40

유나이트

[유진모 칼럼] 지난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인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차분해지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연예계가 자제 분위기가 팽배하다.

방송사는 예능,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에서 제외하였고, 드라마나 예능 관련 발표회를 취소하였다. 개봉을 앞둔 영화를 가진 배급사들은 관련 행사를, 개봉 중인 영화의 배급사들은 홍보 행사를 각각 지웠다. 국내외 각종 공연과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가수들은 새 음반 발표를 뒤로 미루었다. 그룹 YOUNITE(유나이트)만 예외이다.

유나이티드는 10월 31일 예정대로 세 번째 EP ‘YOUNI-ON(유니온)’을 공개한다고 홍보 중이다. 홍보용 서면 인터뷰도 진행했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연예계 곳곳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까지 공식 일정을 취소한 이유는 첫째 애도의 표시이다. 세월호 이래 초유의 불행한 사태를 맞아 한 민족으로서, 같은 인간으로서, 그리고 부모 혹은 자식 된 도리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음악은 장송곡도 있고, 매우 슬픈 대중음악도 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음악은 춤 등의 유흥이 배경이었다. 미국에서 탄생한 블루스만 해도 그렇다. 주로 서아프리카에서 미국에 노예로 팔리어 온 흑인들은 낮에 고된 노동을 한 뒤 밤에 허름한 숙소에서 고향을 그리고, 고된 현실을 비관하며 노래를 불렀다.

또한 낮에 너른 목화밭에서 노동요도 불렀고, 나름대로 먼 곳에 있는 동료들과 노래로 안부 인사도 나누었다. 그런 모든 콘텐츠들이 모여 하나의 음악이 되었고, 그게 바로 블루스이다. 당연히 매우 처절한 분위기일 수박에 없었다. 그런데 그 블루스에 백인들이 리듬을 가미해 리듬앤드블루스로 발전하고, 한편으로는 뉴올리언즈를 중심으로 재즈가 유행되면서 블루스는 비탄조의 음악에서 크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재즈라고 하면 흥겨운 비밥이 연상될 정도로 춤과 연관이 짙다. 주지하다시피 리듬앤드블루스는 흥겨운 로큰롤로 이어졌다. K-팝은 록을 기저로 한다. 블루스적인 색채를 가진 뮤지션도 꽤 많다. 대한민국 사람이건, 외국 팬이건 K-팝이라고 하면 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미지를 연상한다. 보이 그룹과 걸 그룹의 음악은 당연히 신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물론 요즘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는 나름대로 심오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철학이 담겨져 있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대중음악이 모차르트나 베토벤일 수는 없다. 국내 가요계에는 한때 김정호라는 니힐리즘의 극치를 보여 준 가수가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음악성을 가진 뮤지션도, 그런 기조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프로듀서도 희박하다.

물론 음반 발표를 뒤로 미루는 저의에 경제적 계산도 없지 않을 것이기는 하지만 그 의도의 첫 번째는 당연히 자중, 자제, 애도이다. 그렇다면 계획의 강행군의 의도는 무엇일까? 설마 ‘팬들과의 약속’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우긴다면 팬들을 무지렁이, 핫바지로 보는 명예 훼손이자 스스로 무식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결국 둘 중의 하나이다. 만약 고집만 앞세운 결과라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고, 생각이 있다면 그냥 계산만 앞세운 것이다. 어느 쪽이라도 결국 팬들을 무시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나라 전체가 경천동지한 가운데 모두 탄식과 애도의 감정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어도 유나이트의 팬들만큼은 흔들림 없이 신곡을 구매하고 즐길 것이라는 자신감이라면 곧 팬들이 아무 생각이 없다고 착각한 결과일 따름이다.

다만 며칠이라도, 국가가 정한 애도 기간만큼이라도 미룰 수 없을 만큼 뭐가 그리 절박했을까? 뭐가 그리 급했을까? 만에 하나라도 소속사가 ‘돈에 눈이 멀어’ 그랬다고 치더라도 멤버들이 21~18살의 어린 나이라 판단력이 흐려서 그랬다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 정도 나이면 이런 시국에 신곡을 낼지, 말지의 판단쯤은 할 줄 안다.

아니, 알아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전 세계의 K-팝 팬들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스타가 될 자격이 있다. 발매를 며칠 미루고 애도의 물결에 동참한다고 서운해 하거나 발매를 조를 팬들은 얼마 없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인기 절정이던 1958년 징병제가 시행 중이었으므로 당연히 군에 입대했다.

방탄소년단도 올 연말 진을 필두로 줄줄이 입대한다. 사실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야만 하기에, 가는 게 정상이므로 가는 것이다. 애도하는 건 애도하는 게 정상이기에, 그게 인지상정이고 인간으로서의 도리이기에 하는 것이다. 유나이트는 연합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 다들 미루는데 혼자만 신곡을 발매하는 게 연합의 행위일까?

[유진모 칼럼/ 사진=브랜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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