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로 담은 정은지의 발자국 그리고 위로 [인터뷰]
입력 2022. 11.17. 17:19:32

정은지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가수 정은지가 새로운 반환점을 맞은 가운데 첫 리메이크 앨범 'log'로 자신의 발자국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위로받은 곡들을 정은지의 목소리로 재해석해 다시 위로를 건네본다.

정은지에게 리메이크 앨범은 오랜 꿈이자 로망이었다. 20대 초반 팬들에게 "서른 즈음에 리메이크 앨범을 내겠다"고 약속했고, 서른이 된 시점에 리메이크 앨범 '로그(log)'를 발표하며 약속을 지켰다.

"약속을 지키게 될 수 있어서 좋다. 시작은 팬분들과 장난스러운 약속이었다. 계속해서 물어봐 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구체화가 됐다. 사실 작년부터 앨범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워낙 정신없이 보냈던 터라 기쁘지만,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다 만들어지고 나왔을 때 긴장보다는 후련함이 크다.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게 돼서 뿌듯하다. 아이돌을 시작하면서 현재 12년 차가 됐다. 그땐 지금 모습이 상상이 안 됐는데 앨범을 내고 나니 진짜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번 앨범은 여행과도 같은 인생을 선배들의 음악으로 재해석해 다시금 '기록'한 앨범이다. 특히 정은지가 앨범의 전반적인 작업에 참여하며 애정을 담았다.


"지내오면서 비지엠처럼 들었던 곡들이다. '하늘 바라기' 이후로 앨범을 낼 때마다 내 손을 많이 타고, 어느 앨범은 내가 작곡, 작사한 게 들어가기도 했다. 앨범 제작 과정을 회사에서 믿고 맡겨주는 부분이 있어서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아 부담스럽기도 하다."

타이틀곡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비롯해, YB의 '흰수염고래', 조용필의 '꿈',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까지 1990년대부터 2010년대의 명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어렸을 때 나의 전 재산을 탕진했던 곡이다. 코인 노래방에서 한 번만 부르는 게 아니라 계속 돈을 넣어서 불렀다. 들으면서 방구석 여행을 많이 했던 곡인데, 커서 부르니까 또 슬프더라. 가사 자체가 이미 마음 아픈 사랑도 해봤고, 무언가를 겪고 딛고 일어나는 노래라고 생각했다. 현재의 나를 더 보여줄 수 있는 거 같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불렀을까 싶기도 하다."

'흰수염고래'는 가수로서 지침이 있는 곡으로, 정은지에게 많은 위로를 주기도 했다. 노래를 들으면서 방향을 알기도 했고, 원곡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도록 '22년 정은지 버전'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또한 '꿈'을 들으면 낯설고 어려운 환경에 놓인 20대의 자신을 보는 거 같다고 한다. 대선배인 조용필에게 오랜 허락을 기다렸다. "타향살이하냐?""는 물음과 함께 흔쾌히 허락해줬다고. 정은지는 이번 녹음을 통해 "기억을 복기하다 보니까 울컥했다. 모든 노래에 다 아픈 순간이 있었던 곡"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랑을 위하여'는 엄마를 위한 곡이다. '하늘바라기'로 아빠만 언급한 엄마의 속상함을 풀어주기 위한 곡이었다. '서른 즈음에'는 이 앨범의 모든 의미를 담은 곡이다. 이렇듯 이번 앨범은 정은지에게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앨범 구성은 나이 순서가 맞긴 한데 '꿈'이랑 '흰수염고래'를 정말 많이 고민했다. 경험하고 듣고 했던 순서가 맞다. 대중성을 뺄 수가 없었다. 리메이크 앨범에 대한 로망이 정말 있었다. 위로해준 노래들을 내 목소리로 부르면 어떨까 막연한 상상을 했었다. 계속 말을 꺼내면서 구체화되기를 바랐던 거 같다."

30대에 접어든 정은지는 2011년 데뷔해 '미스터츄(Mr.Chu)', 'NoNoNo', 'Luv', '1도 없어' 등으로 걸그룹 정상에 올랐으며, 솔로 가수로도 균형을 잘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수로서 고민이 가득하고, 무대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다.

"꾸준한 걸 좋아한다.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보니 배우면서 노래하고 싶다. 여러 노래를 접하게 되면서 '요즘 어떤 걸 좋아할까' 고민하게 되는 거 같다. 일하면서 노래하는 비중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공연은 많이 하고 싶다. 음원으로 나왔을 때랑 그 안에서 감정이 공유하는 거랑은 다른 거 같다. 무대에서는 계속 있고 싶다. 이건 살면서 놓지 않을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또 '응답하라 1997',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트로트의 연인', '발칙하게 고고', '언터처블', '술꾼도시여자들', '블라인드' 등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배우로서도 입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을 의심하고 알아가는 중이다.

"나를 의심하는 건 여전하다. 작품을 한다든지 연기를 하거나 무대를 해내는 과정에 있어서는 그래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거 같다. 어떤 걸 해야 팬분들이 좋아해 줄까, 어떻게 해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거 같다. 프로패셔널하게 보이고 싶다. 자기 최면을 하고 다 괜찮다고 하는 편이다. 그런 거에 있어서 팬분들이 항상 응원해주고 용기를 준다."

정은지는 최근 tvN 드라마 '블라인드'를 마치고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다. 올해 마지막까지 꽉 채워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블라인드'가 어두운 장르지만,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작품을 하면서 허투루 할 수 없더라. 늘 그렇지만, 내 마음에 채워지는 게 있는 '블라인드'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술도녀'도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 그냥 봐달라. (웃음) 앨범은 오늘까지의 여행 중 의미 있는 곡들로 담아봤으니까 좋은 여행이 됐으면 한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IST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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