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한영웅’ 박지훈만 할 수 있었던 ‘눈빛’ [인터뷰]
- 입력 2022. 12.12. 11:25:31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국민 저장남’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건조한 눈빛으로 담아낸 복잡한 감정 연기, 여기에 액션까지. ‘배우’로서 또 다른 가능성을 내비친 박지훈이다.
'약한영웅' 박지훈 인터뷰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감독 유수민, 이하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최현욱), 범석(홍경)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다.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 색다르다고 해야할까요? 재밌고, 감사한 것 같아요. 처음 받아보는 극찬이거든요. 이번 작품에서는 박지훈이 보이는 게 아니라, 연시은이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 그룹 워너원으로 활동한 그는 “내 마음 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국민 저장남’으로 인기를 끌었다. 성공적인 워너원 활동에 이어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연애혁명’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등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활동하면서 실제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요. 좋은 분들, 감독님들을 만나면서 박지훈으로서 성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배우고 있죠. 경이 형은 연기의 정석이라고 해야 할까요. 신에 있어 몰입감이 장난이 없더라고요. 집중을 잘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배웠어요. 현욱이는 한 대사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친구더라고요.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친구였어요. 배우로서 많이 배운 작품이 됐어요.”
‘약한영웅’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박지훈은 극중 연시은 역을 맡아 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모범생이 타고난 두뇌와 주변 사물을 활용해 전략적으로 폭력에 맞서며 약한영웅이 돼가는 성장사를 그렸다.
“웹툰에서는 시은이가 너무 사기적인 캐릭터에요. 못된 사람들, 덩치 큰 사람들,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이겨버리죠. 드라마로 하면 리얼리즘이 떨어지잖아요. 맞는 부분, 싸움에 부족한 부분을 추가하려고 했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추가됐고요. 수호, 범석과 우정을 그린 스토리다보니 웹툰 보다는 조금 더 리얼리즘한 우정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약한영웅 Class 1’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 혹은 겪었던 일들을 담은 드라마죠.”
박지훈은 연시은 그 자체가 됐다. 눈빛으로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한 그를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눈빛 연기 같은 경우,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선배님을 레퍼런스로 연구했어요. 싸움, 액션신 경우, ‘아저씨’에 나온 원빈 선배님의 눈빛을 봤죠. 칼, 총을 이용해서 싸우는데 무표정이 무섭더라고요. 시은이에게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게 시은이에게 가질 수 있는 무서움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둘의 얼굴을 표현하려 했죠. 느낌, 아우라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워너원 활동 당시, 한 곡에 다양한 표정을 담는 게 익숙했을 터. 연시은은 무미건조한 눈빛과 표정을 지어야했기에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을까.
“오히려 무대에서 표정을 많이 짓는 직업이다 보니 오히려 배우로서는 그게 더 편했어요. 뭐든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 자신에게 어색한 표정도 전혀 없었어요. 무대에서 표현하고, 표정 짓다 보니 배우로서 표정, 표현에 어려움은 없었죠.”
눈빛, 감정 연기뿐만 아니라 액션 연기에도 고민을 남달리 한 그다. 특히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그는 시은만의 차별화된 액션을 그려내기 위해 남다른 각오로 임했고, 준비도 더 많이 했다고 밝혔다.
“액션스쿨에 일찍부터 다녔어요. 체중감량은 5kg 정도 했죠. 근육도 많이 빠졌어요. 극중 미역국을 먹는 신이 있는데 후드 집업을 안 입고 촬영했더니 뒷모습을 보곤 감독님이 놀라시더라고요. 등 근육이 너무 잡혀있어서. 급하게 옷을 입고 촬영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푸석한 이미지를 담고 싶었어요. 입술은 거의 바르지 않았죠. 예쁜 이미지 보다는 시은이의 푸석한 감정을 외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입술에 침을 발라가며 푸석하게, 일부러 트게 만들기도 했죠. 걸음걸이나 앉아있는 체형은 공부한 사람이다 보니 어깨가 굽으면 어떨까 생각해 그런 걸 표현했어요. 땅바닥을 보면서 걸어 다니고, 어깨도 왜소하게 만들었죠. (등과 어깨를) 굽게 만드는 설정을 많이 했어요.”
