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록’ 이성민 “‘리멤버’와 다른 늙음, 표현에 고민했죠” [인터뷰]
입력 2022. 11.22. 16:15:45

'형사록' 이성민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 ‘리멤버’에 이어 ‘형사록’, 그리고 최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2022년, 누구보다 ‘열일’한 한해다. 매 작품마다 ‘인생캐’를 탄생시키고 있는 배우 이성민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에서 은퇴를 앞둔 형사 김택록으로 열연을 펼친 이성민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형사록’은 한 통의 전화와 함께 동료를 죽인 살인 용의자가 된 형사가 정체불명의 협박범 ‘친구’를 잡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쫓는 이야기다. 전 세계 OTT 플랫폼 내 콘텐츠 인기 순위를 할 수 있는 플릭스패트롤에 의하면 지난 4일, 5일 기준 디즈니+ 국내 인기 1위 콘텐츠로 오른 바.

“체감이 안 돼요. 어쨌든 작품이 저희 예상보다 훨씬 잘 나와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의도한대로 봐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죠. 마지막화까지 공개되면 더 많이 보실 듯해요.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이 그렇더라고요. ‘형사록’은 범인을 관객들이 추리하는 재미가 있어요. 그 지점에서는 감독님과 의도한 대로 잘 진행된 것 같아요. 그게 ‘형사록’이 가진 특징적인 힘이 아닐까요.”

이성민이 분한 김택록은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타고난 형사지만 반골 기질 탓에 승진은커녕 금오경찰서의 문제적 인물로 찍힌 캐릭터다. 공황장애를 앓고 은퇴를 앞둔 나이로 범인을 잡기 위해 뛰는 것조차 버겁지만 그는 끝까지 쫓는다. 자신이 아끼던 후배 우현석(김태훈)이 싸늘한 시체로 변하고, 자신이 그 범인으로 지목되자 그는 자신의 모든 경험과 능력을 다해 ‘친구’를 쫓는다.

“처음에는 제목이 ‘늙은 형사’였어요. 제목이 마음에 들었죠. 영화 ‘리멤버’를 하면서 할아버지 역할을 했지만 늙음이 단순히 나이듦이 아니라,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후반에 ‘형사록’이 (제목으로) 됐죠. 늙은 형사에서 ‘늙음’을 표현해야 했어요. 거기서 부담을 느꼈죠. ‘어떻게 해야 하지?’ 할아버지도 아니고. 제 나이가 택록과 별 차이가 안 나거든요. 극적으로 늙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외모, 옷 등을 많이 준비했죠.”



이성민이 고민한 ‘늙음’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늙음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을까.

“그게 뭔지 궁금했어요. 단순히 나이 든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스마트한 형사가 김택록이거든요. 지방서에서 대충 말년을 맞이하려는 사람을 어떻게 연기할까, 어떤 사연이 있고, 특징이 있으며 어떻게 묻어나고, 표현되어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런 노회한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이성민은 택록을 표현하기 위해 짧고 빳빳한 머리카락, 거친 피부에 낡고 후줄근한 옷을 입었다. 카리스마, 무게감, 깊이를 그대로 재현해내면서 거칠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택록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택록이란 사람은 정체 될 수밖에 없던 사건이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지점에서 머물러 있는 상태였던 것 같아요. 그것이 과거에 어떤 공황까지 안겨준 트라우마가 될 수 있고, 정체된 모습일 수 있죠. 의상도 다른 인물과 다르게 조금 더 올드하게 선택했어요. 머리는 결이 부드러운 편인데 빳빳한 직모였으면 했고요.”



‘형사록’은 1회부터 ‘친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단서를 찾아가고, 추측해가는 재미를 전했다. 거의 모든 캐릭터들, 심지어 택록까지 용의선상에 오르기도. 마지막회 ‘친구’의 과거가 드러나며 충격을 안겼다.

“저는 처음에 서형사를 의심했어요. 2부 보다가 바뀌었죠. 3부쯤엔 진구가 범인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동차 사고가 나서 멘붕이 왔고요. 시청자들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예요. 충격적인 건 이학주가 연기한 경찬이 그렇게 등장했을 때 소름이 돋았어요. 이런 반응은 대부분 비슷할 거예요. 감독님도 캐스팅에 신경 쓰셨다고 하셨어요. 배우 자체가 가진 에너지, 기운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해야 그 배우를 의심할 거라 생각하셨나 보더라고요. 각 캐릭터가 등장할 때 헷갈릴 수도 있고,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신 것 같아요. 저도 대본을 읽으면서 마음이 왔다 갔다 했고요.”

무엇보다 ‘친구’는 목소리로만 등장하기 때문에 이성민 홀로 화면을 채웠어야 했다. 그럼에도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 내며 30여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입증한 그다.

“제 쓸모가 그런 것 같아요. 연기하다 보면 농담으로 생긴 대로 먹고 산다잖아요. 피할 수 없는 본인의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계를 넘어가는 게 멋진 배우고요. 제가 보여지는 모습, 캐릭터들이 맞아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배우들이 걱정하는 것도 ‘네가 나오면 식상해’라는 말을 듣는 거잖아요. 소모되는 건 아닌가라고 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배우는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죠. 저는 특별 출연, 우정 출연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쓸모 있다면 하는 게 맞는 거죠. 대신 제가 맡는 캐릭터는 변주하고, 이미지 무한 반복은 하지 말자가 신조에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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