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화 결산] 엔데믹 시대, 사라진 천만 영화
입력 2022. 12.12. 16:36:09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엔데믹 시대를 맞이한 2022년 극장가. 그러나 기대치가 높았던 탓일까. “기대치에 못 미치는 최악의 시장”이라는 냉정한 평가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 위기에 놓인 영화계다.

2019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영화 시장은 직격타를 맞았다. 모임 자제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뿐만 아니라 한 칸 띄워 앉기, 영업시간 제한, 영화관 내 취식 금지 등 각종 규제를 받으며 전체 관객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영업 매출까지 손실을 입은 것.

찬바람 불던 겨울이 지나고, 지난 4월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영화계에는 봄이 오는 듯 했다. 극장 내 취식 허용, 기대작 개봉이 맞물리며 관객 수와 매출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특히 개봉 후 빠르게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축포를 터트린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까지 힘을 보태며 극장가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전망했다.



하지만 여름 한국영화 빅4의 스코어가 구체화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섣부른 판단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도둑들’ ‘암살’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보증수표’로 불렸던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1부로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순신 3부작 중 2편인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은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으나 전편 ‘명량’ 스코어(1761만 명)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역시 최종 관객 205만 명이라는 기대 이하 점수를 받게 됐다.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 ‘헌트’도 마찬가지. 주연 배우들이 직접 발로 뛰며 홍보 활동을 벌였지만 435만 명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잘못된 개봉 전략을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 여름 시장에서는 1주 간격으로 대작들이 개봉됐다. 이는 당시 시장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극장 회복을 기대했던 여름 시장에 대작들이 1주 간격으로 개봉한 게 오히려 패착의 원인이 됐다. 서로 피해만 입은 최악의 시장이 아니었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여름 성수기, 대작들의 연이은 실패로 인한 위축된 분위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 개봉된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은 700만 명에 미치지 못한 채 상영을 내렸고, 개천절과 한글날 등 황금연휴를 앞두고 개봉된 ‘늑대사냥’(감독 김홍선)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 등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자백’(감독 윤종석) ‘리멤버’(감독 이일형) ‘동감’(감독 서은영) ‘데시벨’(감독 황인호)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 및 ‘블랙아담’(감독 자움 콜렛 세라)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감독 라이언 쿠글러) 등 할리우드 기대작들의 개봉이 줄줄이 이어졌음에도 불황은 계속됐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10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10월 매출액은 615억 원으로 2019년 같은 달 대비 49.7%였다. 관객 수는 620만 명으로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41.7%였다.

10월 매출액과 관객 수는 전달보다 줄었다. 10월 매출액은 9월보다 39.6%(403억 원), 관객 수 37.1%(366만 명) 빠진 것. 10월 개봉작 중 한 달 간 매출액 100억 원,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기 작품은 1편도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된 지 약 6개월이 지났음에도 극장을 찾는 관객은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 시장이 부진한 데에는 티켓값 인상에 따른 영화 소비의 성격이 바뀐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가는 팬데믹 여파로 인한 경영난을 타파하고,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가격 인상을 결정한 바. 지난 4월 CGV가 먼저 관람료를 1000원 올리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뒤이어 티켓값 인상을 결정했다.

영화 관람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관객들은 ‘과연 합리적인 소비인가’를 고민하며 가성비를 따지게 됐다. 선택한 영화에 그만큼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시 박한 평가를 내리고, 관객 반응 지표는 영화의 성패를 판가름하기도 했다. 부정적으로 낙인찍힌 영화가 반등의 기회를 노리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티켓값 상승뿐만 아니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대중화도 극장 쇠퇴의 원인으로 언급됐다. 다양성을 추구한 OTT 작품들로 인해 무조건 스크린에서 봐야할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 영화적 쾌감을 선사하는 작품 부족도 고전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긴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극장가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과 ‘영웅’(감독 윤제균)에 희망을 걸었다. 2009년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바타’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은 오는 14일 출격을 앞두고 있으며 윤제균 감독이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영웅’은 일주일 뒤인 21일 개봉 준비를 마쳤다. 올해 마지막 기대작인 두 작품은 극장가를 따스한 온기로 감싸며 구원투수로 활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초 설 개봉 영화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을 때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 위기론을 뒤집었지 않나. 상반기 기대작들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과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이 장기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보며 결국 극장은 좋은 콘텐츠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힘들었던 시기, 천만 영화가 탄생했던 만큼 겨울 시장에도 희망이 전해졌으면 한다. ‘아바타: 물의 길’과 ‘영웅’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게 됐지만 두 작품 모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극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범죄도시2'), CJ ENM('외계+인' 1부·'헤어질 결심'·'영웅'), 롯데엔터테인먼트('한산: 용의 출현'·'탑건: 매버릭'), 쇼박스('비상선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헌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아바타: 물의 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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