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준형의 사과는 [사:과]일까, 사과일까?
- 입력 2022. 11.15. 16:27:37
- [유진모 칼럼] 일명 ‘정준영 단톡방 논란’과의 관련으로 인해 모습을 감추었던 가수 용준형이 4년 만에 새 앨범 ‘로너’(LONER)로 가요계에 컴백했다. 그런데 진정성이 우러나오는 뉘우침이나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준형
2019년 가수 정준영이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단체 대화방 등에 유포한 사실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당시 용준형은 ‘단톡방 멤버’ 중 한 명으로 거론되자 “정준영과 관련된 그 어떤 단톡방에도 있던 적이 없다.”라며 소문을 부인했다.
새 앨범 홍보 차 최근 그는 기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새 음반에 대해 열심히 떠들더니 기자들의 ‘불미스러운 일’ 거론에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말이 짧아졌다. 그는 “저는 그 어떤 단톡방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당시의 대화에서 잘못된 내용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것을 뉘우치고 있다. 앞으로는 좋은 일로만 인사드리고 싶다.”라고 에둘러 반성의 뜻을 표시했다.
팩트는 분명하다. 그는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고, 이에 대해 부적절한 대화까지 나누었다. 그가 ‘그 어떤 단톡방에도 속하지 않았다.’라는 게 핵심이 아니다. 그가 정준영의 범죄 행위 결과물을 봤고, 해서는 안 될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중이 분노하는 건 그 내용이다. 그가 ‘그 어떤 단톡방’에 속했건, 그렇지 않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세상만사에는 ‘본질’이라는 게 있다. 사건이나 사고에서는 더욱더 그게 중요하다. 그 본질을 위해 정준영 사건을 돌이켜 본다. 2019년 3월 경찰의 버닝썬 게이트 수사 도중 정준영이 성관계 불법 촬영 및 음란물 유포의 핵심 인물임이 밝혀졌다. 그는 모든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얼마 후 모든 방송국이 그의 출연 정지를 선언했다. 2019년 11월 29일 1심 판결은 징역 6년,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80시간, 5년간 아동 및 청소년과 장애인 관련 시설의 취업 제한이었다. 그는 항소했다. 2020년 5월 12일 2심 판결은 형량이 1년 깎였다. 그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기각했다.
물론 감옥에 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꼭 가야만 한다면 단 하루라도 덜 있기를 원하는 게 당연지사. 정준영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범죄의 당사자이다. 그 때문에 평생 얼굴 못 들고 살 여자들이 다수 있다. 그야말로 많은 여성의 인생을 망가뜨렸다. 그게 마치 훈장인 양 자랑하려는 그릇된 심리 때문에.
혹은 단순하고 천박한 재미로. 그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으면 오히려 판사의 선고에 ‘죗값을 달게 받겠다.’라며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여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판에 두 번이나 항소했다. 그건 누가 보아도 죄질에 비해 형량이 과하다는 발상에서 나온 행동이다.
용준형의 직업이 가수이니 그가 제일 잘하는 것은 대중음악일 것이다. 당연히 그는 자신의 성취감을 위해, 또 생계를 위해 노래 부르고자 할 것이고, 또 그게 가장 순리에 맞는 선택일 것이다. 문제는 이 사회가 유명 연예인에게 요구하는 도덕률이다.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손쉽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는 데 대한 책임이다.
대중은 그에게 양심을 바라는 게 아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의 상처에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고, 대중의 경악에 대해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라는 것이다. 용준형은 아마 법의 심판을 피해 갔기에 자신이 떳떳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법은 사람이 만든 만큼, 그리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기준점이 달라지는 데서 알 수 있듯 허점이 없을 수 없다.
언젠가는 용준형의 행위 역시 범죄의 카테고리 안으로 들어올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때 그는 자신의 자식, 손주, 조카들에게 뭐라고 해명할 것인가. 해결책은 간단하다. 솔직하면 된다. 문제는 자신의 소신이 보편타당한 것인지, 비뚤어진 것인지 판단 능력이 흐리다는 데 있다. 사과는 [사:과]가 되어야지, 사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는 “좋은 일로만 인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용준형을 포함한 정준영의 ‘친구’들이 ‘좋은 일’로 시시덕거릴 때 피해자들은 세상을 원망했을 터이고, 그 가족들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유진모 칼럼/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