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영화 결산] ‘헤어질 결심’·이정재·故 강수연, 키워드로 정리한 영화계
입력 2022. 12.14. 13:45:58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022년에도 영화계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됐던 유수의 영화제들이 정상 개최됐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제에서 작품 및 배우들의 활약이 빛난 한 해였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2년, 영화계에 일어난 일들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영화제 휩쓴 ‘헤어질 결심’

지난 5월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감독상을 받으며 열풍을 일으켰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미국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됐다.

골든글로브를 운영하는 미국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는 13일(현지시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헤어질 결심’이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헤어질 결심’은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아르헨티나, 1985’ ‘클로즈’ ‘RRR’ 등 작품과 경쟁한다.

탕웨이, 박해일 주연의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과 사망자의 아내 서래가 의심을 넘어 사랑을 이루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제42회 영평상(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총 6관왕을 차지했다.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도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어 화제를 모았다. 또 제58회 대종영화상에서 역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시작으로 뉴욕 영화제, 미국 판타스틱 페스트,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 유명 영화제에 초청되며 반향을 일으킨 ‘헤어질 결심’은 최근 뉴욕타임스의 ‘2022년 10대 영화’와 전미비평가위원회의 ‘올해의 톱5 외국어영화’에 선정됐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헤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헤어질 결심’은 아카데미 영화상의 주요 부문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 내년 열리는 시상식에서 낭보를 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재, ‘헌트’ 감독 데뷔→에미상 최초 수상까지

올해 누구보다 ‘열일’했다. ‘헌트’로 감독 데뷔에 이어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까지, 2022년을 빛낸 ‘올해의 인물’ 배우 이정재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으로 전 세계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이정재는 지난 9월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에미상 개최 이래 첫 한국인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됐다.

올 한해 이정재는 제28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제37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시상식, 제27회 크리스틱 초이스 시상식, 제2회 크리스틱 초이스 슈퍼 어워즈, 2022 할리우드 비평가 협회 TV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연거푸 수상한 바.

또 이정재는 각본, 감독, 주연까지 맡은 첫 연출 데뷔작 ‘헌트’로 스펙트럼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헌트’는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 제47회 토론토 영화제, 제55회 시체스 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감독으로도 성공적인 해를 보냈다.

이정재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북미 내 이정재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정재는 디즈니+ ‘스타워즈’의 프랜차이즈에 합류한 것. ‘애콜라이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의 100년 전 이야기를 다룰 작품으로 공화국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은하계의 어두운 비밀과 새롭게 떠오르는 다크사이드의 이야기다.

이정재는 지난달 30일 열린 ‘2022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짧은 영상을 통해 ‘애콜라이트’ 출연 소식을 전하며 “저도 드디어 디즈니 가족의 일원이 돼 너무 기쁘다. 여러분도 ‘애콜라이트’에 많은 기대와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송강호‧박찬욱‧홍상수, 해외 수상 낭보

송강호와 박찬욱 감독은 지난 5월 폐막한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각각 주연작인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연출작인 ‘헤어질 결심’으로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두 작품이 동시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건 올해 포함 총 6번이다. 그러나 두 영화가 경쟁 부문에서 한꺼번에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송강호는 경쟁 부문 초청 4번째 만에 국내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찬욱 감독이 받은 감독상도 의미가 남달랐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것에 이어 3번째 칸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지난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지 20년 만에 받은 상이라 그 의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로 호흡을 맞췄기에 각각 다른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나란히 수상,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민희와 연인 관계로 이슈를 일으킨 홍상수 감독은 지난 2월 열린 제72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소설가의 영화’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2020년 ‘도망친 여자’로 은곰상 감독상, 2021년 ‘인트로덕션’으로 은곰상 각본상을 받은 것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트로피를 품에 안은 홍상수 감독이다.



◆별이 된 故 강수연

‘원조 월드스타’ 배우 강수연이 영원한 별이 됐다.

고인은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병원치료를 받아오던 중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향년 55세.

갑작스러운 비보에 영화계는 물론, 가요, 방송, 정치계 등 유명인사들이 고인을 애도했고, 팬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고 강수연은 한국 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명실상부 한국 대표 영화배우다.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에서 열연을 펼친 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어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 한국 영화사는 물론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

이후 ‘아제 아제 바라아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그대 안의 블루’ ‘경마장 가는 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처녀들의 저녁식사’ ‘송어’ ‘달빛 길어올리기’ ‘주리’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01년 방송된 SBS ‘여인천하’에서 정난정 역으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했다.

사석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는 말을 종종하며 돈에 휘둘리지 말고, 영화인의 자긍심을 지키자고 했던 강수연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원로급 배우로서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했다.