이러한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건 유수민 감독의 믿음 덕분이라고 전했다.
“감독님은 숙제처럼 내주신 것 같아요. ‘너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해봐’라고 하셨지만 보시는 분들이 이해가 되어야 하잖아요. 이 작품에서 시은이는 눈으로 이야기한다는 걸 배웠어요.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무의미해지는 거니까 그것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죠. 일차원적인 해결의 답은 상황에 몰입하고, 집중하자는 것이었어요. 저의 무기는 ‘눈’이라 눈으로 많이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연구를 하고,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박지훈은 ‘약한영웅’을 통해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도전하고, 해나가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을 터. 연시은 역을 처음 제안 받고, 고민이나 부담감은 없었을까.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어요. 부당한 폭력, 나쁜 친구들에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죠.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고, 싸움한다는 것 자체가 인상 깊고,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왜소한 친구가 어떻게 저 친구를 이긴다는 거지?’라는 궁금증도 들었고요. 그래서 빨리 현장에 가고 싶었어요. 처음 봤을 때 시은이 캐릭터가 너무 강렬했거든요. 누구든 다 이기는 설정이고, 웹툰과 비슷하게 각색되어 있어서 시은이는 조금 더 약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리얼리즘에 가까운 연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웰메이드 작품’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약한영웅’은 ‘약영즈 앓이’를 호소하는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현욱, 홍경과의 호흡, 케미도 빛난 것.
“저희는 늦게 친해진 면이 있어요. 그게 1화부터 천천히 빌드업해서 올라가니까 처음에 어색함이 실제로 작품에 묻어나서 좋더라고요.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찍으면서 친해졌죠. 오히려 좋더라고요. 어색한 모습이 회차를 거듭해 올라갈수록 실제로도 친해지니 좋았어요. 마지막에는 서로 없으면 허전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어요. 호흡도 잘 맞았죠. 서로 액션과 감정을 주고받는 일들 중 기억에 남는 신은 노래방 장면이었어요. 범석이가 마이크를 던지고, 수호가 어깨를 잡아서 나오는데 제가 중재시키는 역할이었거든요. 둘의 에너지, 열기가 뜨겁더라고요. 서로 에너지를 잘 주고받아서 현장 분위기가 뜨거웠어요. 그걸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죠. 호흡이란 이런 거구나, 많이 보고 배웠어요. 회차가 거듭해서 올라갈수록 저희는 끈끈해졌고요.”
‘약한영웅’을 통해 도전하고, 성장하고, 새 얼굴을 보여준 박지훈. 다음 작품에서도 연기를 향한 욕심을 드러낸 그다.
“제가 사실 귀여운 이미지가 강했잖아요. 이번 작품으로 인해 추후 있을 작품, 혹은 감독님들이 보시면서 ‘비단 귀여운 이미지만 가진 친구가 아니구나, 이런 이미지도 소화할 수 있구나’라는 이미지를 심고 싶어요. 이제는 마냥 귀여운 이미지 보다, 이런 눈빛을 가지고, 소화하는 친구가 되고 싶죠. 타이틀이라고 하긴 뭐하고, (연기를) 인정받고 싶어요.”
‘윙크남’ ‘저장남’ 이미지를 깨고 싶은 것일까.
“초반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걱정도 없었는데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활동을 하다 보니 귀여운 게 싫은 것보다는 ‘다른 이미지도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변화하고 싶은 이유가 컸어요. 이 작품이 ‘인생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건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죠. 귀여운 게 마냥 싫은 게 아닌, 다른 이미지도 소화할 수 있는 친구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준 박지훈.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새로운 얼굴, 그리고 변주해나갈 연기에 벌써부터 기대감이 모아진다.
“귀여운 이미지를 얻었다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나 귀여워요’라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건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연애혁명’ ‘멀리서 보면 푸른 봄’도 독자들이 많았던 웹툰을 원작으로 해요. ‘약한영웅’도 그렇고. 사실 웹툰을 도전하는 게 무서우면서도 재밌더라고요. ‘잘할 수 있을까?’하는 무서움도 있지만 잘 해냈을 때 뿌듯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죠. 목표를 정해놓고 움직이는 성격은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달려보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웨이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