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더' 이준익, 아름다운 이별에 대하여[인터뷰]
입력 2022. 11.05. 08:00:00

이준익 감독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영원한 행복이 진정한 행복인가?"

SF 드라마 '욘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준익 감독은 진일보한 과학이 만든 천국, 죽은 자의 기억으로 설계된 '욘더'를 통해 우리 스스로에게 수차례 이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이자 OTT 시리즈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한지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 재현(신하균)이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영화만 14편을 찍었다. '욘더'는 15번째 작품이다. 영화를 함께 찍던 스태프들과 함께했다. 영화와 OTT 시리즈물의 경계선은 거의 없었다. 인풋은 같았고, 아웃풋이 다를 뿐이었다. 연출적으로도 (영화를 할 때와) 달라지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욘더'는 티빙, 파라마운트플러스의 공통 투자 첫 작품으로, 내년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 감독은 "처음 티빙과 이야기를 할 때는 이렇게까지 진행이 되지 않았다. 오픈하는 과정에서 이런 기회가 생겼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응원받지 못한 작품이 해외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걱정됐다. 아직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적어도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 많이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SF라는 근 미래의 세계관은 서양에서 발전된 세계관이다. 너무 따라 하면 조롱을 받을 것 같고, 또 너무 배제하면 외면할 것 같더라. 현재 국내 그리고 외국 관객들이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경계선을 찾는 데 주력했다. 국내 관객들에게 크게 욕먹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크게 욕먹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이상의 기대는 과욕이라고 생각한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원작은 2010년 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한 김장환 작가의 소설 '굿바이, 욘더'다. 당시 이 감독은 영상화를 하기 위해서 시나리오를 썼지만 끝내 완성하진 못했다.

"7~8년 전 시나리오를 썼다가 엎었다. 이후에 영화 '자산어보'를 찍은 뒤 사극에서 약간 멀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욘더'를 꺼내봤다. 이전에 쓴 '욘더'와는 완전히 다르다. 욕심을 덜고 본질에 충실하게 쓰려고 했다. 미니멀화 해 가장 깊은 곳을 바라봤다."

'욘더'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2032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이 감독은 "'욘더'는 SF가 아니라 현실이다. 지금은 안락사가 합법이 아니지만, 10년 후에는 내 문제가 될 것 같다. 각자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어떤 이는 '욘더'를 '공포 영화'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 개인차, 입장차, 경험차를 바탕으로 다 공감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했다.



K-콘텐츠에서도 SF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낯선 장르다. 이 감독도 시청자들이 이 같은 세계관을 이해해줄까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고. 이 감독은 "불편하지 않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실에 있는 공간을 그대로 가상세계로 옮겼다. 메타버스의 이질감을 줄이려고 한 거다. 같은 인물이 다른 공간에 가도 기억의 연장선이 이격 되지 않도록 했고,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감정과 관계가 밀도 있게 그려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했다.

"OTT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접하고 있다. 더 다양한 소재,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갈증도 더 커졌다. '킬링타임' 콘텐츠가 주는 자극적인 쾌감도 좋지만, 그와 반대되는 '세이빙 타임' 작품도 함께 가야 하지 않겠나. 그런 마음으로 '욘더'를 제작하게 됐다. 영원한 것은 과연 아름다운 것인가를 고찰하며 소멸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스스로의 내면과 만날 수 있게 하는 드라마다. 우리는 항상 아름다운 만남을 꿈꾸지만 아름다운 이별은 외면한다. 인간의 삶이 더 숭고해지려면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이야기를 제대로 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욘더'는 최근 총 6부작으로 티빙을 통해 전편 공개됐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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