고인의 유작은 연상호 감독 연출 넷플릭스 영화 ‘정이’(가제)다. 고인은 이 작품을 통해 약 10년 만에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 선배님은 한국 영화를 연기로 세계에 알리고 그 이후 영화제 일을 하며 한국 영화가 세계에 알려지는 일이라면 마치 자기 일처럼 나섰다”라며 “‘자기 일처럼’이라는 말을 정정해야할 것 같다, 마치 그 자신이 한국 영화인 것처럼 하셨다. 앞서 이야기한 의문의 답은 강수연 선배님 자체가 한국 영화 그 자체”라고 뜻을 기렸다.



◆영화제 정상 개최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던 영화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약 3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 개최됐다.

지난 10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프라인으로 개최돼 많은 관객들을 만났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7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공식 초청작 71개국 242편,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01편, 월드 프리미어 8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편, 커뮤니티비프‧동네방네비프 상영작 161편(중복 제외)이 상영됐다.

또 16만 1145명(좌석 점유율 약 74%)의 관객이 방문했으며 커뮤니티비프는 1만 7166명, 동네방네비프는 1만 1002명이 함께했다. 11회의 오픈토크, 9회의 야외무대인사, 4회의 액터스 하우스, 5회의 아주담담, 1회의 핸드프린팅 등 프로그램 이벤트도 마련됐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1647명의 해외 게스트가 참석했고, 국내는 4712명의 게스트가 찾았다. 특히 홍콩 배우 양조위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 화제를 모았다.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올해 국내에서 열린 영화제는 수십 개가 된다. 국내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57개국 217편이 상영된 가운데 전체 관객 수 5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온, 오프라인 통합 9만여 명의 관객이 11일 동안 영화제를 즐겼다.

이 외에도 서울독립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 각 지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정상 개최됐다.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작은 규모의 마을 영화제도 활발해졌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에서 제1회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가 열렸고, 충남 예산군 대술면에서는 제1회 시산리 마을영화제가 지역 주민들과 만났으며 곡성에서는 섬진강마을영화제가 진행됐다.



◆영화 티켓 인상

국내 3사 영화관이 올해 초부터 간격을 두고 영화 티켓값을 인상했다. CGV는 지난 4월 2D 영화 기준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으로 관람료를 올렸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도 마찬가지. 단 군인‧경찰‧소방공무원 및 장애인‧국가 유공자 우대 요금은 인상에서 제외됐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하면서 극장을 찾는 발길이 늘었지만 관람료 인상 탓에 영화 한 편 보기조차 만만치 않아졌다.

티켓 인상 이유에 대해 업계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침체됐던 영화계의 어려운 사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좌석 간 띄어 앉기, 취식 제한, 운영 중단 지점들이 생기면서 수익 구조가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문화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영화 배급사와 제작사의 누적 손실액이 컸기에 호구지책임을 이해하면서도 영화 관람이 더는 서민문화 영역을 벗어난 것에 대한 씁쓸함을 드러내고 있다.



◆4DX, 돌비 상영관, 스크린X 등 특별 상영관 매출은 상승

영화 티켓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졌음에도 오히려 특별관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더라도 제대로 보자는 극장가 고급화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관이란 신기술을 도입한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CGV는 IMAX, 4DX, 스크린X, 사운드X 등을 가지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수퍼4DX, 수퍼플렉스, 수퍼사운드, 수퍼S 등 특수관을 운영 중이다. 메가박스는 영상 기술 돌비 버전과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를 결합한 돌비 시네마를 오픈했다.

프리미엄 상영관은 티켓평균가격(ATP)보다 2.5~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는 높은 수익으로 이어진다. 높은 가격이 책정된 만큼 같은 관객 수라도 일반관보다 실적이 크다.

실제로 올해 개봉된 ‘탑건: 매버릭’은 특수관에서 대부분 매진 사례를 보였고, ‘아바타: 물의 길’ 역시 개봉 전부터 매진을 기록 중이다. CGV 용산 IMAX의 경우, 15일~18일 등 초기 5일간 좌석은 이미 대부분 매진됐다. 4DX와 프라이빗 박스 등도 대부분 매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제작사들은 글로벌 영화관들의 특별관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영화 시장의 회복세와 맞물려 특별관의 회복 속도가 빠르게 이루어져 전망을 밝히고 있는 상황. 업계 관계자는 “특수관은 일반 스크린, TV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하면서 영화 산업의 성장을 이야기한다”라며 “기술의 진화를 통해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영화 관람 환경을 관객에게 제공하면서 영화 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CJ ENM('헤어질 결심'), 부산국제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CJ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탑건: 매버릭'),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아바타: 물의 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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