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핑크, 'mess'에 대한 비판과 옹호
- 입력 2022. 11.07. 11:34:49
- [유진모 칼럼] 지난 10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2023년 6월까지 월드 투어 ‘BORN PINK’를 진행 중인 걸 그룹 블랙핑크의 공연 내용이 비난과 옹호의 찬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누리꾼이 온라인에 공연 중 4명 멤버들의 안무 동작이 서로 어긋나는 모습을 올리고 무성의하다는 평가를 내린 가운데 다수의 매체도 그런 논조를 따라가고 있다.
블랙핑크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월드 투어가 4개 대륙, 26개 도시를 돌며 1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K팝 걸 그룹 최대 규모’라고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다. 규모만 놓고 본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용까지 최대 규모일지는 미지수이다.
먼저 블랙핑크의 정체성을 살펴보자. 그들은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가 절대 아니다. 직접 작사, 작곡, 편곡 등 음악의 모든 작업을 소화해 내는 그룹도 아니다. 프로듀서들이 만든 노래를 부르고, 안무가들이 짜 준 동작대로 움직이며, 회사의 방침대로 안무, 의상, 팬 서비스 등의 퍼포먼스를 무대 위에서 소화해 내는 걸 그룹이다.
따라서 그들은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 주는 게 최우선이다. 일단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 그게 팬에 대한 첫 번째 의무이자 책무이다.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 그건 일반화의 오류이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맹활약 중인 LPGA의 경우 하루 18홀씩 4일 동안 플레이를 한다. 매 샷마다 완벽할 수가 없다.
우승을 하더라도 최소한 클럽을 250회 이상 휘두르기에 한두 번의 실수가 필히 발생하기 마련이다. 프로 야구의 경우 타자는 타율이 3할 이상이면 훌륭하다고 인정받는다. 10번 타석에 들어 3번 이상 안타를 생산하는 경우이다. 투수는 9이닝 기준 3점 이하로 막으면 수준급이라고 평가한다. 프로 야구는 시즌 중 일주일에 6번, 하루에 3시간씩 경기를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사전에 짜인 건 기본 규칙밖에 없을 뿐 모든 상황을 예상하기 힘들다. 연예 콘텐츠와 다른 점이 한두 가지인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약 실수가 용납된다면 제작비가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감독, 제작자, 투자사 등은 최소한 그들의 기준으로 완벽하게 완성해 시나리오(대본)의 내용을 관객(시청자)들에게 완벽하게 보여 줌으로써 흥행과 완성도 인정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 재촬영을 거듭하는 것이다.
음악 프로그램이든, 뉴스든 생방송을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가끔씩 실수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가능한 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첨예하게 신경 쓴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방송 사고가 발생하면 시청자들이 당사자, 프로그램 책임자, 그리고 해당 방송사를 맹렬하게 비난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수의 콘서트는 좀 다르다. 공연 한 번의 러닝타임이 2시간 남짓. 가수, 밴드, 댄서, 백 보컬리스트 등은 사전에 무대 위에서 노래, 동선, 연주, 퍼포먼스 등을 철저하게 약속을 정한 대로 맞추는 연습을 한다. 그런 리허설 없는 콘서트는 없다. 실수가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걸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최소화하기 위하여 리허설을 거듭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보이 그룹이라 걸 그룹 블랙핑크와의 비교가 애매하기는 하지만 지명도, 음원(음반) 판매, 수입 등에서 블랙핑크보다는 앞서는 것은 확실하다. 블랙핑크의 지난 10월 서울 콘서트 입장권 가격이 17만 6000원~26만 4000원이었다. 미국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3월 서울에서 가진 콘서트 티켓 가격이 16~22만 원이었다. 방탄소년단은 경력도 블랙핑크보다 3년 앞서는 데다 K-팝 아이돌 그룹 중 지명도가 가장 높아 가장 많이 무대 위에 오른다. 그런 만큼 예의 주시하는 ‘감시의 눈’ 역시 날카로울 텐데 무대 위에서 무성의했다는 비판이나 그런 증거가 제시된 바 없다.
다른 K-팝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다. YG 소속 빅뱅에게 그런 비판이 있었던 적이 있는가? 물론 블랙핑크의 인기를 시샘하는 어떤 세력의 공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월드 스타를 지향한다면 그런 변수도 예상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게 그 자리에 올라앉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