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딩엄빠2’, 청소년 성 관음증에서 자유로운가?
- 입력 2022. 11.03. 11:40:48
- [유진모 칼럼]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는 방송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그만큼이나 비난을 받는다. 공식 정체성은 ‘10대에 부모가 된 고딩엄빠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좌충우돌,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리얼 가족 프로그램.’이다.
고딩엄빠
진행자 박미선은 “이 친구들의 행동을 지지하고 정당화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미성년자가 생명을 탄생시켰고, 보호 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기 때문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솔직한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한다.”라고 취지를 설명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고등학생 때 아이를 갖게 된 부부 혹은 그 아이의 부모가 등장한다. 대부분 파트너를 챙겨 주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도 가끔 그려 낸다. 지난 4월 가정 폭력 논란을 야기한 이택개-박서현 커플이 대표적이다.
모든 이슈가 그렇듯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으로 나뉜다. 100보 양보해서 그 찬반양론의 비중이 백중세라면 절반이 나쁘다는 이야기이니 결국 나쁘다는 의미이다. 긍정이 압도적으로 많지 않을 때는 부정으로 보는 게 진실에 가까운 법이다.
이미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된 지 오래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하도 포기하는 게 많기 때문에 붙여진 유행어이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기성세대에게는 지극히 당연하였던 일상생활이나 미래의 설계 등을 하나, 둘씩 점점 포기해 간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당연히 최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보듯 출산한 10대 고등학생들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무출산 계획이라면 이들 ‘고딩엄빠’들은 충동에 의한 무계획과 무질서의 결과로 그렇게 된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 연령은 아직 아이인 그들이 순간의 충동적 욕구를 자제하지 못함에 따라 임신하게 되었고, 낙태는 불법이라, 혹은 자신의 자식이니 낳아야 한다는 가족애와 도덕심 때문에 낳아 기르고 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예능이라는 데 있다. ‘고딩엄빠’들은 아직은 부모의 보살핌을 더 받고 살아야 할 위치이다.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4년제 대학교도 졸업해야 할 상황이다. 보편타당한 시각에서 아직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그런 ‘아이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부부 행세도 하고 있다.
박미선의 ‘보호 받아야 하는 게 마땅하기 때문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솔직한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한다.’는 취지 발언은 무조건 옳다. 그런데 빠진 게 있다. 미성년자가 성관계를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들이 의도치 않게 부모가 되는 것은 막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피임을 몰라서 임신한 게 아니다. 정신적으로 덜 성숙하기 때문에 자제력과 책임감 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미성년자가 피임 도구나 약을 구매하는 게 만만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이 절대 예능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밖에도 수두룩하다.
젊은 시절 어느 때가 소중하지 않을 리 없지만 하이틴 시절은 특히 중요하다. 그 몇 년이 추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뿐더러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고, 그렇기 때문에 향후 20대 중후반에 사회에 나갔을 때에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지에 대한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 시기는 청소년에서 청년이 되는 접경 지역이니까.
예능으로 정체성을 정해 놓은 것부터 기획 의도는 드러난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학교의 성교육 교재였거나 청소년 대상 다큐멘터리였다면 계도의 목적과 그 효과는 매우 건강하고 발전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5살 이상 시청 가의 상업적 예능이다. 아이들의 성을 흥행의 전면에 내세워 돈을 벌고자 하는, 시청자의 관음증 심리를 자극하자는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하늘을 우러러 맹세할 수 있을까?
[유진모 카럼/ 사진=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