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빼미’ 유해진, 인조 역이어야 했던 이유 [인터뷰]
- 입력 2022. 11.18. 16:20:03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그가 아니면 누가 소화해낼 수 있었을까.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 연기했다. 데뷔 이후 첫 왕에 도전한 배우 유해진. 깊은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올빼미' 유해진 인터뷰
‘올빼미’(감독 안태진)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유해진은 이 영화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인조는 정체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힌 인물로 세자의 죽음 이후 광기에 휩싸여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이며 극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안태진 감독은 유해진이 만들어낼 인조가 기존의 왕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해 캐스팅했다고 한다. 유해진에게 어떤 면을 봤던 것일까.
“저는 늘 ‘왜 꼭 그래야 해?’라는 게 있어요.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저에게 기본적으로 따라다니는 물음표죠.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생각이에요. 그 질문이 저에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왜 그래야 해? 왕은 왜 그렇게 있어야 해?’ 이런 것들이요. 왕 뿐만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하든 근본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이런 생각들이 뭉쳐 인물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제가 의도했든, 안 했든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죠. 감독님께서도 기존에 나온 왕의 모습이 아니길 바랐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유해진이 하면 조금 다른 왕일 것 같아 제안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감독님에게 처음 먼저 물어본 질문이 ‘왜 나야?’였어요. 하하.”
‘삼시세끼’ ‘텐트 밖은 유럽’ 등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쌓은 유해진. 그렇기에 왕 연기에 앞서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저에게 친숙한 부분들이 있어 사실 고민이 됐어요. ‘어떻게 보여질까, 왕이라고 해서 등장했는데 웃으면 어떡하지?’ 생각이 들었죠. 첫 등장 신을 바꾸기도 했어요. 원래는 느닷없이 등장하는 것이었는데 부작용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천천히, 스며들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해서 앉아있고, 발이 보이게 카메라가 들어가도록 바꾸었어요. 원래는 ‘짠!’하며 등장하는 것이었거든요. 관객들로 하여금 시간을 주는 건 어떠냐고 해서 첫 등장 신을 바꾼 거예요. 시사회 때 조마조마 하면서 보기도 했어요. 다행히 웃음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유해진은 드라마틱한 감정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얼굴 근육의 떨림까지 연기했다. 인조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노력한 그다.
“처음에는 특수 분장을 하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마다했어요. 연기하는데 거추장스러울 것 같더라고요. 뭐 하나 있으면 되게 거추장스러워요. 사극이 아니고선 분장을 안 하는 편이거든요. 다른 영화 찍을 때도 분장을 안 해요. 분장하는 걸 생각하니 연기에 제약이 생기겠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분장하는 걸 싫어하는데. 수염도 붙였는데 특수 분장을 하면 표현을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특수 분장은 하지말자고 했죠.”
‘올빼미’는 세자가 세상을 떠난 뒤 광기에 휩싸이는 왕 인조와 사건의 비밀을 알아채며 진실에 눈 뜬 맹인 침술사 경수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경수 역에는 류준열이 맡았다. 특히 유해진과 류준열은 ‘택시운전사’ ‘봉오동 전투’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다. 앞서 류준열은 ‘올빼미’ 기자간담회에서 유해진의 칭찬에 눈시울을 붉힌 바.
“그때 저는 우는지 몰랐어요. 집에 가서 알았죠. ‘너 울었어?’라고 물어보니까 글썽였다고 하더라고요. 전혀 몰랐어요. 만약 알았으면 행사 끝나고 뒤에서 한 마디 건넸을 텐데 전혀 몰랐어요. 대전에 촬영하러 내려간다고 해서 ‘잘하고~’라고만 말했거든요. 나중에 차에 타니 와인을 넣어놨더라고요. 고맙게. 류준열이 그런 마음 씀씀이가 있어요.”
‘럭키’ ‘공조’ ‘택시운전사’ ‘1987’ ‘완벽한 타인’ ‘봉오동 전투’, 그리고 올해 개봉한 ‘공조2: 인터내셔날’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유해진. 흥행 타율이 높은 작품들로 필모그래피를 완성해내 눈길을 끈다.
“운도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운을 별개로 볼 순 없는 것 같죠. 같이 가야 되는 게 운이라고 생각해요. 잘 만들어놨는데 갑자기 사고가 터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요즘 세상에는 영화 하나 잘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여러 가지가 맞아야 하죠. 영화는 좋은데 갑자기 홍수가 나면 극장에 누가 가겠어요. 그래서 운을 얘기 안할 수 없겠더라고요.”
운도 따라야하지만 작품을 보고, 고르는 눈도 필요할 터. 작품을 선택하는데 앞서 그만의 기준은 무엇일까.
“흥미를 느껴야 해요. 어떤 가치가 있는가, 재밌는 것이냐, 감동을 주는 것이냐 등. 영화를 오픈 했을 때 어떤 가치가 있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제가 먼저 이해를 해야 해요. 제가 이해하고, 믿어야지 관객들도 믿잖아요. 저도 이해가 안 되는데 연기하면 관객들은 더 이해를 못해요. 이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보이니까. 그렇게 인물화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올빼미’는 오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해진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아주 재밌게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올빼미’라는 이야기에 잘 섞여있는 것 같아요. 제가 왕 역할을 처음 했다고 해서 제 연기를 보시기보다, 전반적으로 스토리에 대해 얘기하셨으면 하죠. 그런 반응을 듣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