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행사 취소만이 애도?” 대중문화예술계가 낸 목소리
입력 2022. 11.02. 14:56:39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지난 2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져 대중문화예술계는 직격타를 입었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며 봄이 찾아오는 듯했으나 이것도 잠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해 정부가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어렵게 되살아난 대중문화예술계는 다시 추운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정부가 11월 5일 자정까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자 연예계에서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취지로 신곡 발매 연기, 공연 취소 및 방송 프로그램을 결방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애도를 위한 무조건적인 취소가 능사는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싱어송라이터 생각의 여름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주에 하기로 한 두 공연의 기획자들께서 공연을 진행할지 연기할지 정중히 여쭤왔다. 고민을 나눈 끝에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보다”라며 “관에서 예술 관련 행사들을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관적으로 닫는 것을 보고 주어진 연행을 더더욱 예정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연이 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 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이 될 수 있다”라며 “하기로 했던 레퍼토리를 다시 생각하고 매만지며 무슨 이야기를 관객에게 할까 한 번 더 생각해본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방식이다.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가수 장재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생각의 여름 글을 재게시하며 공감의 뜻을 표했다.

생각의 여름과 함께 ‘내 가수의 애창곡’에 출연하는 김사월도 그대로 공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들의 노래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보살필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면서 “희생자분들과 그의 가족 지인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뮤지션 정원영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는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 음악만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라며 의견을 전했다.



대중음악평론가 배순탁 또한 “언제나 대중음악이 먼저 금기시되는 나라”라고 비판하며 “슬플 때 음악으로 위로받는다고 말하지나 말던가. 애도의 방식은 우리 각자 모두 다르다. 다른 게 당연하다. 방식마저 강요하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작곡가 겸 DJ 래피도 이번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궁금하다. 왜 유독 공연예술가들만 일상을 멈추고 애도를 해야 하나. 셀 수 없이 많은 직업이 있는데 오직 하나의 직종에만 ‘생업 포기 강제 애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냐”라며 “그 어떤 보상도, 약속도 없이 생계를 접고 애도를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직종. 공연예술가는 최소한 생계라도 이어가며 애도를 하면 안 되나”라고 적었다.

대중문화예술계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커진 이유는 ‘생업’과 연결되어 있어서다. 행사를 열기 위해선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갑작스러운 연기, 취소는 금전적인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가요계뿐만 아니라 영화계도 비슷한 처지다. 12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 물의 길’을 피해 11월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들은 제대로 된 홍보 활동 없이 개봉해야하는 위기에 놓인 것.

업계 관계자는 “애도의 방식에는 정해진 답이 없지 않나.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대중문화예술계의 희생은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 행사 취소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스태프와 관계자들 또한 줄줄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애도를 위한 무조건적인 취소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셀럽미디어 임직원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더불어 유족들의 슬픔에도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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