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소녀’ 김유정, 국민 여동생에서 ‘첫사랑 아이콘’이 되기까지 [인터뷰]
- 입력 2022. 11.02. 11:42:22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1세기, 새로운 ‘첫사랑의 아이콘’이 아닐까.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첫사랑’에 도전한 배우 김유정. 싱그러운 미소와 풋풋함을 더해 그 시절, 설렘의 감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20세기 소녀' 김유정 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는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 17세 소녀 보라가 절친 연두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트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첫사랑 관찰 로맨스다. 김유정은 극중 절친 연두(노윤서)의 짝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7세 소녀 나보라 역을 맡았다.
“아직은 조금 실감이 안 나요. 그냥 오픈 됐다는 것에 기쁨이 컸죠. 팀 멤버들끼리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도 GV에서 관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때 즐거워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왔죠. 그게 이어져 오픈 날까지 좋았어요. 반응이 너무 좋아서 팀원들끼리도 자주 연락하고 있죠.”
‘20세기 소녀’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브라질, 멕시코 등 총 33개국의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대별로 공감대도 확실히 다른 것 같고, 감정이입 포인트가 다른 것 같아요. 각 나라마다 새로움을 느끼는 매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죠. 우리나라 팬들의 경우,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는데 다른 나라 해외 팬들에게는 새로운 것들의 설렘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 당시 유머 코드에도 반응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저도 그게 신기했어요. 다른 해외 팬들이 보셨을 때 공감되고, 재밌는 부분도 있구나를 이번에 오픈되고 나서 알게 됐어요.”
‘20세기 소녀’는 실제 1999년 학창 시절을 보냈던 방우리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출발했다. 마치 학창 시절에 썼던 교환 일기장처럼 지금은 흐릿해진 기억 속 ‘첫사랑’과 ‘관찰’을 키워드로 청춘의 감성을 일깨워주기도. 서툴게 감정을 배우고 알아가는 그 나이대의 로맨스를 꾸밈없이 선보여 첫사랑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모든 면에서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나이대가 고등학생에서 성인이 된 직후까지 애매한 시기라 기회가 많이 없었죠. ‘20세기 소녀’라는 작품의 시나리오를 보고 이 시기에만 표현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풋풋함, 학생 때 감정들, 친구와의 우정을 나누는 관계들이 저에게 크게 와닿았죠. 저도 공감된 게 있었어요. 보라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도 뚜렷한 매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크게 와닿아 감독님을 만나 뵙고 싶었고, 이 감성과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어요.”
방우리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보라 역에 김유정을 떠올렸다고 밝힌 바. 김유정은 감독의 이야기를 토대로 보라 역할을 차곡차곡 만들어갔다.
“기분이 좋았어요. 애정이 가는 작품이고, 좋아하는 작품이기에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죠. 감독님이랑 제일 많이 이야기를 나눈 건 그 당시 경험한 것들에 대해서였어요. 목소리 톤, 습관 같은 행동들, 말투에 대해 고민을 했고요. 리서치 기관, 공중전화 신도 저는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소스를 받아 들어보기도 했죠. 또 보라가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일지 등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갔어요.”
작품 속 배경이 된 1999년. 1999년생인 김유정은 당시 분위기와 감성 등을 알기란 쉽지 않았을 터. 90년대 감성을 읽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감독님이 영화를 많이 추천해주셨어요. 영화 ‘접속’도 추천해주셨죠. 사실 제가 좋아하는 감성이 아날로그에요.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고, 영화를 볼 때도 옛날에 나온 걸 많이 접했죠. 그래서 그런 쪽 감성을 표현하기란 어렵지 않았어요. 음악도 원래 알고 있었고, 가수분들의 노래도 좋아했죠. 추천해주신 영화도 이미 봤던 것들이라 그 감성을 한 번 더 느끼려고 다시 꺼내 보았어요.”
영화 속 등장한 공중전화와 삐삐의 암호화된 숫자들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90년대 유행했던 의상, 소품 등을 보는 재미도 있어 모든 세대들에게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다가올 터.
“공중전화는 알고 있었어요. 삐삐는 접한 적 없던 물건이었죠. 어떻게 소통하며 살았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플로피디스크도 신기했어요. 저는 USB로 저장하던 시기였거든요. 카세트도 저는 MP3 시대였어요. 감독님께서 박혜경, 박기영 가수님들의 오디오를 선물해주시기도 했죠.”
2003년 CF로 데뷔한 김유정은 드라마 ‘동이’ ‘구미호: 여우누이뎐’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편의점 샛별이’ ‘홍천기’, 영화 ‘황진이’ ‘해운대’ ‘우아한 거짓말’ ‘제8일의 밤’ 등을 통해 ‘잘 큰 아역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다수의 작품에서 아역배우로 활약했던 그는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동생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20세기 소녀’를 통해 첫사랑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전에 보여드린 모습과 다른 새로운 모습이에요.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죠. 글로벌적으로 첫사랑 이미지를 구축한 건 아직 못느끼겠지만 조금은 다른 면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 교복을 입고 있지만 겉모습은 누가 봐도 잘 성장한 사람이잖아요. 거기서 매력이 더 크게 보인 것 같아요.”
잘 자란 아역배우에서 이젠 어엿한 성인 여배우가 된 김유정.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이기에 앞으로의 색다른 얼굴이 기대를 모은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 일을 했잖아요. 중고등학교를 다닐 땐 스스로를 형성하고, 찾아가는 시기라 고민이 많았어요. 성인이 되면서 안정적으로 됐죠. 지금은 편안한 상태에요. 나이가 어렸을 땐 어려운 일을 온전히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스스로 혼자 일어날 수 있는 힘을 키우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아역 배우’란 타이틀도 그것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요. 과거에 무슨 일이 있든 간에 과거의 저를 떨쳐내고 싶지 않죠. 지금의 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건 과거에서 온 거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온전히 지배당하면 안 되는 거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지 생각하고 있어요. 새로운 것들을 많이 해보려 하죠.”
김유정은 ‘믿고 보는 배우’도 되고 싶다고 소망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는 ‘잘 컸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지인들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와서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죠?’라고 하면 ‘너 잘 컸어, 잘하고 있어’라고 해주시죠. 그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제일 좋은 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 김유정이란 소리지만요. (웃음)”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